2011-2012 청주미술창작스튜디오에서는 제5기입주작가 아티스트 릴레이 전시를 개최한다. 이번전시는 그간 작가들의 입주기간동안 제작된 작품들을 중심으로 스튜디오와 외부에서 진행된 전시 및 개별프로젝트 등을 정리하여 전후 작가의 향방을 보여주는 전시로 보여준다. 허은정의 회색빛 풍경들은 그녀가 해석한 도시의 편린을 구성한다. 도시의 첨예한 구조적 대립구도와 삶이라는 지속성에서 보여 지는 이야기를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기술된다. 화면은 도시라는 거대풍경 속 그늘에 가려져 있는 속속들이를 들여다본 풍경이며 질퍽한 삶을 살아가는 도시의 연민을 담아내고 있다. 회색빛 시멘트 담장, 층층이 쌓여져 있는 계단, 재개발을 위한 기공식 등등 그녀의 화면을 나열하자면 그렇다. 그녀의 풍경은 도시 속에 잠식당한 또 다른 도시의 장소이며 시간들이라 할 수 있다. 또한 이는 커다란 아스팔트대로와 건물의 뒤편에 자리잡은 감추어진 이면의 표현이며 그녀가 바라본 그늘 속의 심리적인 ‘어떤 풍경’이라는 허구를 그려낸다. 이렇게 그녀의 화면들은 빠르게 질주하는 것과 느린 풍경의 사이에 내재되어 있는 불일치와 불안감의 배치들이며 이것을 들춰내 멈춤으로 각인시키는 것이다. ■청주미술창작스튜디오
작업노트/ 나는 주로 내 삶의 영역에서 발견되는 사물을 이용해 허구적 풍경을 만든다. 그것은 시간이 지나 쓸모 없어진 공산품이거나, 어떤 특정한 상황에만 사용되는 물품들이기도 하다. 그 사물들에 나의 개인적 경험이 덧칠해지고 나면 감정이 깃들고 종내는 그 사물들과 함께 상상하게 된다. 사람은 어떤 문제에 부딪혔을 때 그 문제를 회피하거나, 아니면 생각의 방향을 바꾸려고 하지만 그 문제 한가운데 몰입해 해결책을 찾으려고 하는 경우도 있다. 나는 어려운 상황이나 문제를 만났을 때 그 곳 가운데 더 깊이 들어가 상황의 이면을 들여다보고 직면하고 싶다. 그래서 내가 안고 있는 정체성의 문제, 혹은 나와 직·간접적으로 맞닿아 있는 실존적 사회적 문제들을 내 삶의 가까운 영역으로 끌어와 낯설지 않은 풍경 속에서 재고하고자 한다. 그 영역은 콘크리트가 둘러쌓인 공간이다. 콘크리트는 우리의 안식처인 집을 세워주고 보호해주는 기본적인 것으로 가장 흔하게 발견할 수 있는 이 시대의 귀중한 질료이다. 하지만 이것의 틀이 비합리적으로 커지고 남용될 때 그 의미는 퇴색되기도 한다. 만족을 모르는 사람의 탐욕은 언제나 불쾌한 얼룩들을 남기며 필요 이상으로 삶의 영역을 갉아먹는다. 하지만 나는 콘크리트를 도시 속 첨예한 구조물로 표현하는 것이 아니라 나와 함께 상상을 연출했던 그 사물들과 함께 풍경을 만들어내길 원한다. 태양이 없는 시간 그 조화는 하나의 구조물이 되어 생경할지 모르나 내밀하고 은밀한 허나 그 어느 것보다 역동적인 풍경이 된다. ■허은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