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2012 청주미술창작스튜디오에서는 제5기 입주작가 아티스트 릴레이 전시를 개최한다. 이번전시는 그간 작가들의 입주기간동안 제작된 작품들을 중심으로 스튜디오와 외부에서 진행된 전시 및 개별프로젝트 등을 정리하여 전후 작가의 향방을 보여주는 전시로 보여준다. 공지영의 수지로 만든 모조식물들은 그녀가 일상이라는 테두리에서 발견한 대체일상의 은유이다. 그녀는 지극히 평범한 생명을 갖고 있는 관상초와 주변에 실제보다 더 실제 같은 모조품이 함께 전시되어있는 기이한 풍경을 작업 속에 배치시킨다. 살아있는 식물과 이미지를 지닌 식물은 그녀가 말하는 일상 속의 잠재적 이미지, 혹은 실제와 시뮬라크르의 구분이 모호해지는 지점에서 읽혀지며 배치된다고 할 수 있다. / 청주미술창작스튜디오
‘실상과 허상의 경계’ 中/ 공지영은 자신의‘그림자놀이’에 대해 “2010년도 작품에서는 아크릴 속에 식물이 들어가 있다. 아크릴박스 밖으로 그림자가 나와 어디로인가 가려 하지만, 그림자이기 때문에 결코 벗어날 수 없는 모습이다.”고 한다. 이러한 언급은 실상과 허상이라는 경계에서 ‘그림자’는 곧 ‘갇힌 현실’의 유임을 말하고 있다. 그래서 그의 작업은 입체적인 오브제인 화분의 형상은 검은색으로 표현되어 있고, 그 검은 형상과 연결된 그림자는 녹색식물의 형상을 하고 있다. 바로 이 부분에서 공지영 작업의 의미가 부각된다. 이를테면, 실상을 투영한 화분의 형상이 검은색으로 실체이면서 그림자가 된다. 그리고 화분의 그림자인 분홍색의 꽃과 식물의 평면적인 형상이 그림자인 실체가 된다. 이른바 실체에는 그림자가 투영되고, 그림자에는 실체가 투영되어 있다. 이 역설은 인간의 가치나 자유보다 제도나 틀이 더 중요한 가치로 전도된 현대사회에 대한 반영이고, 인간의 편리를 위해 모든 것을 하나의 틀 속으로 가두어 놓는 것에 대한 비판적 시각이 담겨있다. 공지영의 작업은 이렇게 사회적 제도나 틀을 통해 통제되고 있는 현대인의 모습에 대한 역설, 바로 ‘그림자놀이’ 이다. 실체를 전제하는 방식의 역설인 공지영의 ‘그림자놀이’는 영상을 통해서도 매우 잘 드러난다. 대인의 모습이 투영된 화분(제도)과 화분그림자(현대인)는 서로 분리될 수 없을 뿐 아니라, 서로에게 불가분의 관계로 설정되어 있다. 이를테면 제도적 틀과 그 틀 속에서 살아가야 하는 한계에 대한 설정이다. 공지영은 “나의 작품은 영상과 설치로 나누어진다. 둘 다 일상성이라는 주제를 가지고 있다. 일상의 메타포로서 아크릴 이라는 하나의 틀 안에서 인간들은 각자의 삶을 살아가는 모습을 보여주거나, 벗어나려 하는 사람들의 모습도 나타난다. 그렇지만 아크릴이라는 틀 안에서 결코 벗어날 수 없는 모습이다. 영상작업에서도 마찬가지로 그림자는 밖을 향해 나아가지만 이내 다시 돌아오는 모습을 반복적으로 보여준다. 이 작가는 아크릴이라는 재료가 갖는 투명성을 통해 안과 밖이 시각적으로 상호 소통되는 설정으로 보다 강한 메시지를 보여준다. 실상은 그 속에 갇혀 있어 서로가 더 이상 나아갈 수 없는 경계의 지대에 놓인 현실, 결코 그 속에서 한 치도 나아 갈 수 없는 투명한 현실의 역설을 본다. 이렇게 공지영의 ‘그림자놀이’는 설치나 영상도 제도적인 틀 속에서 벗어날 수 없는 현실을 역설적으로 보여주는 방식을 취한다. 이 작가가 보여주고자 하는 자아에 갇힌 현실은 이중의 구조로 형상화된다. 예컨대 안과 밖, 실제와 가상, 현실과 이상, 실상과 허상 이라는 대립항의 구조를 매우 역설적으로 보여 줌으로써 보다 설득력을 발휘하고 있다. / 김옥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