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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EONGJU MUSEUM OF ART 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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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준기 : 타자의 초상 Kim Jun Ki : Portrait of othe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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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가명
  • 전시기간 2013-02-14 ~ 2013-02-24
  • 전시장소 청주미술창작스튜디오

전시개요

텅 빈 거울풍경의 허무를 넘어 

김준기의 작업은 유리와 거울로 매개되는 다양한 이미지의 반사와 충돌, 중첩 등을 이용해 현실과 허상의 다양한 시각경험을 작품으로 표현해 왔다. 특히 유리와 거울이라는 특수한 재료의 물성을 현대성의 기호이자 상징으로 해석하고 끊임없이 모호한 시각경험들을 주로 표현해왔다. 김준기가 제시한 도시는 현란한 시각 이미지의 경험을 마주하는 불안이자 그러한 불안을 반사하는 주체들의 텅 빔, 즉 세계의 현란과 주체의 텅 빔을 동시에 보여주는 거울풍경이다. 이 반사된 거울풍경의 도시는 평면화된 만화경의 세계처럼 우리를 허무의 정경으로 이끈다. 도시가 보이는 기호와 상품, 이미지의 반영된 거울풍경들은 우리의 지각과 인식을 넘어서서 환각적인 신기루를 창출한다. 이 환각적인 신기루 위에 펼쳐진 구조적 풍경, 지각적으로 인식되지 않는 구조에 대한 주체의 인식과 반사, 분열된 자의식의 이미지가 중첩되어 김준기의 풍경을 구성한다. 김준기가 보여주는 풍경의 구조는 익숙한 풍경이면서 낯선 풍경이고 결핍과 부재의 텅 빈 허무가 지배하는 차가운 풍경의 그림자 같은 것이다.

 알려진 대로 김준기의 작업은 거울 뒷면을 에어드릴로 갈아내고, 벗겨져 투사되는 면 위에 LED 빛을 투과시켜 이미지를 만들고, 이 이미지를 거울에 비춰진 가변적인 이미지들과 공존, 충돌시키면서 다중의 혼성의 이미지를 만들어 낸다. 이처럼 김준기가 이미지의 다른 층위를 만들어 보여주려는 것은 서로 다른 충위에서 발생하는 이미지와 진실 사이의 구조적 관계를 시각화하려는 욕망 때문이다. 
 금번 작품은 깊이의 이미지와 탈색의 풍경, 유리막 특유의 반사와 검은 정적의 세계를 표현한 작품이 주를 이룬다. 이전 작품이 거울 속 반영이미지 즉 흐르는 풍경의 스침과 그것을 비껴나가는 반영이라면 금번 이미지는 흐르지 않고 고정된 그러나 풍경을 머금고 있는, 풍경 너머의 어떤 메시지를 호출하는 이미지들이다. 일반적으로 거울 속 이미지는 서로를 반영하지 못한다. 거울풍경의 이미지는 서로를 반사하고, 현실을 대신하는 이미지의 나르시스, 즉 자기애와 자기유희의 장소이다. 그러나 김준기의 거울에는 이런 자기애의 풍경 보다 깊은 심연, 현실이 가지지 못한 부재와 결핍의 호출이 깊게 배어 있다. 김준기의 작품은 세 가지 층위로 전개되는데 기하학적 구조속의 도시풍경과 기이한 환상, 시간을 소거한 풍경의 어떤 질서, 기묘한 인물상의 발설 등으로 요약될 수 있다.

우선 ‘기하학적 구조속의 도시풍경과 기이한 환상’을 보자. 김준기가 표현하려고 하는 도시공간에 보이는 구조적인 점선과 기하학적으로 구축된 풍경은 공간을 구획하려는 현대성의 욕망에 근거한 기호화된 풍경이다. 즉 구조는 현대공간성의 상징이고 도시는 이 기하학적 구조속에서 위치 지워진다. 공간의 부감구조와 선형이미지는 형태화된 구조의 단면을 보여준다. 김준기는 이러한 풍경위에 색감을 부여함으로써 사물성과 대비되는 감정을 표현한다. 도시가 보여주는 다양한 사물성의 감정표현, 차다, 어둡다, 반짝인다, 사라진다, 등등은 반사하고 흡수하는 다양한 빛과 이미지들의 풍경을 통해 삶의 의미와 무의미, 텅 빈 실체 등을 표현하고 있다. 특기할 이미지로 휘황한 도시와 전통건축물의 대조는 기이한 환상을 연출한다. <반영된 풍경 1201>과 <반영된 풍경 1203>이 그러하다. 도시풍경이 갖는 이미지의 점멸과는 대조적인 숭고를 보이는 전통건축물은 풍경 단독으로서의 공간 깊이를 보여주고 있다. 기와와 디테일의 깊이감이 풍경속에 반영되어 있다. 

두 번째로 ‘시간을 소거한 풍경의 어떤 질서’는 풍경 자체에 흐릿한 흑백효과를 주어 반영한 작품들을 말한다. 사진과 같은 실제감이 아니면서 풍경의 기묘한 느낌을 배가시키는 작품들을 말하는데 <반영된 풍경 1211> 등이 대표적이다. 표현을 좀 더 가다듬어야할 요소는 있지만 바위무늬와 나무 표현들이 회화적으로 표현되어 있어서 가능성을 제고시키고 있다. ‘시간을 소거한 풍경’이라는 표현은 전제적으로 양괴감은 있으나 텅 빈 것 같은 느낌을 주는 것을 말한다. 텅 빔은 거울과 유리의 반사와 심도, 그 속의 공간감에 기인한 것이다. 박제화된 시간속의 공간과 영원한 정지를 보는 듯한 <반영된 풍경 1212>도 매우 공을 들여 한 작품이지만 아직은 표현이 부자연스럽다. 대체적으로 흑백의 화면이었을 때 효과적인 이런 작품들은 얼어붙은 그리고 정지한 숭고를 보는 느낌이다.

세 번째로 ‘기묘한 인물상의 발설’은 인물에서 표현된 비실재적인 강렬함으로 그것이 ‘회화적’ 이라기보다는 조각적인 느낌에 가깝다는 데서 ‘기묘한’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부조의 화면위에 전개된 조각의 파편 같은 느낌, 촉각적인 어떤 결을 느끼게 한다. 이미지와 공간에 의해 오버랩된 이중풍경이 보이는 인물 표현으로 측면에서의 전개보다도 정면상이 효과적이다. 타인에게 무언가 발설하려는 듯한 인물의 전개는 그러나 사라지고 없어져버릴 것 같은 인물의 비현실적 반영이고 빛의 환영 같은 모습들이다. 아직은 에어드릴의 갈아내고 벗겨내는 작업수행이 더 진척되어야할 숙제를 갖고 있지만 정면상으로 보이는 인물의 눈에서 사물 너머의 진실을 바라보려는 깊은 심연, 아직 반영되지 못한 존재의 얼비침을 볼 수 있다.
 풍경 너머의 깊이에 천착한 금번 작업은 정지된 풍경의 가능성을 세 개의 층위에서 실험하고 있다. 김준기는 기호와 이미지의 자기애와 자기유희의 거울풍경을 넘어 그러한 거울이 비춰주는 부재와 결핍을 도시와 일상, 자연과 인물의 ‘구조적’이고 ‘기묘한’ 그리고 ‘소거된’ 어떤 질서의 풍경으로 연출하고 있다. 이러한 풍경의 연출은 기하학적 구조와 자연풍경의 대비에서 잘 나타나 있다. 사건과 인물, 이미지의 일상성을 벗어난 어떤 주요한 모티브의 힘을 연출하고 거울을 통해 이야기 하고자 하는 것이 김준기의 작업 방식이다    

일상에 층위에 깃든 환각적 신기루의 구조풍경에서는 주체적인 어떤 시점을 가졌다고 할 수 있지만 이제는 그러한 수많은 층을 압축적으로 바라보는 시각이 필요하지 않을까 한다. 사물과 사물의 수많은 유사성의 연속과 불연속을 바라보는 사건과 순간의 징후 그리고 그러한 것을 발견하는 감수성 등이 풍경에서 요청된다. 그러한 풍경의 압축, 구조를 바라보는 현상의 진실 등이 거울풍경의 허무를 넘게 할 것이다.   류철하/ 전시기획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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