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이 갈수록 그 어떤 것도 확신하기 어려워진다. 무엇이 더 옳다고, 마땅히 그래야만 한다고 믿으며 그것을 실천으로, 운동으로, 제도로 만들어 나가는 일련의 흐름은 너무나 위험해 보인다. 내가 유일하게 안심하고 확신할 수 있는 것은 세상 그 어느 것도 (나로서는)정확히 알기 어렵다는 것이다. 나의 작업들은 매 순간 결정을 유예한 결과물에 가깝다. 나는 얇은 철망을 겹치고 엮은 뒤 그 위에 빛을 비추어 그림자를 만듦으로써 어느 순간에만 온전히 드러나는 인물들을 만든다. 주로 이도 되고, 저도 되는 상황에 처한 사람들이다. 그들은 바람에 흔들리거나 의도치 않은 배경에 드리워지면서 장면을 구체화하기도 하지만 그게 아니라면, 어떤 것도 선택하지 못하고 공중에서 부유하는 모습으로 존재하게 된다. 작업들은 관람객의 시선과, 작업이 위치한 방향과, 빛의 각도와, 그림자가 맺히는 장소에 따라 매 순간 다르게 보인다. 그 중 어느 것을 보았다고 해서 작업을 온전하게 보았다거나 제대로 보지 못했다거나 말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나 또한 이미지가 어떻게 귀결되어야만 하는가 하는 문제에 관해서는 여전히 확답을 내리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 김보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