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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지희 Lim Ji Hee : 별 일 아니다 Nothing happens Nothing happe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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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가명
  • 전시기간 2014-01-18 ~ 2014-01-28
  • 전시장소 청주미술창작스튜디오

전시개요

작업이 널 자유케 하리라

나는 작품에 관한 원고를 의뢰 받았을 때, 될 수 있으면 내가 많이 알고 좋아하는 스타일의 작품 일 때 쓰겠다고 한다. 그렇지 않으면, 넘 부정적인 글로 비판을 넘어 작가에게 상처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솔직히 말해서 이번 임지희의 작품에 관한 평론을 의뢰받고 많이 방설인 것이 사실이다. 그래서 작가를 한번 만나보고 결정하자는 마음으로 미팅을 하게 되었다. 나는 이번 글에 임지희의 작품에 보이는 현대미술에 관한 판단과 형식적인 내용보다 작가로서 작업을 한다는 다소 인간적이고 심리적인 얘기를 해보고 싶다. 처음에 반신반의한 마음으로 작가를 만나고 생각이 바뀌는 과정, 작업의 방향이 달라지고 작업실을 방문하는 여정 등 매우 수필적인 기행문 형식의 글이 될 듯하다.

작가는 30대 초반의 여성으로 미대를 졸업하고 작업과는 무관한 직업들을 전전하며 자신의 능력과 장점을 인정받지 못하며 무기력하게 살아가는 비정규직 근로자였다. 사회성과 소통력이 부족해 보이고 다른 일에 보람과 성취감을 못 느껴서 자포자기의 삼정으로 스스로 운둔의 길을 걷게 된다. 그런 그가 지금은 작품의 소재가 되어 버린 무의식(unconscious)속 꿈의 세계에 빠져드는 시기이기도 하다. 그런 평범하지 않은 과정을 겪으면서 좌절감의 돌파구로 다시 작업하는 작가로 돌아온 것에 대한 절실함과 생존, 자존감에 대한 무게감이 느껴졌다.

현재, 임지희의 주변 환경과 소외, 은둔상태는 작업하기에 완벽하리만큼, 절박한 상황인 듯하다. 비유가 맞을지 모르겠지만 19세기말 당시의 아방가르드(avant-garde)로서의 고독했던 후기인상주의(post-lmpressionism) 화가들의 절박했던 상황과 매우 흡사하다. 왜 생뚱맞게 2013년에 19세기를 찾느냐고 하겠지만, 작업은 19세기 정신으로 무장이 되어야 한다고 나는 믿는다. 요즈음, 이런 벼랑 끝에서 작업이 유일한 구원이라는 절박함으로 작업에 임하는 30대 작가들을 본지가 오래되어 작가를 더욱 알아봐야겠다고 생각했다. 이점이 현재 작품의 내용과 수준보다 가능성을 보게 만들었다. 솔직히 첫 번째 만났을 때, 보여줬던 작품의 절반 이상은 삽화수준이라고 혹평을 해주었다. 작가 안에 눌려있는 자존감을 회복하고 작업으로 발산한다면, 대단한 뭔가를 보여줄 수 있다는 가능성에 자신 있게 모진 말을 질러 버렸다. 물론, 19세기말 고독한 작가정신을 갖고 있다는 애정표현도 살짝 흘리긴 했지만.. 하지만, 그럴싸한 스토리와 환경이 작품을 대변해 주지는 않는다. 작품은 냉정한 결과물로 말할 뿐이다. 그리하여 이번 워크샵에 내 나름대로 계획에 없었던 새로운 시도를 하게 되었다. 첫 번째 미팅에 작가에게 미션을 주고 두 번째 미팅 때 점검하는 방식인데 어찌 보면 조력자의 월권 같지만, 작가 내면에 억눌려 있는 잠재의식(subconscious)을 약해진 자존감에서 끌어내고 싶은 나의 과잉 열정 때문일 것이다. 작업실에서 미팅하기로 약속한 날이 다가오는데 미리 작품이 보고 싶었다. 나의 충고가 약이 됬을지, 독이 됬을지 걱정 반 기대 반으로 진행 중인 작품을 사진으로 보여주길 요구했다. 작가는 변화의 길로 가기 시작한 듯했고 자신의 잠재의식 속 언어를 끌어내기 시작했다. 걱정은 기대감으로 바뀌어 작품을 직접 보고 싶어 졌다. 원고를 정중히 거절 할 뻔한 작가에서 작품이 보고 싶어지는 작가로 환골탈퇴(換骨脫退)하는 데는 며칠이 걸리지 않았다. 그만큼 작가의 내면에 예민한 감수성과 작가의식이 내재되어 있었기에 물꼬를 터주기 만해도 주체할 수 없이 발산되었다고 생각한다. 나는 청주창작스튜디오 워크샵에 세 번째 조력자로 참가하는데, 앞선 두 명의 작가는 자신의 조형언어가 확고한 상태에서 말 그대로 조력자의 조언에 그쳤다면, 이번은 좀 더 색다른 경험과 보람을 느끼고 있다.  글의 제목대로 임지희의 작업이 그를 자유 케 하기 시작한 것이다. 나도 덤으로 자유를 간접 경험하고 말이다.

사회에서 직장에서  업무성과 불량자이고 고정관념과 편견에서 방관자이자 루저(loser)였던 작가는 사회의 통념에 밀려서 버렸던 작업을 통해 진정한 리더(leader)이자, 승리자의 길로 차를 갈아타고 있다.이런 기대감으로 청주에 있는 스튜디오로 향했다. 변화된 작품을 본 소감은, 결론부터 말하자면 최고의 반전을 시작하고 있었다. 우선, 작품의 재료를 자유롭게 다루고 표현에 거침이 없어 보여 좋았다. 색감도 작가의 느낌과 잠재의식을 표현하기에 모노톤이 어울렸다. 왠지 화려한 색감과는 어울리지 않는 정서를 가지고 있다. 내가 변화를 요구했을 때, 시도했던 캔버스의 유화 작품을 보여 주었는데 작가와 맞지 않는 조합이었다. 그래서 작가는 스스로 재료를 연구하고 새로운 표현을 위해 특수한 붓을 만들어 사용했다고 한다. 이런 노력의 결실로 특별한 느낌과 아우라가 느껴지는 작품과 마주했다. 목탄의 맛을 살리면서 차별화된 표현기법으로 덜 그린 듯하지만, 더 그릴 필요 없는 그러면서 작가 임지희의 정서와 잠재의식을 건드린 듯한 인상을 받았다. 서두에 언급했던 꿈에 관한 이색적인 스토리들이 파편화되어 무의식 속의 자아와 혼재되고 상징화된 형상으로 오버랩되고 있었다.프로이트(Sigmund Freud)는 꿈의 해석(interpretation of dreams)에서 “스치고 지나가는 사소한 것들이 꿈의 재료가 된다”는 견해와 달리, 칼 구스타프 융(Carl Gustav Jung)이 말한 것처럼, "자신이 뇌리에 강하게 인식된 기억은 잠재화되어 회상 될 때마다 무의식의 색으로 변색되어 꿈의 언어로 나타난다"는 주장이 현실이 되어 버리는 순간이다. 특히 시선을 끄는 형상은 '천을 뒤집어 쓴 인물' 이다. 이것은 은둔하던 시절의 자아를 상징하는 것이기도 하고 지우고 싶은 기억에 대한 자기 방어 기제(ego defense mechanism)의 수단으로 읽혀지기도 한다. 그리 고, 꿈과 현실을 넘나드는 작가의 특별한 의식의 흐름은 트라우마(trauma)에서 시작된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나는 내가 근무 중인 미술관의 특성상 수많은 드로잉작품을 경험했고 지금도 진행형이다. 재료적인 다양성과 특이한 기법이 첫 인상에는 들어오지만, 더 중요한 것이 작품에서 느껴지는 진정성이다. 그건 조금은 작가로서 타고나야 하는 부분이다. 기발한 아이디어와 뛰어난 테크닉의 소유자라도 범접할 수 없는 영역인 셈이다. 1차 미팅을 하고 한 달 반이 지나서 자신의 작품제작 방식을 버리고 새로운 방식으로 변화된 것도 놀라운데 시작 단계에서 자신의 조형언어를 거침없이 표출하는 데에 두 번 놀라게 되었다. 어설픈 포트폴리오를 보여줬지만, 작가와의 대화중에 느꼈던 잠재력을 현실로 보게 된 보람과 희열을 무엇에 비유 할 수 있을까?

난 다시 작가에게 새로운 임무를 부여했다. 작품 설명회까지 40여 일 동안, 살아오면서 자신의 내면에 억눌렸던 사건과 상처들..즉, 트라우마를 꺼내보길 말이다. 작품에 있어서 진정성을 담보하는 것은 중요한 일이지만, 더욱 중요한 것은 한명의 인간으로서 상처를 치유하는 과정이 필요하고 그 행위가 작업이라서 의미가 있다. 이번 미팅 중에 작가에게서 인상적인 말을 들었다. 재료를 바꾸고 작업하는 과정이 매우 즐거워 졌다고 말이다. 가볍게 흘려버릴 수 있는 이 말은 매우 중요한 의미를 담고 있다. 가능하면 과정도 즐겁고 작업 내용으로 과거의 상처들을 정화(cathartically)시키는 행위이면 최선이 아닐까? 그런 작품은 좋은 작품이 안 되기 어렵다. 여러분들이 이 글을 읽을 때 쯤 이면, 작가 자신의 내면과 더욱 근접한 진정성(authenticity)에 직면해 있을 것이다. 이제, 이전 보다 작품이 좋든 실망스럽든 그건 큰 의미가 없다. 작가는 이미 작업으로 인해 자신의 인생이 자유로워지고 있음을 느낄 것이다. 한결 밝아진 작가의 미소, 작업과정이 즐겁다는 말, 작업을 통해 회복되고 있는 자존감이 행복한 사람임에 틀림없어 보인다. 사람에 따라 종종 진리가 아닌, 작업이 그 사람을 자유케 하는 게 맞는 것 같다.  손성진/ SOMA미술관 큐레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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