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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원 Yoon Seok Won : 자라나는 것 들 Growing Things Growing Thing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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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가명
  • 전시기간 2014-02-20 ~ 2014-03-02
  • 전시장소 청주미술창작스튜디오

전시개요

작가노트

'자라나는 것 들' 은 지난 개인전『미뤄진 것 들』의 연장선에 있는 전시다. 지난 전시가 과거의 특별한 경험을 소재로 했다면, 이번 작업들은 나의 현재의 생활주변에서 마주한 여러 순간의 경험을 다룬다. 어떠한 기억들은 시간의 흐름에 따라 끊임없이 변하고, 그에 대한 감정 또한 달라지게 되는데, 나는 이러한 기억의 생태성과 배타적인 면모에 집중해, 변해가는 기억과 감정의 한 순간을 그려낸다. 개인과 사회 그리고 미디어가 만들어내는 많은 틈 사이에는 모순과 역설이 가득하다. 유한한 삶을 모두가 영원 할 듯 살고 있다. 그럼에도 그런 풍경 뒤에는 늘 각자의 이야기가 있다. 나는 그런 풍경 속으로 들어가 섣불리 소통하려들기보다는 적당한 거리를 둔 채 고요하게 바라보고 마음속에 다시 비춰 보려한다. 나는 작업을 통해 어떤 종류의 진리나 영원성을 얻으려 하기보다는 삶이 가능한 모든 영역을 샅샅이 규명하려 한다. / 윤석원

기억의 생태학

 ‘기억’이라는 것은 생태적인 유기적 존재를 지칭하는 단어가 아니라 인간을 포함한 생명체의 의식에 남겨지는 과거의 잔상 혹은 감흥, 감각 등에 대한 일종의 현상을 가리키는 단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우리는 이 ‘기억’이 처음 머리 속에서 형성되는 순간부터 이미 점점 그 형태가 작아지거나 사라지거나 혹은 왜곡, 변형 등을 거치면서 객관적인 정보보다는 주관에 의한 재구성이 이루어지고 있음을 경험한다. 그것은 마치 생명체가 변화하는 듯한 느낌이다. 점점 나이를 먹으면서 가끔 병에 걸려 잘라내거나 치료하면서 더 나아지거나 퇴화하거나 하는 몸뚱이처럼 기억이라는 놈은 어느 순간 예전 그대로가 아닌 모습으로 우리 머리 속에서 끊임 없이 변해가고 있다.

윤석원 작가의 회화 전시 <미뤄진 것들>에 초대되어 처음 그의 작업에 대한 설명을 들으며 대면한 ‘기억’의 풍경들은 나에게 생물의 성장과 같은 움직임의 한 장면들과 같은 인상을 주고 있었다.  화면 속의 이미지는 매우 정교하면서도 부드럽게 배경과 대상이 함께 어울거리고 있었고, 표면에 흩뿌려진 듯 간간히 눈에 띄는 반점이나 스크레치는 이 사실적 풍경화가 수집된 사진의 필름이 오랜 시간 동안 보관되면서 퇴색되어가고 있음을 드러냈다. 게다가 흑백에 가까운무채색 톤은 이미 사라진 색채의 기억, 그 형상의 잔상만이 남아있는 현장의 인상을 그리고자 하였음을 보여주고 있다.

윤석원 작가는 평소에 수집한 사진, 영상 등의 미디어 자료의 이미지를 활용하여 <기억과 감정에 관한 삼부작>의 첫 번째 단계로서 올해 2013년도부터 <미뤄진 것들>전을 구성하였다. 이 전시의 풍경들은 과거 그가 여행했던 장소들의 기록을 되짚으며 만들어낸 이미지이다. 분명 눈으로 직접 보았으며 사진으로도 기록하였을 과거의 어떤 장소들인데 2012년부터 2013년 즈음에 이들을 화폭으로 옮기면서 원래의 이미지에 대한 인상이 자꾸 변형되고 있음을 스스로 감지하고 있었다. 이미지를 선명하게 묘사하는 대신에 희미한 흔적만을 남기고 사라질 듯 남겨진 희뿌연 포커스아웃(focus-out) 효과를 내며 마무리한다. 오래된 영상 필름 위의 스크래치나 흰 반점 같은 표현들이 화면이 어느 영화 속 한 장면처럼 표면을 아른거리게 만든다. ‘Museum’(2012)을 비롯한 석상들을 대상으로 한 이미지들은 오랜 세월 동안 세워져 있던 유물과도 같은 오브제 본래의 웅장함, 비장미, 영원 불멸의 고귀함 등을 드러냄과 동시에 화면으로 옮겨지는 순간까지 담아 둔 그 기억들에 개입된 시간성을 붓질의 흔적으로써 드러내고 있다. 표면에서 드러나는 이러한 흔적은 관람객과 작품 속 이미지 사이의 일종의 막과 희뿌연 경계를 만들어, 보는 이가 화면 속으로 몰입해 들어가는 것을 방해하고 있다. ‘Chandelier’나 ‘Flower’ 등의 장식적인 이미지 속에서도 이러한 시간의 막은 존재한다. 순간적인 반짝임 역시 시간의 흐름에 존재하는 과거의 이미지이고 현재는 그때의 반짝임에 대한 인상만이 남겨진다.

 작가의 작업의 과거사를 들여다보면 그는 자신의 기억뿐 아니라 자신이 태어나지도 않았던 과거 시간대의 인물-가령 아버지의 젊은 시절-의 경험을 기반으로 하여 남겨진 흔적을 좇아 화면에 담기도 하였다. 그것은 남겨진 사진을 보고 그린것이라 꽤 그럴싸 하지만 이는 훨씬 더 자신의 경험이 배제된 장면이다. 그리고 인터넷이나 신문 등을 통해 접한
기사들에 대한 이미지 컷들을 모아서 중첩시키고 뒤섞으며 한 화면을 복잡하게 구성한 이미지들(2011년 Ambivalences전을 통해 선보인) 또한 직접적인 경험은 아니다. 하지만 이때는 정보 속에서 접한 사건에 대한 감정 이입이 꽤 강했다고 한다.  그 복잡하게 얽힌 이미지들을 들여다보면 주로 정부에 항거하는 시민들 혹은 학생들이 군의 진압 앞에 무력하게 쓰러지고 있는 장면들이 눈에 띈다. 이에 겹쳐진 또 다른 이미지는 자연재해인 쓰나미에 휩쓸리고 있는 무력한 모습이다. 작가에게는 그 당시 실제로는 인터넷으로 접하였던 사건들이었고 이는 국내외 비슷한 사건을 모아서 중첩시킨 이미지이기도 하다. (<간밤의 소식들>, 2011) 이 즈음 또한 눈에 띄었던 환경문제에 대한 뉴스도 작가의 소재가 되었다. (<푸르게 더 푸르게>, 2011)  이처럼 윤석원 작가의 초기 작업은 사회 전반에서 벌어지는 사건들에 시선을 두고 있었던 태도가 주를 이룬다. 신문이나 인터넷 등 우리가 매일 접하고 있는 뉴스 매체의 주변부에서 감정을 내세우며 반응하고 있는 우리들의 모습, 혹은 타인의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직접적인 경험이 없이 쏟아지는 뉴스들에 대해 마치 실제로 경험한 듯 생생한 정보를 쉽게 찾을 수 있으며 이에 대한 감정을 표현하기도 한다. 우리는 이미지로 모든 것을 판단하고 이미지로 모든 것을 납득하곤 한다. 존재하는 현장과 실물보다 그를 둘러싼 이후 반응이나 그 아우라에 열광한다. 그것은 새로운 기억과 새로운 실재를 만든다. 간접 체험을 통해 우리가 보고 있는 윤석원 작가의 작품 이미지는 과거의 그 당시의 이미지가 아닌 머리 속에서 다시 한번 각색된 이미지이다. 작가에게는 사회의식을 가지고 현실을 직시하고자 그렸던 이 시기의 그림이 직접 경험에서 파생되었던 감정이 아니었다. 그래서인지 그는 더 이상 사건사고의 보도 속에서 감정의 흐름을 찾아내는 작업을 그만두었다. 짐작컨데 경험하지 않은 것들에 대한 감정은 일정한 패턴 그 이상을 얻어내기가 그리 쉽지는 않았을 것이라 여겨진다. 그의 작가노트를 읽어보면 이러한 심증이 확실해진다.
 
“하나의 사건은 발생 시점으로부터 시간이 지날수록 점차 주관성을 키워간다. 그 일의 사실관계는 물론 감정 또한 처음의 상태와 달라진다. 그 기억이 개인에 속한 것인지, 민족이나 국가 등 공적인 부분에 놓여 있는 것인지 상관없이 기억은 여지없이 배타성을 발현한다.(2013년 개인전<미뤄진 것들> 작가 노트 중)”

 다시 지금으로 돌아오면 그의 작업은 주로 스스로의 경험에 점착되어 있다. 그 경험 속에서 기록되었던 사진들은 캔버스 위에 고스란히 올려질 수 없다. 그 당시의 장면이 남아있지만 그 장면 속에 들어와 있는 세세함에 대한 기억은 이미 퇴색되어 있다. 결과적으로 그는 그 당시의 아름다웠던 감흥, 스쳐 지나갔던 거리 풍경의 인상들을 재생시키면서 새로운 화면을 구성한다. 앞으로의 <기억과 감정에 관한 삼부작>작업에서의 두 번째 시리즈 <자라나는 것들>은 현재의 경험을, 세 번째 시리즈 <만난 적 없는 것들>은 태어나기 이전의 흔적을 다루게 된다고 한다. 초기 작업에서의 사회의식에 대한 시선을 본인 주변부로 두고 실제 보고 느낀 것을 긴밀하게 다루고자 하는 그는 결국에 다시 마지막 시리즈를 통해 본인이 경험하지 않은 시간의 이야기를 표현하고자 한다. 시간이 흘렀을 때의 내 안에서 생경하게 변해버린 기억의 풍경을 드러내고 있는 윤석원 작가가 다시 다루게 될 “기억의 배타성”이 2011년도의 작업 속에서 표현했던 간접체험의 결과물과 다르게 또 어떤 풍경으로 새롭게 비추어질지 궁금하다.  김인선/ 스페이스 윌링 앤 딜링 큐레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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