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미술창작스튜디오 아티스트 릴레이 19번째로 김해진의 전시를 진행한다. 김해진의 회화작업은 도시풍경 더 세밀히 말하면 건물의 옥상을 소재로 잔잔한 삶을 은유한다. 옥상은 건축물의 맨 꼭대기에 위치한 장소로서 지붕의 쓰임이면서 혹은 지붕이 아닌 혹은 외부와 맞닿아있는 공간이면서 열려져 있는 심리적인 장소이기도 하다. 김해진의 화면은 주체가 옥상 안에서 그 장소를 대변한다기보다 그 건물 밖에서 관조자의 대상으로 포착해낸다. 대상으로서의 옥상은 부서질 듯 한 시멘트 덩어리, 빨래건조대, 버려진 낡은 인형, 풀, 이끼 등 어떤 공간을 허락 없이 은밀하게 망원경으로 탐닉하듯 포착해 낸 타자적 공간이면서 익명의 공간이다. 김해진은 어쩌면 관음자적인 그 시선으로 풍경이 아닌 타인의 공간을 자신의 정물대에 올려놓고 그 공간과 흐르는 시선, 현재를 비켜가는 시간을 섞어 현실과 다른 이상을 연출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또 김해진의 공간은 훌륭하게 다듬어진 이데아적 공간이 아닌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혹은 말할 수 없는 텅 빈 주체, 대상으로 인식된다. 김해진의 또 다른 작업으로 옮겨본다. 폐 시멘트 덩어리들이 전시장을 가득 메우거나 벽에 던져지듯 발라져 있는 작업은 그가 겪었던 도시의 환상을 가감없이 폭로하는 하나의 기호들이다. 오래된 정취를 간직해온 풍경은 자본의 그늘로 사라지고 육중한 시멘트 덩어리로 가득한 도시의 욕망을 그려낸다. 서서히 메말라가며 퇴색하고 금새 벽에서 떨어져 부서져 내리는 시멘트 회화는 서정적인 옥상을 그린 회화 너머 뒤편에 현대의 물질적 욕망이 건축되고 있는 어떤 불편한 시대의 사태다. 김해진의 작업들은 팍팍한 도시의 삶, 공간에서 잃어버린 시간을 반추하며 김해진이 바라본 이시대의 감성을 녹녹히 전달한다. / 청주미술창작스튜디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