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청주미술창작스튜디오 아티스트 릴레이전 20번째로 김찬송의 작업을 선보인다. 김찬송은 스튜디오 3개월 프로그램에 입주하면서 그간의 작업에 대한 진솔한 과정을 회화와 드로잉에 담아내면서 이번 전시를 선보인다. 김찬송의 그간 작업들은 자화상, 즉 자신의 신체를 주인공으로 표현한다. 화면 가득 드러난 누드는 자신을 모델로 일상을 재현한다. 텁텁하고 거친 붓질로 시원스럽게 그려낸 신체는 어떤 대상보다도 그 메시지의 전달이 강하다. 자신을 모델로 기용한 자화상은 얼굴은 지워지거나 반쯤 잘려 그렸으며 온전한 신체를 드러내기보다 어떤 은유의 번역에 더 가깝다. 몸에 걸쳐진 숄, 누워 있거나 의자에 앉아 있는 포즈, 혹은 그림을 그리고 있는 포즈는 어딘지 모를 익명적인 관찰자로 드러내는 것이 아닌 자신과의 교감을 드러내는 것이다. 전면 자신을 투사하고 자신의 신체를 드러냄으로서 발견되는 자아의 쾌감은 그녀가 매번 느끼는 현존과 부재, 현실과 비현실의 사이에 내재된 숨겨진 욕망을 보여주는 것이다. 김찬송은 자신의 신체라는 대상을 화면에 그려냄으로서 신체(정신)의 안과 밖, 나와 타인의 사이, 불안한 인간의 오묘함 등 다층적인 경계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청주미술창작스튜디오
나는 타인 앞에서 내 모습을 보이는 것이 불편하다. 그것은 부끄러움이라는 감정과도 비슷하다. 마치 내 몸의 기관이 서로 연결되어 있지 않고 따로 존재하는 것 같은 부자연스러움을 다른 이가 눈치 챌 것만 같다. 그 때의 어색한 나는, 타인 앞에서 내가 곤란한 문제가 되었다고 느낀다. 다른 이들은 자신의 몸을 완벽하게 통제하는 것처럼 보이며 자연스럽다. 그렇지 못한 나는, 내가 어떤 경계밖에 서 있다고 느낀다. 그 곳에서 내 신체의 부분 부분은 연결이 끊어진 채 각각 따로 존재하는 것 같다.
본래 나는, 내가 시작된 최초의 집 안에서 ‘분할됨’을 경험하지 않은 상태였다. 그것은 존재하는 모든 것이 결국 ‘나’로 귀결되는 곳이었다. 그 곳에서 나는 분할되지 않은 충만함을 경험했다. 하지만 더 이상 그 곳과 하나가 아님을 깨닫는 동시에 나는 그 곳에서 배출되었고 바깥으로 진입했다. 그 곳에서 나는 다시 최초의 집을 강하게 열망하며 그것의 대체물로 두 번째 집을 만들어낸다.
그 곳에서 내 몸에 완전히 빠져들던 나는, 어느 순간 갑자기 내가 바깥의 존재라는 것을 다시 깨닫는다. 그 순간 친밀했던 두 번째 집은 내게 더 이상 전과 같지 아니하며 공포의 대상으로 변한다. 내가 어떠한 부분을 뱉어내야 하는지, 오히려 내가 축출되어야 하는 것인지 모호한 상황 속에서 낯선 내 몸은 즉각적인 발작을 시작한다. 그리고 그 속에 내재되어 있던 불안한 타자가 경계를 흐리며 드러나기 시작한다. / 김찬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