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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EONGJU MUSEUM OF ART 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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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희웅 Jin Hee Woong : 그것은 당신이 어딘가에서 가져온 것이 아니다. 그것은 어딘가에서 당신이 그들을 받아들인 것이다. It’s not where you take things from - it’s where you take them to It’s not where you take things from - it’s where you take them t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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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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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가명
  • 전시기간 2015-02-26 ~ 2015-03-08
  • 전시장소 청주미술창작스튜디오

전시개요

공무원시험 학원 광고 포스터 위에 놓인 천장 마감재 조각 위의 파인애플 자르는 법 설명서 옆 비스듬히 놓인 형광등은 무엇을 하고 있는가(‘빛이 들어오는 중입니다’, 2014). 그릇 위에 올라선 플라스틱 의자와 발끝을 맞대고 우뚝 선 삼선 슬리퍼, 주둥이에 호스를 끼운 생수통들은 모여 대체 무엇을 하고 있는가(‘랜덤 액세스’, 2013). 여기에는 사물들을 한 작품이라는 기운으로 묶어 지배하고 있는 미묘한 긴장감과 그 긴장을 쪼개는 사물들 사이의 힘의 관계가 병존하고 있다. 사물들 사이에서 일어나고 있는 방백, 독백 혹은 대화가 한데 뒤섞여 조그맣게 와글거리는 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근작들에서 진희웅이 제시하는 사물들의 배치는 시각화된 소리 콜라주 같은 느낌을 자아낸다.

이미 있는 사물을 가져다 작업의 재료로 삼는다는 점에서 진희웅의 작업은 20세기 서양미술사의 유산들을 얌전히 이어받은 겉모습을 하고 있다. 그러나 진희웅의 작업은 레디메이드에서의 차용하려는 욕망과는 달리 사물에 대해 탈소유적인 태도를 취하고, 미니멀리스트 조각과 비슷한 양태를 보이지만 실은 관람자의 존재를 적극적으로 필요로 하지도 않는다. 이렇듯 진희웅의 작업들은 미술사의 계보를 안전하게 탐색하는 쪽보다는 오히려 미술사의 유산들을 부정함으로써 정의될 수 있다.

우연히 발견한 사물들이 진희웅의 작업을 이룬다. 주로 그 사물들을 이전에 소유하고 사용했던 이들이 이용가치가 소진됐다고 판단해 버렸을 것들이다. 이렇게 물성과 의미가 이미 한 차례 물 빠지듯 지워져 버린 사물들을 고르는 데서 작업이 시작된다. 그 다음 작가는 한 번 더 사물을 비워낸다. 작가가 고른 사물들에는 그때마다 작가가 처한 시공간과 사회경제적 조건들이 불가피하게 강하게 드러날 법하지만 그가 제시하는 사물들은 전시공간에서 들어와서 그런 사정은 모르는 척 시치미를 떼고 있다. 작가 이전의 사용자가 의미를 버리고, 작가가 또 의미를 비워낸 자리를 덮는 새 언어를 입고 있기 때문에 그렇다.  진희웅 작업의 사물들은 자의적 언어의 완결된 조각들로서 존재한다. 본연의 물성이 빠져나간 사물에, 작가는 물화된 언어를 덧입히고, 새 언어를 입은 사물들을 간의 관계를 이리저리 얽는다. 사물들로부터 나온 여러 겹의 발화들은 겹쳐있거나, 엉켜있거나, 평행을 이루거나 하며 공명한다. 진희웅이 사물을 쓰는 법을 일상의 사물마저도 예술이 될 수 있다는 시각으로 본다면 안일하고도 틀린 접근이라 하겠다. 진희웅은 전시라는 매체 혹은 장위에 사물들을 위치시켜 작가가 각각의 사물에 재부여한 사물의 언어와 의지 등이 발산되도록 만든다.

진희웅은 미술 장에 들어온 사물이 따를 법한 전통적 서사를 전복시키고, 온통 사물에 둘러싸여 살아가면서도 둔해진 관람객들의 인지감각을 거듭 전복시킨다. 그렇게 새로운 언어를 입은 시각적인 사물들이 만들어내는 언어의 중첩이라는 청각적 심상을 다시 시각화하는 작업의 구조와 질서 속에서 진희웅의 사물들은 조용하지만 쉴 새 없이 와글거리고 있다. 원래 무엇이었었는지 모른다는 듯이, 그 기원을 지워준 것이 누구인지 모른다는 듯이, 지금의 언어를 본디부터 입고 있었다는 듯이.  김효정/ 미술이론

작가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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