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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승재 Shin Seung Jae : Long Naked Reservoir Long Naked Reservoi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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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가명
  • 전시기간 2015-03-12 ~ 2015-03-22
  • 전시장소 청주미술창작스튜디오

전시개요

청주미술창작스튜디오 23번째 아티스트 릴레이 전시는 신승재작가의 작품으로 전시된다. 신승재의 이번 작업들은 이전 작업들의 아카이브란 카테고리안에서 자신과 관련된 개인들의 역사를 추적하고 채집한다. 가족의 추억록인 옛 사진들의 이미지를 채집하는 과정에서 만들어진 내러티브들을 어떤 구조로 연결된 스토리로 구성한다. 그 연결된 이야기들은 들여다보면 젊은 시절의 아버지와 어머니의 기념사진들부터 그들이 만남의 과정 또한 작가자신이 탄생하기 전후 가족이 만들어지는 기념적인 빛바랜 옛 사진을 통해 재현한다. 각 개인의 지내온 삶이라는 시간 속에 얽혀진 실타래 같은 이야기와 그 숨겨진 이미지들을 층층이 퇴적물이 쌓인 저수지에 빗대어 이야기를 전개한다. 이렇게 신승재는 캔버스에 자신의 가족에서 비롯되는 자신과 둘러싼 시간적 감각을 커다란 저수지의 이미지에 얹혀 한 개인의 역사가 어떻게 중층적인 구조로 읽혀지고 보여주고 있는지를 실험한다.  청주미술창작스튜디오

기록-장치로서의 회화

전 세계가 아카이브 열풍에 사로잡혀 있다. 특히 비서구권 국가들은 전쟁과 식민의 역사로 지워졌던 과거를 되찾기 위해 노력 중이고 서구중심역사관에서 자국중심역사관을 재배치(reconfiguration)에 매진하고 있다. 사실 인터넷과 SNS가 일반화되면서 공적 기록은 물론이고 사적 기록까지 자동으로 아카이빙 되는 게 현실이다. 아카이브가 편리해짐에도 불구하고 아카이브에 관한 집착은 점점 더 강화되는 듯하다. 어쩌면 이러한 열풍은 자연스러운 것일지도 모르겠다. 왜냐하면 과거 아카이브는 특별한 행위, 아마도 공적 목적을 지닌 행위였다면 이제 누구나 쉽사리 아카이브를 할 수 있기에 어떻게 아카이브를 할 것인지, 그 형식이나 방법에 따라 유사한 정보라 할지라도 의미 전달이 바뀔 수 있음을 감지했기 때문이다.
인류는 어떤 방식으로든 기록을 남겼다. 단지 활자화 된 문서나 이미지뿐만이 아니라 인류가 생산한 모든 문명의 산물이 곧 인류의 삶과 활동을 대변하는 정보가 될 수 있다. 역사의 경우, 텍스트 중심의 종적 역사와 콘텍스트 중심의 횡적 역사를 직조해 사건을 종합적으로 분석한다. 그렇다고 씨실과 날실이 엮인 이 역사를 객관적이라 부를 수 있을까? 최근 들어 행해지는 아카이브는 이미 낡아버린 역사를 새로 쓰기 위한 수단이기도 하다. 역사 안에 들어가지 못한 민중의 이야기, 주류의 역사가 아니기에 소외되었건 소수의 이야기가 역사가 아닌 현재형으로 이동한 과거로 재생되는 것처럼 말이다. 하지만 궁극적으로 아카이브란 이러한 문화적 현상만으로 이해되기는 어렵다. 이는 중심과 주변 사이의 헤게모니에 균열을 일으키려는 문화적 저항이기도 하지만 다른 한편에서는 새로운 문화자본을 생성하기 위한 수단이기도 하다. 이러한 관점으로 보자면 아카이브 열병은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겠지만 반드시 그런 것만도 아니다. 자크 데리다는 아카이브란 새로운 질서에 맞게 기록물을 분류하는 것인데, 아카이브의 전제란 ‘재생산’이라고 강조한다. 즉, 아카이브란 수집과 분류에 멈추는 게 아니라 이를 통해 지속적으로 과거를 재생산하는 데에 있다. 물론, 어떤 질서로 과거 혹은 기억을 재배치하는 것인지에 따라 재생산된 결과물들은 달라질 것이다.

회화로 아카이빙을 할 수 있을까?

짧은 아카이브에 관한 의견은 신승재의 작업에 다가가기 위한 디딤돌이다. 신승재는 회화 매체로 아카이빙을 한다는 가정으로 작업을 진행 중이다. 그가 아카이브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는 2012 런던 올림픽의 문화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올림픽 정신을 되찾기 위한 아카이빙 작업 커미션을 받으면서 부터였다. 당시 작가가 만나게 된 기억은 스웨덴 출신의 한 여성 체육 교육자였다. 그녀는 몸을 단련하는 체육 교육을 통해 몸의 가치를 재해석하는데, 이 같은 그녀의 활동은 내외부적 신체의 변화는 물론이고 사회적 변화를 이끌어냈다고 평가받았다. 더 나아가 이러한 변화는 여권이라는 젠더의 영역까지 확장시키기에 이르렀다. 신승재에게 이러한 경험은 종적인 개인의 이력이 횡적인 사회문화적 영토로 연결되었는지를 추적하는 계기가 되었다. 그의 작업의 핵심은 이러한 역사로 편입되지 않은 한 개인의 삶을 따라가는 과정을 회화적으로 ‘재생산’하는 것이다. 그는 자료를 뒤지고 분류하는 아키비스트로서의 작업을 거친 후 여기서 발견한 자료들의 이미지를 회화로 ‘재해석’한다.

회화적 재해석과 아카이빙

사실 아카이브란 나름의 질서를 갖는 게 중요하다. 마치 한 권의 책이 완성되려먼 서문, 목차, 본문과 결론, 참고 문헌 목록 및 색인 목록이 뒤따르는 것처럼 말이다. 그러나 실제로 그의 전시에서는 아카이브의 개념을 지시할 수 있는 구체적인 질서를 제시하지는 않는 듯하다. 대신 그의 회화가 주는 질감, 색감, 표면 등 조형적 성질들은 어딘지 모르게 과거를 재생한 것처럼 보이는 ‘감각적 공감대’를 선사한다. 이후 <아카이브 리서치: 세계는 회색이다>라는 전시는 후기 조선시대부터 분단의 역사 그리고 1970년대 남한 개발 시대까지의 종적 역사를 발췌해 회화를 비롯한 다양한 매체로 과거를 이미지, 소리, 회화로 ‘재생산’한다. 기록물을 활용한다는 점에서는 아카이빙 방법을 사용하고 있다고 볼 수 있으나 작가가 추구하는 ‘회화적 아카이브’는 여전히 애매한 상태로 남아있는 듯하다.

사적 접점으로서의 아카이빙

그렇다면 신승재의 아카이브는 실패한 것일까? 아니면 아카이브의 개념을 잘 못 이해하고 있는 것인가? 아카이브에 옳고 그름은 없다. 단, 작가가 놓치고 있는 부분은 아카이브라는 용어와 개념을 다소 순진하게 사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아카이브는 단순한 기술일 수도 있지만, 이 기술은 놀라울 정도로 방대한 영역에 사용될 수 있다. 아카이브의 정치성이 바로 여기에 있다. 역설적으로 (서두에 언급한 것처럼) 아카이브 열풍이 번지는 현상은 획일화 된 역사관에 대한 저항으로부터 출현하였다는 점이다. 그렇기에 작가에게 아카이브라는 개념에 대한 보다 심도 있는 이해와 연구가 필요한 이유일 것이다.

감각적 문화기술지에 의한 아카이브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카이브가 공적 체제 속에 편입되어야만 하는 것일까? 사실 아카이브란 개념도 이를 구현하도록 도와주는 일종의 언어 체계 없이는 성립이 불가능할 것이다. 인류학과 사회학에서 사용하는 문화기술지 혹은 민족지(ethnography)는 이미 1960년대 서구 미술에서 활용한 방법론이었고 이는 곧 절대 역사관에 반항하여 도시, 장소, 국가를 다른 관점으로 관측하려는 시도였다. 문제는 민족지적 관점도 전형화•정형화의 덫을 피하지 못하고 이른바 주류와 비주류, 다수와 소수 문화 간의 표준을 따르는 점이었다. 즉, 민주주의 이념을 바탕으로 한 정치적 올바름으로 시작된 문화기술지적 접근이 사회적 분류체계로 편입되면서 인종, 민족, 젠더, 종교의 기표를 더욱 강화시킨 셈이 된 것이다. 현대 사회학과 인류학도 이러한 한계를 인정하고 이를 극복하고자 노력 중이다. 그렇다면 미술에서 사용하는 민족지적 접근은 어떻게 활용될 수 있으며 더 나아가 신승재가 회화라는 낡은 매체를 사용해 특정 대상들 (장소•인물•지역•사건•시대 등)을 ‘아카이빙’한다는 의지를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회화적 아카이브”라는 조형적 문화적 시도에 관한 보다 구체적인 논의를 위해서는 아래 열거된 질문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다.  / 정현  미술평론가

1. 아카이브에 최적화된 다양한 뉴미디어가 아닌 올드미디어만의 아카이빙의 차별성이 가능한가?
2. 작가가 언급한 주관적 아카이빙이란 정보 중심의 아카이빙과 달리 정보를 회화적 감각의 논리로 전환하는 게 가능한가?
3. 만약 2의 질문이 가능하다면 이러한 접근이 갖는 가치는 무엇일까?
4. 그렇다면 정보화 아카이브가 아닌 회화적 아카이브란 문화기술지가 아닌 감각기술지로 확장할 수 있는가?
5. 아카이브의 운명은 불가피하게 권력의 장에 흡수될 수밖에 없다. 어쩌면 신승재의 회화적 아카이브는 반 아카이브적인 접근에 가깝다고 볼 수 있다. 아카이브의 역설이란 태도를 통해 그의 작업을 대변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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