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청주미술창작스튜디오는 입주기간동안 작품성과물을 프로젝트 형식으로 선보이는 아티스트 릴레이 프로젝트를 진행한다. 아티스트 릴레이 전시는 스튜디오 전시장에서 그간 작업했던 결과물에 대한 보고전시로 해마다 작가 자신의 기존의 성향과 틀에서 벗어난 새로운 감각과 역량을 보여주는 전시로 진행된다. 비평가, 큐레이터 등 외부 전문가들과 작가들 만나 작업의 다양한 면모를 풀어내고 나눠보는 어드바이져 워크숍을 통해 그간의 작업들을 정리하는 기회를 가져 작업에 대한 폭을 넓혔다. 이에 개인 작업에 집중하는 릴레이 전시 프로젝트로 체류하는 동안 기존 자신의 방법론을 어떤 방법과 의미들을 새로이 전달할 것인가에 초점을 맞춘 실험들을 선보인다. 개별 스튜디오에서 전개하는 독특한 아이디어의 기록과 실험적인 이미지, 불완전한 예술적 의미, 모호하고 불편한 상황들을 전시장에 잠시 머무르며 그런 첨예한 문제들을 관람객과 나눈다. 이에 현장을 찾는 관람객들에게 ‘우리에게 현대의 예술이란 무엇인가’ 라는 질문을 통해 동시대의 미감을 교류한다.
박웅규의 몇 년간 작업들을 나열해보면 성모마리아의 상위로 흐르는 액체 영상 설치물, 가래침 드로잉, 괴물화된 성화를 그려낸 선묘 작업들, 불온한 영상들의 이미지를 애니메이션으로 제작해 자신의 사적인 경험들과 병치시키며 한 공간에 드러낸다. 박웅규의 작업들은 이 종교적 제스츄어와 실험들로 그 재현적 현상을 해체시키고 그 상징성에 의문을 제기한다. 자신의 유년시절부터 제기했던 의문들, 특히 우리가 가져야 할 순수한 고결함의 강조들의 덧없음에 반기를 들고 그 단단한 제단에 비천함의 이미지를 들이대는 것이다. 이에 그의 전시공간은 그가 성스럽게 억압받던 제단의 모습과 흡사하게 연출한다. 이 제단의 이미지는 자신의 유년시절 어두운 성당에서의 공포스러운 도취의 기억과 유기적으로 작동되는데 거대한 성물과도 같은 대칭의 드로잉 연작과 108번뇌를 은유한 애니메이션 연작으로 전시된다. 특히 전시장 정면 양쪽에 배치되는 붉은 색 선묘 작업은 자신의 고행을 하나씩 풀어나가듯 그려져 불교의 수행적 태도를 그대로 보여주고 있으며 또한 108개의 장면이 병치된 붉은 색 애니메이션 영상도 이와 연계되어 무관하지 않다. 이렇게 종교적 해석들로 가득한 박웅규의 작업들은 그 범주의 씬에서 매우 역설적인 자신의 이야기를 덧대어 해체될 욕망을 그려나간다. 그 욕망은 다시 원으로, 다시 종교로, 나와 타자의 밖으로 선묘된다. 이렇게 그의 작업들은 자신의 불온하거나 모호한 상황, 모든 시간과 연결된 타자의 영토, 어떤 오래된 공통의 몸통에서 실재하지 않을 상상적 형태로 자유로이 분열하고 도주한다. 이것이 박웅규의 실천적 대상이자 그의 상징 없는 상징이다. / 청주미술창작스튜디오
Statement
모조교의模造敎義-DUMMY DOGMA
교의(dogma)는 어떤 종교의 핵심 이념을 말한다. 종교가 추구하는 근본 취지로써, 종교는 교의를 위해 수많은 의식, 형식들을 다져왔다. 이것들은 도식과 도상으로 취합되어 오랫동안 이어져 왔다. 그리고 그것은 종교의 세속화가 이루어진 현재에도, 대중문화 속에서 다양하게 재연되어 왔다. 나는 그러한 종교의 형식과 도식들. 사람을 도취시키는 도상과 의식들을 토대로 작업으로 재구성한다. 원래의 종교의 것에서 이미지를 빌려오지만, 미디어에서 2차 창작된 종교적 도상들을 다시 가지고와 작업으로 재구성하기도 한다. 이것들은 본래의 종교적 의미와는 무관하게 나름대로의 교의적 상징성을 연출한다. 그러나 본인 작업의 형상들은 텅 빈 기호의 집합체나 다름없다. 이번 전시 모조교의(Dummy dogma)는 이러한 텅 빈 교의, 혹은 모조된 교의를 뜻한다. 가짜-괴물화된-성화를 그리는 더미 시리즈(회화), 가짜-의식을 재연하는 애니메이션, 그리고 가래를 성물화 시키는 조각 작품까지. 모조된 교의는 역설적으로 본인 작업이 가지는 핵심 교의인 셈이다. / 박웅규
박웅규는 추계예술대학교 동양화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 대학원을 졸업하였다. 졸업 후 첫 개인전 [불온한 일치](세덱아트갤러리, 서울, 2015)를 열었다. 주요 전시로는 하이브리드_새로운 시각(청주미술창작스튜디오, 청주, 2016), 쿤스트 독 아티스트 클러스터(갤러리 쿤스트 독, 서울, 2013), 공장미술제(선셋장항페스티벌, 장항, 2012), 불안과 불완전(현대미술공간 C21, 서울, 2012), Boiling point(갤러리 쿤스트 독, 서울, 2011), 아시아프(성신여대, 서울, 2010)이 있다. 현재 청주미술창작스튜디오 10기 작가로 참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