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청주미술창작스튜디오는 입주기간동안 작품성과물을 프로젝트 형식으로 선보이는 아티스트 릴레이 프로젝트를 진행한다. 아티스트 릴레이 전시는 스튜디오 전시장에서 그간 작업했던 결과물에 대한 보고전시로 해마다 작가 자신의 기존의 성향과 틀에서 벗어난 새로운 감각과 역량을 보여주는 전시로 진행한다. 이에 올해 10기 작가들의 전초 전시로서 선보였던 전체 입주작가전은 어떻게 개개인의 코드와 미적 언어들을 하나의 전체성으로 풀어낼 것인가가 관심이었다면, 그 후 전문가의 어드바이져 워크숍은 그간의 작업들을 정리하는 기회였다고 볼 수 있다. 좀 더 개인의 실험적 작업에 집중하는 릴레이 전시 프로젝트는 스튜디오에 체류하는 동안 기존 자신의 방법론을 어떤 방법과 의미들을 새로이 전달할 것인가에 초점을 맞춘다. 개별 스튜디오에서 전개하는 독특한 아이디어들의 기록과 실험적인 날 것의 이미지, 불완전한 예술적 의미, 모호하고 불편한 상황들을 전시장에 잠시 머무르며 그런 첨예한 문제들을 관람객과 나눈다. 이에 현장을 찾는 관람객들에게 ‘우리에게 현대의 예술이란 무엇인가’ 라는 질문을 통해 동시대의 미감에 대해 교감을 나눈다.
이에 여덟 번째 아티스트 릴레이전시로 신용재의 전시를 선보인다. 신용재의 그간의 작업은 기록이라는 방법론을 통해 캔버스 화면에 전개해온 작가다. 주로 개인적인 심상에서 나오는 감성에서 출발해 사회적인 사건까지 텍스트와 함께 그날 그린 풍경을 소재로 기록한다. 매일 기록하는 이 신용재식式 하늘 풍경은 그날 자신의 시간의 카테고리에 있었던 사건, 심상을 마주하는데, 심리적인 시간과 시간의 지속, 사유를 그대로 재현하려는 또 다른 해석이자 태도라고 볼 수 있다. 특별히 자신이 고안한 하늘풍경은 어떤 주체의 대상으로 고정되어 있다는 아이러니를 단숨에 넘는 시지각적 동체이자 욕망의 분출구이며 희망적 매개체다. 이렇게 매일 매일을 기록하는 그에게 하늘풍경은 자신에게 주어진 시간을 담보로 담아내는 담지체이며, 새로운 시각의 사건이 발생하는 시뮬라크르의 장이다. 사유의 장에서 ‘모든 시간, 사건, 욕망을 기록하기’라는 풀이로 하늘이라는 대상은 타자화의 대상이다. 대상과의 사이에서 보이지 않는 순간을 기록하는 이 신용재식式의 순수 개념은 어떤 회화적 방향으로 가는 공가능성의 차원으로 이해된다. 이렇게 매일을 기록하는 신용재의 하늘회화는 개인적인 욕망, 희망을 그대로 적시하고 있음에 또 다른 변별력의 구조를 지닌다. 이번 전시인 ‘기록-무대’라는 주제는 그가 매번 바라보는 하늘이라는 주체에서 어떤 세계를 야기시키는 에네르기-시간을 그려내는 것이며, 매번 변하는 시시각각의 이미지를 고정되지 않은 ‘움직이는 사유’를 이끌어내는 것이다. 또한 캔버스의 이미지는 그가 매번 마주하고 있는 잠재태의 하늘에서 어떤 심리적 욕망의 풍경으로 해석하여 연속되는 시간의 고리에서 분출되는 내면의 특이성을 고찰한다. 잠재적이거나 불연속적인 찰나적 감각에서 그는 이 하늘이라는 무대에 역동하는 자신의 삶에 대한 원천과 카오스를 반추하며 무수한 층위의 질서와 인식의 질료를 만들어 내는 것이다. 청주미술창작스튜디오
statement
‘하늘을 쳐다보는 건 짧은 순간의 망각을 즐기기 위해서다.’ 하늘은 나의 현재 상황에 대한 회의감이 들 때 바라보는 대상으로 복잡한 감정들을 순간적으로 잊을 수 있다는 것에서 부터 시작되었다. 하늘이라는 대상은 누구의 소유물도 아니고 항상 우리 곁에 있으며 보편적인 존재다. 이를 바라보며 사람들은 공통된 언어로 말하기도 한다. ‘가을 하늘은 아름다워’. 아름답다 후련하다 등의 내면의 감정들을 표현한다. 나에 대한 회의감은 지속적이고 하늘을 바라보며 계속된 의심에 고심하며 위안을 함께 얻으려 한다. ‘기록, 그 첫 번째 시작’에서 하늘과 건축물을 통해 시대상를 알아 가고 그 상황 속에 대한 나의 생각이나 감정들을 표현하였다. 건축물의 이야기를 알아보고 찾아가 경험하며 그곳에서 바라본 하늘을 그렸었다. ‘기록, 소중한 것들을 위하여’ 라는 주제로 작업을 진행하였을 때 자신의 주변에 변해가는 상황들을 느끼며 그들을 위하는 작업을 하였다. 가령 상을 당한 지인의 슬픔을 나누기 위해 자신은 돌아가신 날의 하늘을 그리고 그 하늘을 기억하고 위로하는 의미에서 하늘을 드렸다. 또는 친구의 행복한 결혼식 날을 하늘을 통해 기억하라고 그 날을 그렸다. 세월이 변해가는 모습 속에서 느껴지는 감정들을 솔직하게 표현해 내는 것이 또한 작업의 방향이다. 이 작업들을 통해 하늘은 자신의 일상생활을 기억할 수 있는 길이 되었다. 우연찮게 일기처럼 메모한 글들은 하늘을 통해 다시금 읽어볼 수 있게 되었고 그림을 통해 그 당시의 기억을 떠올릴 수 있게 되었다. 날짜와 텍스트의 등장은 그 당시 내가 바라본 하늘을 설명적으로 사람들에게 이야기 해 준다. 사람들은 날짜와 텍스트를 바라보고 자기만의 하늘을 떠올리기도 하고 그린 하늘을 감정적으로 바라보며 그 당시를 회상하기도 한다. 세 번째 주제였던 ‘기록, 낯선 곳의 기억’에서 하늘은 나에게 너무 익숙한 존재였다. 낯선 장소에 있으며 긴장되고 불안한 마음들은 하늘을 바라보며 안정되고 편안해져 갔었다. 하늘은 친구 같았다. 친숙함에 위로받고 익숙함에 당연해지고 나는 어느 덧 무심함으로 돌아 섰는데 익숙해져 간다는 과정이 이런 것의 반복이 아닌가 싶었다.
현재 진행하고 있는 작업은 밖에서 하늘을 보고 그릴 때의 나의 느낌을 전시장에 옮겨 놓는 것이다. 왜 하늘을 그리세요?? 라는 질문에 나는 아직도 망설인다. 그 질문은 너 작업 왜 하니? 라는 말과 같다. 내 삶에 대한 이야기를 다 나누려 한다는 것은 힘에 겨운 일이고 남 또한 그럴 것이라 생각한다. 그러기에 글이 필요하고 무심한 하늘을 바라보며 나의 생각들을 정리한다. 기억은 쉽게 잊혀지므로 기록해 놓아야 하며 텍스트와 하늘이 함께 공존해야 나 자신이 만들어 진다. 하늘에서 겉보여지는 모습들은 나의 외적인 모습과 같다고 생각하고 자신의 본질은 하늘의 존재에 대한 불변 없는 진리와 소통하려 한다. 옥상에서 계속된 하늘 그리기는 자연에서 느낄 수 있는 힘을 통해 자신을 의심하지 않고 믿어 나갈 수 있는 행동의 근본이 되는 힘을 얻고자 하는 것이며 그러함으로 세상과의 대화를 계속한다. 작가노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