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청주미술창작스튜디오는 입주기간동안 작품 성과물을 프로젝트 형식으로 선보이는 아티스트 릴레이 프로젝트를 진행한다. 아티스트 릴레이 전시는 스튜디오 전시장에서 그간 작업했던 결과물에 대한 보고전시로 해마다 작가 자신의 기존의 성향과 틀에서 벗어난 새로운 감각과 역량을 보여주는 전시로 진행된다. 비평가, 큐레이터 등 외부 전문가들과 작가들 만나 작업의 다양한 면모를 풀어내고 나눠보는 어드바이져 워크숍을 통해 그간의 작업들을 정리하는 기회를 가져 작업에 대한 폭을 넓혔다. 이에 개인 작업에 집중하는 릴레이 전시 프로젝트로 체류하는 동안 기존 자신의 방법론을 어떤 방법과 의미들을 새로이 전달할 것인가에 초점을 맞춘 실험들을 선보인다. 개별 스튜디오에서 전개하는 독특한 아이디어의 기록과 실험적인 이미지, 불완전한 예술적 의미, 모호하고 불편한 상황들을 전시장에 잠시 머무르며 그런 첨예한 문제들을 관람객과 나눈다. 이에 현장을 찾는 관람객들에게 ‘우리에게 현대의 예술이란 무엇인가’ 라는 질문을 통해 동시대의 미감을 교류한다.
14번째 작가 박한샘의 작품전을 개최한다. 그간 작품을 보면 박한샘은 전통적인 수묵으로 담담히 풍경을 재현하며 대상과 인식의 현상을 연구하는 작가다. 수묵 연구에서 오롯이 담긴 정신적 틀은 그가 재현하고자하는 대상과 이미지, 시간성에 대한 충분한 매체이며, 자신의 시각적 기호를 담아내는 담지체다. 그는 수묵의 결을 그려가며 그린다는 행위가 갖는 회화적 질문을 통해 대상과 시각의 사이에 존재하는 다채로운 시간의 결을 공감케 하는 것이다. 감지된 대상(섬, 풍경)과 감성의 추상적 층위(시간, 욕망, 생성)의 사유를 구체적으로 드러내는 것, 그 이미지의 언표를 반복해 내는 것이 박한샘이 그려내는 회화들이며 이미지, 구조다.
최근 박한샘의 작업은 자신이 여행하며 관조한 실경을 바탕으로 담담하고 촘촘하게 ‘섬 시리즈’를 그려낸다. 근래 발표한 작품 <털미섬_6>(2016), <목섬>(2015) 등 ‘섬 시리즈’는 그가 잠재적 층위의 수묵을 자신의 회화적 어법으로 드러낸 결과들이며, 자신이 인식한 풍경 이미지를 그대로 재현하는 실경화이다. 박한샘의 섬 그림은 바다를 배경으로 인공이 거처하지 않은 작은 무인도부터 어떤 유래를 가진 소도의 풍경을 자연에 혹은 역사에 푹 담긴 오랜 시간적 대상으로 그 몸체를 그려 낸다. 화선지에 그린 이 담백한 흑백의 풍경은 바다 위 홀연히 솟은 섬이라는 몸을 찬찬하고 세세한 분절로 그려내고, 또 무수히 각인된 시간의 틀로 열어놓는다. 오랜 풍화로 시간의 뼈대를 그대로 드러낸 표면의 절벽과 숲은 섬의 살과 표면, 혹은 경계를 드러내듯 묵선으로 드러나며 또 다른 의미의 잠재성으로 확장된다. 이 잠재성이 가득한 묵선은 인식의 이미지로, 또 회화적 의미에서 풀어내야할 문제의 장으로 연결되는 도화선인 것이다. 이렇게 자신의 눈앞에 펼쳐진 지각의 대상인 섬은 의미의 대상으로 서서히 드러나는 그림의 주체이자 수많은 교감과 차이를 반복하는 경험의 외관이다. 이에 이번 전시에서는 그간의 사유와 연결되는 이미지를 확장하는 또 다른 실험을 보여준다. 그의 회화적 대상인 섬 그림은 다시 어두운 공간 속에서 찰나의 빛으로 번쩍이며 보는 자의 망막에 포착된다. 그가 진중히 그려낸 이미지들은 순간의 망막에 각인되며, 이미지의 순간이 인식으로 드러내는 것이다. 이 겹겹이 쌓은 대상과 보려는 주체사이의 경계에서 또 다른 박한샘식의 회화적 출구를 발견하는 것,이번 전시의 사유이자 발생적 개념이다. 청주미술창작스튜디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