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청주미술창작스튜디오는 입주기간동안 작품 성과물을 프로젝트 형식으로 선보이는 아티스트 릴레이 프로젝트를 진행한다. 아티스트 릴레이 전시는 스튜디오 전시장에서 그간 작업했던 결과물에 대한 보고전시로 해마다 작가 자신의 기존의 성향과 틀에서 벗어난 새로운 감각과 역량을 보여주는 전시로 진행된다. 비평가, 큐레이터 등 외부 전문가들과 작가를 만나 작업의 다양한 면모를 풀어내고 나눠보는 어드바이져 워크숍을 통해 그간의 작업들을 정리하는 기회를 가져 작업에 대한 폭을 넓혔다. 이에 개인 작업에 집중하는 릴레이 전시 프로젝트로 체류하는 동안 기존 자신의 방법론을 어떤 방법과 의미들을 새로이 전달할 것인가에 초점을 맞춘 실험들을 선보인다. 개별 스튜디오에서 전개하는 독특한 아이디어의 기록과 실험적인 이미지, 불완전한 예술적 의미, 모호하고 불편한 상황들을 전시장에 잠시 머무르며 그런 첨예한 문제들을 관람객과 나눈다. 이에 현장을 찾는 관람객들에게 ‘우리에게 현대의 예술이란 무엇인가’ 라는 질문을 통해 동시대의 미감을 교류한다.
17번째 전시로는 신혜정의 작업을 선보인다. 신혜정은 그간 자신의 작업에 타자를 적극적으로 끌어들여 프로젝트를 완성하는 작품들을 진행해 왔다. 이는 어떤 특정 지역과 기억을 환기 시키는 공간, 이슈를 바탕으로 인터뷰와 리서치, 퍼포먼스로 연계되어 기록된다. 이를테면 최근, 여행을 주제로 참여자들과 동행하며 진행했던 ‘낭만여행(2016)’과 오래 만남의 장소였던 다방을 주제로 극장 공연을 했던 프로젝트 ‘다방구’(2015)와 수봉다방 프로젝트(2014), 철거되기 전 한 달간 건물의 기록을 남긴 작품 ‘철거전’(2013) 등이 그러하다. 이처럼 참여자들의 적극적 개입을 바탕에 둔 작업들은 자신과 타자, 예술의 특수성과 보편성, 개인의 시간과 역사, 집단의 기억과 망각사이에 만들어 지는 이미지를 공유하고자 하는 장치이자 퍼포먼스이다. 이번 청주스튜디오에서의 작업도 같은 맥락에서의 접근으로써 관람객들을 작업에 개입시킨 작업들을 보여준다.(꽃 얼굴 프로젝트, 2017) 또한 이번 전시에서 신혜정은 자신이 쓴 짧은 이야기를 시각적으로 이미지화시킨 무대설치 작업도 함께 전시 할 예정이다.
신혜정의 짧은 이야기는 픽션과 우화의 형식을 빌려 삶을 대하는 자세와 삶의 불안감 등에 대해 이야기한다. ‘파란 양복의 남자’, ‘열 한 개의 다리’, ‘머리카락 요정 이야기’, ‘천국’ 등의 글 속에서 읽혀지는 내용의 의미는 작가의 의도와는 다르게 모호하고 중의적인 이미지로 다가오기도 한다. 이에 이번 전시에서 신혜정은 이 글들을 가지고 만든 작은 인형극 무대(puppet show)와 무대를 위한 설치작품을 보여줄 예정이다. 일반적으로 극장의 무대는 어떤 극을 위한 장소와 사물을 재현하는 물리적인 공간의 의미가 크지만, 신혜정의 무대 작업은 글의 의미에서 비롯된 은유와 상징의 기호로 만들어진 또 하나의 ‘이미지 부호’다. 신혜정은 자신이 쓴 글의 내용을 이미지로 기호화하여 무대 배경으로 그리거나 설치한다. 또 무대에 설치된 작위적 이미지들과 의도되지 않았던 모호한 분위기를 탐색한 후 다시 글을 쓰고 각색하는 등의 반복적인 놀이(play)를 통해 하나의 작업을 완성한다. 무대작업 중 인형극 무대와 설치작품은 작가에 의해 실제 공연을 하기 위한 공간으로써 존재하게 되며 영상으로 기록된다. 극의 내용은 어설픈 행동을 하거나, 소음을 내고, 단편적인 문장을 낭독 하는 행위이다. 신혜정은 공연이라는 형식을 빌려 자신이 만든 이야기를 보여주는 방식에 대해 고민해왔다. 그래서 무대를 만들고 그 무대를 설치하는 것, 그리고 그 무대에서의 퍼포먼스에 자신과 관람객이 개입하여 또 다른 소통의 의미를 보여주려 하는 것이다. 이는 완벽하지 않고 불안정하며 어설픈 몸짓으로 시각화되지만 신혜정은 이러한 퍼포먼스를 통해 그녀의 작업 속에 존재하는 ‘빈 틈’ 보기를 의도한다. 또한 이번 전시에서 보여 질 ‘꽃 얼굴 프로젝트’도 관람객의 참여로 만들어지는 작업이다. 작가의 글 ‘파란양복의 남자’에 등장하는 존재인 꽃 얼굴과 주인공이 모티브인 이 프로젝트는, 참여자들이 꽃 가면을 쓰고 인터뷰를 하는 프로젝트다. 참여자들은 작가로부터 ‘당신은 부모님의 삶보다 더 나은 삶을 살고 있다고 생각하나요?’, ‘당신이 꾸었던 꿈 중 가장 끔찍했고 기억에 남는 꿈은 어떤 것이 있나요?’ 등의 사적인 질문을 받게 되며 그간 진행했던 참여자들의 인터뷰와 사진은 이번 전시에서 이미지와 영상으로 보여 질 것이다. 전시기간 중 작가의 전시장을 방문한 방문객들을 대상으로 작가는 인터뷰를 계속 이어나갈 예정인데, 관객들이 참여한 꽃 얼굴 프로젝트 사진들은 전시기간 중 전시장을 계속 채워나갈 예정이다. 청주미술창작스튜디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