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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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내
- 작가명 최윤지 Choi Yoon Ji
- 전시기간 2020-02-27 ~ 2020-03-08
- 전시장소 청주미술창작스튜디오 2F + 윈도우 갤러리
- 작품수 10점
- 관람료 0원
전시개요
2019-2020년도 청주미술창작스튜디오는 입주기간동안 작품 성과물을 프로젝트 형식으로 선보이는 아티스트 릴레이 전시를 진행한다. 아티스트 릴레이 전시는 스튜디오 전시장에서 그간 작업했던 결과물에 대한 보고전시로 해마다 작가 자신의 기존의 성향과 틀에서 벗어난 새로운 감각과 역량을 보여주는 전시로 진행된다. 13기 아홉 번째 릴레이 전시로 최윤지 작가의 『공유공간 Open space』展이 오는 2020년 02월 27일부터 03월 08일 까지 2층 전시실과 윈도우갤러리에서 개최된다. 또한 전시개막 행사는 2020년 02월 27일 목요일 오후 5시에 청주미술창작스튜디오 로비에서 진행된다. ■ 청주미술창작스튜디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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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살 즈음에 나는 동네 친구와 함께 아스팔트 도로 위를 청소하며 놀았다. 콘크리트 경계석에 화단에서 딴 나뭇잎을 짓이기며 소꿉놀이를 했다. 튀어나온 블록이나 주차 정지턱에 걸려 넘어지곤 했다. 아스팔트 포장된 도로, 블록 포설된 인도, 용도에 따라 색과 재료가 달리 시공된 길들은 일상의 배경으로써 당연한 형태였다. 길들이 만들어지는 데에는 국토해양부의 건설공사, 관계법령의 규정들과 표준, 공사시방서들의 기준이 작용하고 있기에 우리가 걷는 길들은 몇 가지 형태에서 잘 벗어나지 않는다. 만족되어야하는 조건과 강도, 온도, 시험방법들이 기술되어 있고, 넓이와 구조와 사용되는 재료, 공사의 방법 모두가 범주화 되어있다.
그러나 이 길들은 그 충분히 보았고 이미 알고 있는 모습에도 자꾸만 낯선 불안을 내게 전해오므로, 나는 그곳에서부터 작업을 한다.
불안하고 낯선 기운들은 구체적이며 막연하다.
도시의 길들은 누군가의 노동과 땀과 행위의 결과로 남은 공간이다/행위자는 떠나고 현장은 마무리되어 완성되었다/다른 사람들이 이주해온다/이 곳을 이용하는 사람들은 이 길이 어떤 용도인지, 이 기호가 어떤 약속인지 모두 알고 있다/그러나 이 길이 어떻게 만들어졌는지는 잘 알지 못 한다/공사의 노동자들은 차도, 인도, 광장이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규정과 과정을 알고 있는 직업적 전문성을 가지고 있다/그들은 주어진 설계도면에 따라 공사를 진행한다/공사계획을 세운 주체의 행위만을 대신할 뿐이다/군이나 시 단위 또는 건축물의 설계자가 그 건물을 둘러싼 도로까지 설계를 담당한다/설계는 통행량과 도시의 투과성, 접근성을 고려해 시행규정에서 벗어나지 않는 선에서 미관을 고려해 이루어질 것이다/길들은 노화한다/이것들의 관리에 대해서도 지속적인 점검과 보수에 대한 규정이 마련되어 있다/이 모든 것을 몰라도 내가 이 길을 걷는 데에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그 길들이 이어져가는 면적은 내 몸의 면적으로써 단번에 파악하기 힘든 넓이이다/누구나 길을 걸을 수 있다/누구나가 행인으로 나와 이 길에서 마주칠 수 있다
이전까지 나는 개개의 이유들에서 고른 현실의 장소들을 자의적인 생략이나 변주를 거쳐 미니어쳐 스케일로 만드는 "보도-만다라 시리즈"를 작업해왔다. 그 작업들은 모두 도로의 구조에 초점을 맞춘 것들이었고, 항상 지켜져야 할 형태는 벽면 부조라는 것이었다. 이는 작업을 위해 차용하는 모든 장소들을 앎의 이름 아래 두고자하는 행위였다. 이 시리즈를 진행하며 계속해서 떠오르는 앞의 물음들 하나하나에 대한 해소가 필요하다고 생각했고, 청주에서 지내온 몇 달간 이것들을 풀어보는 일을 했다. 이 전시에는 도시의 공유공간들에 대한 서류, 그림, 부조 조각들이 늘어놓아질 것이다. ‘알지 못함‘의 상태에서 오는 불안과 공포에, 영원히 모두 알 수 없을 것이라는 거의 확정적인 결론에 반응한 나의 행위들을 이 곳에서 마주할 수 있을 것이다. ■ 최윤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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