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2020년도 청주미술창작스튜디오는 입주기간동안 작품 성과물을 프로젝트 형식으로 선보이는 아티스트 릴레이 전시를 진행한다. 아티스트 릴레이 전시는 스튜디오 전시장에서 그간 작업했던 결과물에 대한 보고전시로 해마다 작가 자신의 기존의 성향과 틀에서 벗어난 새로운 감각과 역량을 보여주는 전시로 진행된다. 13기 열 번째 릴레이 전시로 이인강작가의 『언데드 웨이트 Undead Weight』展이 오는 2020년 03월 19일부터 03월 29일 까지 2층 전시실과 윈도우갤러리에서 개최된다. ■ 청주미술창작스튜디오
─────────────────────────────────────────────────────────
선수들마다의 스타일과 특징에 따라 파이팅 포즈는 미묘하게 다를 수밖에 없다. 크게 자세를 같은 스타일의 범주로 엮을 수는 있으나 각자의 리치와 신장, 몸의 두께, 주먹에서부터 팔꿈치의 길이 등 여러 가지 요인에 따라 개인의 포즈는 미묘하게 각각 다르다. 완벽함은 상대적이다. 나는 완벽한 파이팅 포즈를 마이크 타이슨과 반달레이 실바 그 사이 즈음으로 봤다. 목은 거북목처럼 숙이고 앞으로 나와 있고, 목과 함께 등을 수그린 상태로 팔꿈치 사이의 간격은 넓지 않게 몸을 웅크려야 한다. 타이슨의 피커브는 너무 꾸부정하고 실바는 목이 너무 나와 있고 팔꿈치가 벌어져 있다. 나는 그 중간 즈음을 선택해서 포즈를 취했다. 왼손잡이이자 팔이 긴 편인 나는 아웃복싱의 자세가 유리하지만, 나만의 이상적인 포즈를 위해 인파이팅 플레이를 해왔다.
나의 이상적인 포즈는 상대와의 문제가 아니라 나의 내부적인 문제로 실패하게 되었다. 15년부터 시작된 무릎과 어깨의 질환이 문제였다. 무릎의 문제는 햄스트링을 짧게 만들고 허리통증을 유발했고, 왼쪽어깨의 질환의 보상작용은 오른쪽 어깨로 넘어왔다. 10년간 해온 몇 번의 시합과 코치직을 뒤로 하고 걸음마를 다시 시작하듯 재활을 하며 자세를 다시 찾고 있다. 이번 작업은 나의 완벽한 자세 찾기 그 중간 즈음에 있다.
자세를 찾으며 고민하는 요소는 기울기와 무게, 긴장이다. 각도에 따라 어느 정도의 힘으로 중력에 반하는지를 정하게 된다. 그를 지탱하기 위해서는 중심의 무게가 필요하다. 기울기와 무게 사이의 긴장을 만드는 것에서부터 이번 작업이 시작 되었다.
운동 동작인 데드리프트의 데드는 ‘죽은’이 아닌 ‘정지된’의 의미에 가깝다. 데드웨이트는 보통 운송수단에 실리는 화물, 연료 등의 무게를 뜻하기도 하지만 복싱에서는 '군살이 붙은 체중' 이라는 의미도 갖고 있다. 여기에 접두사 Un을 붙여 전시제목을 정했다.
처음으로 작업한 '완벽한 자세'에서 흙을 완전히 밀봉하지 못한 탓에 흙이 반으로 쪼개지며 각목이 무너져 내리는 순간을 봤다. 아직 흙이 완전히 굳지 않아 손으로 눌러 붙여 작업을 다시 세워 놓았다. ■ 이인강
이인강은 경희대학교 미술학부 회화과를 졸업하였다. 주요 개인전으로는 <일기창>(대안공간 눈, 수원, 2018)이 있으며, 주요 그룹전으로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