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à où sommeillent les formes
잠재한 형태들의 자리
Pascal Pesez
파스칼 쁘제
청주미술창작스튜디오 1층 전시실
2022. 07. 20. Wed - 08. 28. Sun
파스칼 작가글
《잠재한 형태들의 자리》 전시에서 선보이는 작품들은 국제 교류의 일환으로 3개월간 청주미술창작스튜디오에서 보낸 시간의 산물이다.
이 곳을 떠나기 전까지 주어진 규모의 공간에서 열리는 전시를 감당하기에 충분한 수의 작품을 창작할 수 있을지 내 역량에 대해서는 확신이 없었다.
이러한 불확실성의 원인은 무엇보다 한국어를 쓰고 말하지 못하는 내 상황이었다.
의사소통이 어려울 터이고 고립될 수밖에 없으리라 생각했다.
나는 읽고 쓸 수 없다는 새로운 상황을 감당해야 할 것이라고, 한마디로 문맹이 될 것이라 예상했다.
내가 알고 있던 것으로부터 벗어나 이전에 내가 보지 못했던 것을 새롭게 찾지 않으면 안 될 상황이었다.
내게 있어 ‘시선의 교착’ 상태를 만들어왔던 모든 것으로부터 벗어나야만 했다.
그러므로 나는 ‘이동’해야만 했다. 물론 물리적으로도 이동했지만 더욱 중요한 것은, 이제껏 내가 의미의 형성에 대해 가지고 있던 나 의 이해 속에서 이동하고, 회화와 드로잉과 색채를 다루던 몸짓에 있어서도 이동해야만 했다.
말을 하지 않거나 혹은 아주 적은 말만 을 하는 침묵 상태로의 이동이며, 달리 말하자면 본질에 충실하게 되는 것이었다.
결론적으로는 아무것도 예측한 바대로 이뤄지지는 않았다. 예상처럼 고립되지는 않았으며, 그 자리를 고립 대신 만남, 교류, 공유, 밀도, 집중, 본능, 행위, 움직임 기반의 회화라는 매체를 가능하게 하는 색깔-몸짓 등이 채웠다.
따라서 나는 여기, 이곳, « 조용한 아침의 나라 »는, 형태의 생성에 유리한 장소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이곳에서 만들어진 작품들이 그것을 증명하리라고 생각했다.
예술의 본원적 기능은 아마도 그 작품들과 작가들이 존재할 수 있게 해주고, 나눌 수 있게 해주는 것일터이다.
무엇이 남게 되든 시선을 초월하는 '여기' 특유의 빛만큼이나 힘차 게 솟아오르게 될 그 희망은 여전히 이어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