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2023 청주미술창작스튜디오는 16기 작가들의 입주기간 창작 성과물을 전시로 선보이는 릴레이 프로젝트를 진행한다. 입주작가 릴레이 프로젝트는 창작스튜디오 입주를 통해서 새롭게 도출된 작가 개인의 작업 방향에 대한 진지한 고민을 일반 관람객에게 소개하는 전시이다. 이번 16기 작가는 총 18명이 선정되었으며, 2023년 2월까지 진행된다. ■ 청주미술창작스튜디오
정재연은 개인과 집단 사이에서 발생하는 집단기억, 기억의 전이 현상에 관심을 두고, 특정 지역이나 국가라는 공동체의 일부로 살아오는 가운데 개인의 기억과 미감, 역사 인식이 어떻게 구성되고 획득될 수 있는지 주목한다. 이번 전시는 대동여지도에 얽힌 김정호 신화를 통해 역사가 실제 사건의 연속만이 아닌 인간에 의해 재구성되어 씌어진 허구일 가능성을 열어 두며, 익숙한 과거를 다시 보기를 제안한다.
전시는 한국인에게 익숙한 대동여지도에 얽힌 김정호의 이야기에서 출발한다. 김정호가 전국 팔도를 돌고 백두산을 몇 차례 오르내리며 갖은 고생을 다한 끝에 대동여지도를 완성했지만, 대원군이 국가 기밀이 새어 나갈 것을 염려해 대동여지도 목판을 압수하고 김정호를 옥에 가둔 후, 목판본도 불태웠다는 이야기다. 이 이야기는 1995년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여러 장의 대동여지도 목판이 발견되면서 허구로 밝혀졌다. 김정호가 대동여지도를 만든 사실에는 변함이 없지만, 대동여지도에 얽힌 이야기는 오랫동안 교과서 뿐만 아니라 TV나 영화에서 보고 들은 것이 세대를 거쳐 정설로 굳어져 사람들의 기억 속에 자리잡았다.
*전시제목인 K-93은 국립중앙박물관의 총 11개의 대동여지도 목판본의 유물 번호이다.
박물관 소장품 중 출처나 근거가 분명하지 않은 유물에 임시 기호 ‘K’를 붙인다고 알려져 있다. ■ 정재연
정재연은 한국예술종합학교 조형예술과를 졸업하고, 영국 첼시예술대학원에서 순수미술을 전공했다. 초기작업에서 작가는 공공장소에서 벌어지는 특유의 상황이나 심리적 변화를 포착하고, 장소의 고유한 맥락에 대응하거나 낯설게 하는 방식을 구사하며, 장소특정적 설치와 퍼포먼스로 장소에 개입하는 작업을 해왔다. 2016년부터 물리적 장소에 개입하는 기존의 작업방식에서 벗어나, 유년 시절 기억의 장소를 소환해 역사에 대한 현재의 인식과 태도, 미감, 권력, 기억의 정치에 관심을 두고 있다. 궁극적으로 작가의 관심사는 지역, 국가라는 공동체의 일부로 살아온 결과로서 개인의 기억과 정체성이 어떻게 구성되고 획득되는가를 추적해보는 것이다. 주요 개인전으로는 《Lost Corner_Memory Archive》, 서울시립미술관 세마창고, 서울(2019), 《Lost Corner》 아트스페이스 그로브, 서울(2018)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