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2023 청주미술창작스튜디오는 16기 작가들의 입주기간 창작 성과물을 전시로 선보이는 릴레이 프로젝트를 진행한다. 입주작가 릴레이 프로젝트는 창작스튜디오 입주를 통해서 새롭게 도출된 작가 개인의 작업 방향에 대한 진지한 고민을 일반 관람객에게 소개하는 전시이다. 이번 16기 작가는 총 18명이 선정되었으며, 2023년 2월까지 진행된다. ■ 청주미술창작스튜디오
닥치는대로 소설을 읽다 보니 언제부턴가 소설 속에서 시대변화를 감지하게 되었다. 사회의 부조리함에 대한 고뇌, 원인과 결과에 따른 나의 후회와 반성 내지 죄의식 청산을 ‘글’이라는 지극히 고루하지만 답이 없는 시각적 이미지로 구현될 수 있는 매체에 집착하게 되었다.
“문자는 남으면서 존재하고, 목소리는 사라지면서 존재한다” (단테의 신곡, 76)
글과 그림이 결합함으로써 전하고자 하는 이야기가 더욱 선명해지고 강화된다. 나는 문자가 아닌 이미지로, 특히 하위문화이자 삼류문화로 일컬어지는 특정 장르 소설 속 감춰진 트릭과 서사를 다시 밝혀내고 드러내는 것에 매력을 느끼는데, 그 이유는 현 사회도 무언가 숨기거나 은폐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것들을 그림 문자로 필사하는 것에 재미를 느낀다. 반복되는 이미지 도상과 음각 도장의 문양은 노동의 흔적이며 혼돈의 세상을 내 나름대로 정리하고 기록하는 일종의 편집증적 행위이다.
샤덴프로이데[1]의 초상은 내 머릿속에서 부유하는 이미지들의 아이코노그래피[2]이다. 문학에서 회화로 장르를 이탈하면서 제거된 문맥이 새로운 세계관을 창조한다.
때문에 명명화된 사물들은 의미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고, 그림 속 도상들은 ‘내러티브’ 라는 뭔가 있어보이는 언어로 우리를 따라다닌다. 반복을 통한 플랫(Flatness), 사실 필연적 인과관계는 없으며, 구체적 내러티브도, 주제도, 주인공도 없다. 나아가 형상 사이에는 주종관계도 없으며, 무게 중심도 없다. 결국 어떤 것도 앞으로 튀어나오거나 뒤로 들어가지 않기에, 모든 형상은 동등(同等)한 형상으로서, 모두 평평해지게 된다. 이미지들만 남게 되며, 이는 도상으로 남는다. ■ 박서연
[1] 독일어인 샤덴프로이데 (Schadenfreude)는, "타인의 불행(freude)에서 은밀히 느끼는 기쁨 (Schaden)“을 뜻하는 상반된 언어로 조합된 단어이다.
박서연은 이화여자대학교 서양화과를 졸업하고, 동대학원에서 석사학위를 받았다. 작가는 회화와 스탑모션애니메이션을 중심으로 다양한 시각 매체를 활용한 작업을 이어가고 있다. 현재는 장르문학 속에서 드러나는 건들 수 없는 사회의 시스템 혹은 도시 역사 속 트릭을 현실 세계로 대입해 은유적으로 드러내고 다양한 이야기의 구조를 만들면서 자신만의 독특한 화법을 형성하고 있다.
주요 개인전으로는 《Guilty Pleasure: 환상몽타주》, 삼각산 시민청, 서울(2021), 《J의 역습》, 갤러리밈, 서울(2021), 《Eye Trick I》, 팔레드서울, 서울(2020), 단체전으로는 《마스커레이드전》,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 서울(2021), 《텅 빈곳_새집의 모양》, 서울문화재단 예술청, 서울(2021), 《제22회 단원미술제_이면의 공간》, 김홍도미술관, 안산(2021), 《실종 감각: 상실, 몽타주, 팬텀》, Gallery 175, 서울(2021)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