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2-2023 청주미술창작스튜디오는 16기 작가들의 입주기간 창작 성과물을 전시로 선보이는 릴레이 프로젝트를 진행한다. 입주작가 릴레이 프로젝트는 창작스튜디오 입주를 통해서 새롭게 도출된 작가 개인의 작업 방향에 대한 진지한 고민을 일반 관람객에게 소개하는 전시이다. 이번 16기 작가는 총 18명이 선정되었으며, 2023년 2월까지 진행된다. ■청주미술창작스튜디오
매끄러움, 매끄럽지 않은
이번 전시는 매끄러움에 대한 욕망을 주제로 (여성의) 몸과 도시 문화를 연결 지어 다룬다. 매끄러운 건물과 도시 풍경 속에 자라 그것에 익숙했던 나는 6년전 서울 을지로에 작업실을 얻은 후 주변 지역의 변화를 목도하게 되었다. 오래된 골목들이 사라져가는 것, 삶의 터전을 잃은 사람들, 재개발 반대 활동가들을 가까이서 접하면서 “매끄럽던” 내 삶을 돌아보았다. 나를 둘러싼 두 세계; 재개발된 아파트와 “재개발될 골목”은 어떻게 만날 수 있는가?
한편, 조금씩 젊음을 잃어가면서 점점 매끄럽지 않아지는 몸과 도시 공간을 연결해보게 되었다. “매끄러움”에 대한 나의 강박과 욕망은 내가 속한 사회의 그것과 닿아 있지 않은가? 이 욕망의 기저에는 무엇이 있으며, 어떤 방식으로 우리에게 파고드는가? 스크린과 삶을 지배하는 “더 매끄럽게!”라는 강령을 어떻게 해체할 수 있는가? 전시작들은 우리를 “매끄럽게” 하려는 익숙한 억압, 나아가 시스템을 재고하고, 그 과정에서의 “매끄럽지 않은” 국면들을 살펴보고자 한다.
이미지, 욕망, 정체성, 스크린
나의 작업은 이미지와 욕망, 몸 사이의 간극에 대한 관심에서 출발한다. 여기서 이미지란 시각적인 것 뿐 아니라 한 사람의 기대와 상상력, 그리고 정체성 등의 정신적인 작용을 포함한다. 이미지-욕망의 문제는 우리가 몸담은 현실 정치의 근간이다. 작업을 통해 젠더, 연령, 인종, 사회적 지위 등 여러 정체성이 교차하며 만들어내는 양립하기 어려운 위치들을 바라보고자 한다. 이를테면 (성적인) 주체이자 대상으로서 이분법적인 가치들 사이에 놓인 여성의 곤경, 강남 출신이지만 작업실이 있는 을지로의 젠트리피케이션 반대 운동을 하며 느끼는 모순 등이 “스크린”을 활용한 작업으로 이어진다. 욕망하는 주체들의 매개물로서 “스크린”은 한 사람이 타인의 시선에서 재현되는 동시에 자신을 표현할 수 있는, 역동적이면서 양면적인 곳이다. 내 작업에서 “스크린”은 그것이 속한 여러 사회 문화적 관계들을 지시하는 동시에 균열을 일으킬 수 있으며, 일견 양립 불가능한 것들을 연결하는 장소이다. ■최민경
최민경은 개인 작업과 공동 작업, 미학적인 실험과 여성주의적 문화 실천을 오가는 활동을 통해, 젊은 여성의 관점으로 가부장주의 시각에 반응해왔다. 주로 영상을 포함한 디지털 매체와 퍼포먼스를 활용하는 최민경의 작업은 지배 문화에서 이미지/욕망이 만들어지는 방식과 그로부터 소외된 것들을 탐구한다. 최민경은 《Re: 생존신고》, 엘리펀트스페이스, 서울(2021), 《Screen Play Screen》, 서교예술실험센터, 서울(2016), 《눈과 눈 사이에서》, 갤러리175, 서울(2018)의 개인전과 이인전을 가졌으며 DMZ 국제 다큐영화제, 서울 국제뉴미디어 페스티벌, 경기창작센터, TOKAS (Tokyo Art and Space), 아키요시다이 국제예술촌(야마구치, 일본), Pier2 (가오슝, 대만), Khalil Sakakini Cultural Center (라말라, 팔레스타인) 등에서 전시와 레지던시에 참여하였다. 한국예술종합학교 미술원과 UCLA, 칼아츠대학원에서 시각 예술과 미디어아트를 공부했고, 동아시아 페미니즘 미술 운동 그룹 내일소녀단의 창단 멤버로 활동하였다. 2022년 현재, 싱가포르 여성 작가 Sit Weng San과 함께 몸과 도시에서 “젊음”에 대한 욕망을 다루는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으며 양국에서 발표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