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자가 길어지는 시간
“사람은 누구나 결핍 하나씩은 가지고 살잖아”
친구가 내게 말했다.
나를 위로하려던 친구의 말이 나는 너무 야속하게 느껴졌다.
지금은 나의 결핍을 견디는 시간.
무력감과 절망감에 숨도 쉴 수 없이 아팠던 시간 속에 있었다.
한낮의 빛은 시간이 멈춘 듯 진공상태처럼 영원히 지속될 것만 같았다.
그 속에서 나는 부유하는 먼지처럼 방황하듯 떠다녔다.
힘이 들 때면 벤치에 주저앉아 지나는 모든 것들을 멍하니 바라보곤 했다.
내 앞을 오가는 모든 것들은 저마다 각자의 그림자를 가지고 있었다.
해가 지기 전 오후의 그림자는 검고 길게 드리워져 있었다.
긴 그림자를 짊어지고 버티고 서 있는 것들은 모두 처연하고 쓸쓸해 보였다.
나만 그런 게 아닐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의 경험들은 결코 나만의 것이 아니다.
우리 모두의 감정들이다.
누구나 우리 보통의 존재들은 각자의 그림자를 가지고 산다.
내가 그리고 싶은 그림자 그림은 안온하지도, 평화롭지도 않다.
햇살을 받아 드리워진 그림자는 켜켜이 쌓인 상처로 얼룩지고 거칠게 표현된다.
이번 작업에는 각자의 상처를 안고 살아가는 존재들의 처연함과 쓸쓸함이 들어있다.
아마도 이 그림이 우리의 상처를 낫게 해주긴 힘들겠지만, 그들의 마음에 공감하고 위로가 되길 희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