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비현실적 상상을 현실로 끌어들여 진지하게 수행해 내고 이를 하나의 경험적 사건으로 기록하여 남기는 몇몇 작업을 진행하였다. 이는 어찌할 수 없는 시간의 흐름과 그로 인해 사라지는 것, 내가 놓쳐버린 수많은 것들에 대한 후회, 박제화 할 수 없는 영역에 대한 나의 소유적인 욕망을 담고 있다. 나는 또한 단단하다고 믿었던 신념과 상식이 파괴되는 지점, 그렇지만 그것이 온전히 비상식적인 것이 아닌 사회의 구조와 제도에서 비롯된 것임을 드러내는 작업도 진행한다. 나에게 주어진 조건(후기자본주의, 한국적 민족주의)들이 사적인 일상 속에서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탐구하는 것도 나의 주된 관심사이다. 두 작업의 범주는 서로 떨어져있으나 그 결과물은 공통의 목적을 갖고 있다. 작업을 통해 현실을 다른 각도에서 인식하고 이를 새롭게 각성시키는 사건의 단서를 제시하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나는 나를 둘러싼 미술과 사회와의 관계를 보다 확장하여 접근하고 해석하고자 한다.

전반적으로 장소에 기반을 둔 과정 중심적이고 수행적인 성격의 작업을 진행하는데 이번 작업 또한 청주미술창작스튜디오가 위치한 지역을 기반으로 작업을 시작하였다. <인식의 각도>라는 제목의 전시는 대전과 청주 사이에 자리 잡은 인공호수 대청호를 소재로 하였다. 유화작업, 영상작업, 설치작업으로 이루어진 이번 전시는 대청호를 바라보는 서로 다른 시각, 현실과 이상, 실재와 재현, 기록과 기억이라는 개념의 관계와 충돌에 대하여 다루고 있다. 전시를 통해 하나의 대상을 바라보는 다양한 시각과 그 시각 속에 잠재된 인식의 틀 그리고 사회적 관념들을 제시하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