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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EONGJU MUSEUM OF ART 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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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현석 Choi hyun Seok : 란 亂 Choi hyun Seok : R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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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가명
  • 전시기간 2013-01-24 ~ 2013-02-06
  • 전시장소 청주미술창작스튜디오

전시개요

역사적이고 고전적인, 신(新) 풍속화의 탄생

1. 궁중 기록화의 계승
조선시대는 왕실의 연회와 행사의 모습을 궁중기록화로 남기고 있다. 궁중 기록화는 궁중 화원들이 그린 그림으로써, 절차와 형식을 그림과 글씨로 기록한 의궤도(儀軌圖)와 그림으로 남긴 궁중행사도가 있다. 이러한 궁중 기록화는 국왕의 권위와 왕실의 안녕, 치세의 태평성대를 희구하는 국가 행사의 기록이며, 사진이 없던 시대의 엄격한 기록으로서의 중요한 역사적 자료이다. 또한 당대 최고 왕실의 화원들에 의해 그려진 고도로 성숙한 필(筆), 왕실의 건축, 의복, 장엄 등의 풍속을 보여주는 격조 높은 풍격의 풍속화라 하겠다. 따라서 기록성, 예술성, 역사성을 모두 확보하고 있는 조선시대의 격조 높은 대표적인 문화유산인 것이다.

최현석은 이러한 궁중 기록화의 내용, 구도, 상징을 밀도 높게 주목하는 작가이다. 그는 현대의 사건과 풍속들을 기록으로 재구성하고 있다. 궁중 기록화 가운데 의궤는 왕실의 역사적 기록들을 가장 엄정한 법칙과 절차로 그려내는 그림으로, 작가는 의궤도가 가진 구도와 내용에 주목하고 있다. <무자년 엠비산성촛불시위도, 2010>, <무자년 광화문행렬도, 2010>, <신묘년 외규장각의궤환원도, 2011>, <조(弔) 경인년 천안함침몰도, 2010>, <신묘년 독도수호도, 2011> 등과 같은 일련의 작품들은 한국사회의 중요한 역사적 사건들을 통해 장소성과 역사성을 보여주는 현대 의궤도라 할 수 있다. 이러한 작품들에는 의궤도가 가진 부감법(俯瞰法), 몇 개의 이야기와 행위를 동시적으로 보여주는 구성법, 스토리의 역사성, 의궤를 비롯한 궁중 회화의 모티브의 직접적 사용과 같은 회화적 장치를 볼 수 있다.

2. 부감법(俯瞰法)과 고전의 몇 가지 방식

작가는 대표적인 동양 회화의 구도법이라 할 수 있는, 상공에서 내려다 본 부감법을 적극 사용하고 있다. 부감법은 행위가 이루어지는 공간과 그 행위의 범위를 극적으로 화면 내에 끌어들이는 구도법으로서, 하나의 스토리가 아닌 여러 개의 이야기를 구현할 수 있는 정신적인 구도법이라 하겠다. 사실, 이러한 구도법은 시각이 정신적으로 변환되는 과정을 동시에 보여줄 수 있는 구도법이며, 고정된 화면에서 움직이는 극적인 화면으로의 변환, 영화와 같은 연속적인 화면을 구사하는 방법이기도 하다. 따라서 최현석이 연출하는 화면에는 스펙타클한 사건의 확장된 구성과 동시적이고 순환적인 화면이 포착된다. 그 속에서 지금 이슈가 되고 있는 한국사회의 문제들과 사건들이 새로운 역사적 인식과 사고로서 드러나고 있다. 사실, 그의 고전에 관한 계승과 해석은 그가 표현하는 간략하게 도안화 된 산의 형태, 구름, 반달형의 반복적인 물결무늬, 튀어 오르는 물방울의 형태에서 볼 수 있다. 이들은 국왕의 치세와 태평성대를 기원하는 일월오악병(日月五嶽屛)과 같은 궁중 장식화의 모티브들에서 직접적인 영향을 받고 있다.  이들의 도상(圖像)은 역사적이고 고전적인 이미지들로서, 길(吉)과 복(福)을 상징하고 염원하는, 오래되고 근원적인 상징인 것이다.

이로써 최현석의 작품들이 더욱 고전의 직접적 계승을 확인하게 되며, 현재의 시간을 강력한 과거로의 시간여행으로 가능하게 한다. 그리고 제왕(帝王)의 장식화에서 느끼는 힘 있고 웅혼한 아우라의  감동까지 동반하고 있다. 이는 내용을 구성하는 방식과 도상뿐만 아니라 안료의 배합으로 정재 시킨 마본(麻本)에서도 간취된다. 마본은 올이 굵어, 불교회화와 같은 대형화면의 종교적이고 정신적인 도상들을 거침없이 그려나가기 위해 조선후기에 주로 사용된 바탕이다. 마의 굵은 올의 거침과 안료의 스며듬과 번짐이 내적으로 숙성된 고전의 시간성을 더해주고 있다. 그 속에 펼쳐지는 군중과 사물과 사건들은 고전에서 현대로, 현대에서 다시 역사로, 사건에서 기록으로 새롭게 탄생되고 있다.

3. 역사 그리고 정체성: 풍속화의 탄생

어느 미술사학자는 1980년대 포스트모더니즘의 부상과 함께 과거의 미술사적 양식과 이미지를 이용하는 데 대한 관심이 증가했다고 말하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한국현대 미술에서도 과거의 민화를 순수조형으로써 대거 차용하고 있는 것에서도 알 수 있다.
그러나 작가의 고전으로의 환기와 역사적 기록은 순수조형으로서의 차용을 넘어서는 작가가 궁중미술문화의 예술적 완성도와 성취에 관한 감동, 한국 미술문화가 가진 내용의 본질적 성격에 관한 고민과 섬세한 역사적 음미의 결과로 볼 수 있다. 이는 고전이 가진 역사적 범주와 내용, 상징과 의미들을 통찰하고, 깊이 있는 이해에서 출발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작가의 작품행태가 고전의 계승과 변모에 관한 하나의 충분한 모델을 제시하고 있다 하겠다. 사실 작가의 역사적 기록성은 궁중 기록화가 가진 화가의 가치판단이 제거된 현상으로서의 역사화와는 구별된다. 이는 사진이 없는 시대의 기록화와 순수한 예술로서 지위를 확보한 현대미술 속에서의 기록화와의 차이인 것이다. 이것이 작가의 작품을 독창적이고 생명력 있는 화면으로 구별될 수 있는 지점이기도 하다. 사건을 바라보는 비판적 시각으로서의 화가의 눈이 개입되고 있기 때문이다. 작가의 역사적 사건의 비판적 기술은 공간상에 벌어지는 역설적이고 풍자적인 이야기의 서술로 끌고 나간다. 즉, 새로운 풍속화로서의 길을 모색하고 있는 것이다.

<경인년 쥐십이도, 2011>의 정치권력의 모순, <노들섬과 한강대교 정체도, 2012>의 군사적 대치상황에서의 모순된 정체적 구도, <이판사판개판똥판, 2012> 의 욕망으로 뒤덮인 인간 군상들의 풍자들에서 비판적 역사인식과 확장된 세계관을 보여주고 있다. 사실, 이 속에는 인간군집들의 우의적이고 풍자적인 모습들이 가시화 된다. 이는 역사 속에 존재하는 작가의 주관적이고 개체적인 자아의 정체성에 관한 고민이 함축되어 있다. 역사는 자아가 존재하는 위치와 가치, 정체성에 관한 뚜렷한 인식 위에 형성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작가는 자신이 위치한 한국사회에서의 정체성, 작가로서의 정체성, 한국화의 정체성에 관한 고민들을 제시하고 확장해 나가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자아와 역사 그리고 정체성에 관한 비판적 시각으로서의 역사 바라보기, 문화 바라보기의 시도는 세계에 관한 탐구의 시각을 확립해 나가고 자신의 자아성찰과 정체성을 견고하게 확립해 나가는 과정으로서의 시도인 것이다. 이 시대의 사건들이 작가의 시각에서 새로운 기록으로 정립되며, 그 속에서 작가가 시도하는 극적이며 연속적으로 연출되는 역사적 비판의 내용들을 감지하게 된다. 또한 현재 회화의 예술적 문제가 무엇인지를 규정하고, 이를 위해 고민하고 탐구하는 자세로 새로운 기록화, 풍속화의 길을 열어주고 있다.

미술사학자 강관식이 조선후기의 풍속화들에 관하여 “김홍도와 이인문의 대표적인 작품들이 매우 당대적이고 시정적(市政井的)인 취향의 현실성과 사실성을 강하게 보여주면서도, 또 다른 한편에서는 매우 역사적이고 고전적인 풍격을 강하게 보여주고 있다”고 서술하고 있듯이, 작가의 작품 또한 현실성과 사실성, 고전성을 동반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따라서 최현석의 작품세계는 인간의 시간이 이루어낸 사건과 이야기들이 무한하게 펼쳐져 있다. 그리고 그가 그려내는 새로운 풍속화들에서 역사의 재구성, 문화의 재확인 그리고 고전과 현대의 새로운 만남과 모색에 관한 변모하는 이야기들을 볼 수가 있다.  박옥생/ 미술평론, 한원미술관 학예연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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