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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미나 Yim Mi Na : 빛, 밤 Light, Night Light, Nigh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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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가명
  • 전시기간 2013-12-05 ~ 2013-12-15
  • 전시장소 청주미술창작스튜디오

전시개요

“무구조와 무경계의 욕망의 공간”

임미나는 자연의 그림자조차 완전히 사라진 인공의 공간에 주목한다. 익숙한 현상, 너무나도 당연하여 아무도 주목해보거나 사유의 대상으로 삼지 않는 도시의 밤거리 풍경에 대한 본질적인 질문을 던져본다. 자연은 까맣게 칠해지고 현란한 조명 속에서 인간의 문명이 극명하게 드러나는 도시의 밤에 주목한다. 신이 창조한 세계가 어둠 속으로 사라지면 인간이 만들어낸 도시를 인공의 빛으로 환하게 밝히고 감각의 유희를 즐긴다. 번쩍이는 불빛을 따라 욕망의 물결이 흐른다. 자연의 질서와 의미를 버리고 인간이 개조한 질서 속에서 무의미의 파노폴리를 만끽하는 사람들이 거기에 있다. 길거리에, 건물 속에도 사람이 있다. 그 누군가가 찬란한 불빛에 의지하여 그 어떤 곳을 향하여 끊임없이 이동한다. 그들이 누군지는 중요하지 않다. 단지 신의 섭리와 이성의 지배에서 벗어난 도시인의 억압된 욕망이 분출하며 도시공간을 즐기는 그 윤곽을 포착할 뿐이다. 그들은 역겨운 현실을 잊고 자연을 잊는다. 실재와 허구, 경험과 상상 사이에서 의미 찾기를 포기한 도시인들은 자기들만의 세계에서 유희를 즐기고 있는 것이다. 더 화려하게, 더 풍요롭게, 더 빠르게, 더 다양하게, 더 강렬하게 자극적인 세계로, 인공의 빛, 향기, 맛에 취해 도시인은 목적지도 없이 비틀거리며 마치 무중력의 우주공간을 부유하듯이 도시를 배회한다. 임미나는 휘황찬란하고 시끌벅적한 도시 밤거리에서 배회하는 사람에 주목한다. 현대라는 시공간을 살아가는 우리들의 채워지지 않는 욕망의 흐름을 도시의 풍경으로 보여주고 있다. 우리는 누구이며, 어디쯤에서 무엇을 하고 있으며, 무엇을 찾아 헤매고 있는지를 묻는 것이다.

유진 오닐(Eugene O'Neil)이 그의 소설 <Long day's Journey into Night>에서 이러한 이야기를 했다. 어떤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해 만물을 덮고 있는 베일이 벗겨지게 되면, 우리는 한순간에 만물의 신비를 보게 되고, 자신도 하나의 신비가 되려한다. 그 순간 우리는 어떤 분명한 의식으로 자신의 의미를 발견하고 그것을 갈구하지만, 그 무엇인가에 의해 다시 그 베일이 덮이는 순간이 오면 의식은 안개 속처럼 희미해져 신비는 욕망으로 남게 된다는 것이다. 우리는 언제나 명징한 의식을 찾아 헤매지만, 욕망은 계속해서 그 모습을 바꾸어가며 우리를 현혹하여 길을 잃게 만든다. 다시 한 번 불을 밝히고 확실한 그 어떤 것을 경험하고 만족을 얻기를 소망한다. “여기가 바로 당신이 찾는 곳”이라고 간판을 내걸고 표지판을 세워보지만 다다라 보면 그것은 이내 신기루가 되고 만다. 그것은 우리의 빈 곳을 채워줄 수 있는 실재가 아니라 파편화된 욕망의 덩어리일 뿐임을 암시한다. 욕망이 흐르는 도시의 환한 밤거리는 우리를 편히 쉬게 하는 오아시스가 아니라 가까이 가면 사라지는 신기루라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다.

임미나는 도시의 밤풍경을 디지털 이미지처럼 단순화시키고 해체시키고 다시 재조합하여 끊임없이 확대 변형되고 재생산되는 인간의 욕망, 쉬지도 않고 잠들지도 않는 욕망의 유목적 여정을 가시화한다. 방향도 없고 목표도 없이 방황하는 도시인의 욕망의 흐름을 보여주기 위해서 도시의 밤거리의 복잡성을 간추리고 다시 장식적 요소를 가미하는 엔트로피와 네그에트로피의 과정을 반복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디지털 카메라 렌즈의 부분을 통하여 전체를 들여다보고 그것을 다시 해체하여 파편화하여 재조립하는 과정은 새로운 것을 창출하기 위하여 본래의 구조를 파괴하는 것을 뛰어넘어 무구조화를 지향한다. 임미나의 작품에 나타나는 파편화된 실재의 공간은 이미 현실의 공간이 아니다. 그것은 가상의 공간이며 무구조와 무경계의 공간이다. 화면에 나타나는 단순화된 형태는 이미 그 이미지가 가지고 있는 본래의 의미를 벗어나 있으며 그 윤곽은 인근의 이미지와 새로운 조합을 위한 열린 경계, 즉 무경계의 확장을 보여준다. 인간의 욕망이 만들어내는 무구조 무경계의 무한 공간을 보여주는 것이다.

예술 작업은 예술가의 경험과 사고에 대한 미학적 해석이며 판단이다. 서사적 내용이 작품에 나타날지라도 그 내용을 직접적으로 지시하지는 것은 아니다. 그 이미지 너머에 예술가의 상상적 세계와 미학적 태도를 보여주는 것이다. 예술가는 자신의 경험과 사고의 감옥에 갇힌 채로 작업하지 않는다. 그 감옥에 갇히지 않기 위해 끊임없는 탈주를 시도한다. 현대미술의 복잡한 양상 속에서 임미나의 작업의 좌표는 어디쯤에 위치하고 있으며 어디로의 탈주를 시도하고 있을까? 임미나는 자신의 미학적 사유를 가시화하기 위해서 전통적인 것과 현대적인 것을 융합하고 있다. 디지털 카메라와 컴퓨터, 공업 생산을 위한 재료 등을 오브제로 사용하지만 회화가 가지고 있는 그리기라는 본래의 제작 방법에 비중을 두고 있다. 디지털 카메라와 컴퓨터 프로젝터 등을 작품의 직접적인 매체로 사용하지 않고 수공적 작업을 위한 보조수단으로만 사용하고 있는 것이다. 개념보다는 시각적 이미지를 추구하며, 읽혀지기 보다는 파편화된 이미지들이 만들어내는 형태와 색이 감각적으로 경험되기를 기대하고 있는 것이다. 화면에 나타나는 디지털 이미지는 내러티브가 아니라 미학적 사유와 공감각적 경험으로 인도하는 단서로 제시된다. 이러한 점에서 볼 때, 임미나의 작업은 포스트해체주의의 문턱에 있는 듯하다.

흔히들 현재의 미술상황을 포스트해체주의라고 한다. 포스트해체주의의 중요한 요소는 디지털기술과 GPS 등의 정보통신 기술의 결합으로 이루어지는 동시편재성이다. 이러한 기술은 실제와 가상을 넘나들며, 시각, 청각, 촉각으로 분리되었던 예술표현과 경험을 통합하여 공감각적 경험을 가능하게 했다. ‘장르’나 ‘~주의(~ism)’로 구분되었던 경계가 무너지고, 시공의 한계를 넘어서 예술가와 감상자와의 경계가 사라지며 함께 표현하고 소통하는 역동적인 미술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가속도가 붙은 이러한 융합기술의 발전은 예술표현을 더욱 다양화시킬 것이다. 예술은 어쩔 수 없이 시대의 정신을 반영하게 된다. 과학, 철학, 예술의 통섭은 미래를 지향하는 예술가들에게는 간과할 수 없는 거대한 흐름이 되었다. 거대서사의 종말과 함께 내러티브도 끝났다. 의도된 대로 해석되어야한다는 내러티브는 이미 예술의 역사에서 사라진지 오래되었다. 현재의 과학기술을 활용하는 시각 경험은 예술작품은 마땅히 이러저러 해야 한다는 소위 말하는 조형원리나 방법을 진부화시켰다. 예술의 오랜 전통을 따르면서 동시에 새로운 매체, 새로운 예술의 변화를 수용할 수 있어야 할 것이며, 그것을 새로운 탈주의 발판으로 삼을 수 있어야할 것이다. 과거의 예술가들의 그러하듯 현재의 젊은 예술가들도 급변하는 표현과 소통의 기술적 방법론과 미학적 의미를 심도 있게 탐구해야만 할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젊은 예술가인 임미나는 현대의 과학기술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를 심도 있게 고민하게 될 것이다. 단지 수공적 작업의 결과로서의 시각적 경험의 대상이 아니라, 공감각적 경험의 대상으로서 시공의 영역을 확대하는 역동적인 표현과 경험을 창출하는 가운데 시대의 정신을 담아내해야 할 것이다. 포스트해체주의의 파편화된 디지털 이미지가 만들어내는 강박적 경계와 냉소적 간결성을 어떻게 극복하며 임미나만의 역동적이며 공감각적인 예술경험을 창출해 나갈지 기대한다.  신은주/ 임립미술관 부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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