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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EONGJU MUSEUM OF ART 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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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규 : 유랑流浪-기 Wander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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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시기간 2014-10-22 ~ 2014-11-02
  • 전시장소 청주미술창작스튜디오

전시개요

청주미술창작스튜디오에서는 2014년 제8기 입주작가들의 세 번째 릴레이 전시를 개최한다. 전체 입주작가 홍보를 위한 프로모션 전시로서 이전 작가들의 작품발표 워크숍을 실시하고 작품에 대한 심층적인 논의를 이끌어낸 성과보고전이다. 이번 여섯 번째 릴레이 전시는 스튜디오의 1년 프로그램으로 참여한 김연규 작가의 조각 설치작업으로 선보인다. 전시장 일층에서 선보이는 김연규 작가는 그간 학부에서 조각을 전공한 후 다량의 소프트한 재료서의 실험 조각을 선보여 왔다. 전통적인 투박한 흙과 철 등을 소재로 하는 무겁고 덩어리의 조각 재료에서 벗어나 쉽게 접근할 수 있는 부드러운 재료들에 그 손길의 미세함을 보여준다. 특히 스폰지를 재료로 다양한 사물들을 재현하는데 독특한 재료 탓에 오히려 더 이미지에 매료된다. 이번 작업도 마찬가지로 스폰지로 활용한 대형 작업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이탈리아 스포츠카의 대명사인 람보르기니의 실제외형을 그대로 옮겨와 매체적 외형의 실험과 동시 독특한 의도적 배치로 작업은 설명된다. 자동차 모형조각은 장소에 의해 혹은 싣고 내리고 하는 반복적 행위를 통해 부서지거나 헤지는 결과로 작품에 대해 견고한 의도에 상처내는 일이라고 말하고 있다. 그 의도는 어떤 견고한 물성(철, 동, 돌 등)이 할 수 없는 다양한 실험의 결과이기도 하면서 ‘무엇이 조각이고 무엇이 이미지인가’를 조각가로서 던지는 메시지이기도하다.  이번 김연규 작가의 첫 번째 개인전은 작가로서 독특한 실험의 결과물들로 사진과 영상으로 작업에 대한 메시지를 줄 것이다.   청주미술창작스튜디오

“유랑하다”

2011년도, 대학교 3학년 2학기 즈음 처음으로 스펀지라는 재료를 이용해 작업을 시작했었다. 여행가방, 군화, 아그리파 석고상, 찌그러진 캔 같은 사물들을 스펀지로 만들었던 초기 작업들은 이러한 사물이 가지고 있는 물리적 단단함을 스펀지라는 부드럽고 유연한 재료로 재해석하는 시도들이었다. 물성의 변화와 더불어 스펀지라는 재료에서 느껴지는 희미하고 왠지 연약해 보이는 느낌에 대한 호감은, 짧지 않은 시간동안 스펀지를 재료로 여러 작업들을 해나가게 하는 원동력이었다. 작업의 규모는 조금씩 커졌다. 조각의 표현 대상으로서는 좀처럼 다루기 만만치 않은 커다란 사물들을 가벼운 스펀지를 이용함으로서 혼자서도 비교적 손쉽게 작업을 진행 할 수 있었던 것 같다. 스펀지라는 재료는 거대하고 무거운 무언가를 그리 무겁지 않은 무언가로 만들어 주는, 조금 과장해서 이야기 한다면 결코 미동조차 없어 보이는 견고한 현실이라는 세계에 대하여 생각하고 발언할 기회를 주는 재료적 매개체였다.

이번 전시는 유명 스포츠카라고 하는, 실물로는 본적도 없는, 어쩌면 나에겐 비현실적이기도한, 값비싼 자동차를 스펀지로 만드는 일부터 시작되었다. 작업과정 내내 혹자들은 작업의 의미에 대해서 물어왔다. 왜 유명 스포츠카를 만드는 것인가. 이루어질 수 없는 남자의 로망에 대한 표현? 혹은 스펀지로 만든 이유가 무엇인가? 자본이라고 하는 현대적 가치에 대한 허상함의 표현? 이런 식으로 말이다. 여러 질문들은 오히려 나에게 질문보다는 답으로 작용하기도 했다. 왜냐하면 나는 애초에 커다란 개념적 의도를 가지고 시작하지는 않았기 때문이다. 흰 도화지에 누군가 무심코 그은 선 하나가, 도화지의 입장과는 상관없이 하나의 그림으로서 비추어지기도 하는 것처럼 말이다.

이번 작업은 유명 스포츠카를 스펀지라는 가벼운 재료로 만들어, 이곳저곳을 여행하듯 옮겨 다니는 그런 작업이다. 스펀지라는 재료의 도움으로 유명스포츠카라고 하는 또 하나의 사물 혹은 현실과 만나게 되는 것이다. 고도의 과학적 기술, 자본, 수많은 사람들과 기계의 손을 거쳐 비로소 완성되었을 유명 스포츠카를 난 어수룩하지만 혼자의 손으로 깎고, 갈아내는 행위를 통해 만들어 냈다. 아무리 가벼운 재료를 사용하긴 했지만 그마저도 스펀지라는 재료에 대한 그동안의 탐구의 시간이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그런 일이었다. 2달이라는 기간 동안 계속된 작업의 시간은 자동차의 겉모습보다도, 본인의 내면으로 더욱 깊이 파고들게 하는 시간이었다. 한동안은 두통으로 고생하기도 했고, 허무의 늪에 빠지는 일들도 빈번했다. 어쩌면 작업을 하는 작가라면 누구나 한번쯤 겪었을 법한 고행의 시간이었다.

여덟 개의 부분 덩어리도 만들어진 스펀지 스포츠카를 애초의 계획과는 다르게 하나의 덩어리로 합체시키지는 않았다. 오히려 바퀴 같은 경우 자르고 때어내는 과정도 이어졌다. 그다지 완벽해보이지 않는 작업의 빈틈을 가리려는 의도도 없지 않았고, 애초에 계획된 여행을 하기 위해서는 너무 큰 덩어리를 분리해서 운반해야 했기 때문이었다. 완성된 스포츠카를 트럭에 싫고 이곳저곳을 여행하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었다. 재미있을 줄만 알았던 여행은 결국 여행이라기보다는 ‘유랑‘에 가까운 것이 되어버렸다. 목적지 아닌 목적지를 정하는 일도 그랬고 정한 장소에서 맞닥뜨리는 예상 밖의 장애물들도 그러했다. 이 글에 다 서술할 순 없지만, 물리적인, 인간적인, 그리고 혐오스러운 마찰들을 경험하기도 했다. 어느덧 녹초가 되어버린 나에게 있어 스펀지 스포츠카는 더 이상 스포츠카라기 보단 가벼운 스펀지 덩어리에 불과한 것이 되어가고 있었다. 녹초가 된 나와함께 스펀지 또한 녹초가 되었다고 해야 할 것 같다. 이곳저곳에 놓아지면서 찢겨지기도 하고 이물질도 많이 묻어 그야말로 지친 모습이었다. 여행 아닌 유랑을 마치고 작업실로 옮겨진 스펀지에게 고생했다는 한마디 위로 또한 건네고 있었다.

돌이켜 보면 내가 만들어낸 것은 스포츠카라기보다는 다른 ‘무언가’ 이었던 것 같다. 그것은 토막 나고, 기능성 또한 상실된, 스포츠카 특유의 번적거림도 사라진 너무나 가벼운 조각난 덩어리였다. 무작정 무언가를 찾아 헤매듯, 정해진 목적지도 없이 이곳저곳 자신이 놓아질 자리를 찾아다녔다. 어디를 가든 색채가 없는 덩어리는 창백한 시체와 흡사하게 내동댕이쳐질 뿐이었다. 실제 스포츠카라면 굴림 하듯 존재했을 현실에서 스펀지 자동차는 홀로 동떨어진 느낌만을 주었다. 스펀지로 만들어진, 기능을 상실한, 토막 난, 부유하듯 떠도는 가벼운 유명 스포츠카는 목적 없이 떠돌았던 그동안의 나 자신의 모습과 많이 닮아 있었다. 이는 어쩌면 나 혼자만의 이야기는 아닐 것 같다는 느낌도 든다. 물질적이고 보여 지는 것을 중시하는 현대사회에서 실리적인 관계가 야기하는, 내면적 공허에 시달리는 예술가 혹은 우리들의 모습 또한 이와 같지 않을까.  김연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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