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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EONGJU MUSEUM OF ART 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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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택관 Oh Taekwan : 그래픽쳐스-흔적 GRAPICTURES-trace GRAPICTURES-tra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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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가명
  • 전시기간 2015-10-22 ~ 2015-11-12
  • 전시장소 청주미술창작스튜디오

전시개요

2015 청주미술창작스튜디오는 입주기간동안 작품성과물을 프로젝트 형식으로 선보이는 아티스트 릴레이 프로젝트를 진행한다. 아티스트 릴레이 전시는 스튜디오 전시장에서 그간 작업했던 결과물에 대한 보고전시로 해마다 작가 자신의 기존의 성향과 틀에서 벗어난 새로운 감각과 역량을 보여주는 전시로 개최했다. 이에 올해 9기 작가들의 전초 전시로서 선보였던 ‘워밍업전’은 어떻게 개개인의 코드와 미적 언어들을 하나의 전체성으로 풀어낼 것인가가 관심이었다. 그 후 작가들의 작업을 풀어내는 워크숍을 통해 그간의 작업과 앞으로의 방향성을 이해할 수 있었다. 이에 좀 더 개인 작업에 집중하는 릴레이 전시 프로젝트는 체류하는 동안 기존 자신의 방법론을 어떤 방식으로 의미를 새로이 전달할 것인가에 초점을 맞춘다. 개별 스튜디오에서 전개하는 독특한 아이디어들의 기록과 실험적인 날 것의 이미지, 불완전한 예술적 의미, 모호하고 불편한 상황들을 전시장에 잠시 머무르며 그런 첨예한 문제들을 관람객과 나눈다. 이에 현장을 찾는 관람객들에게 ‘우리에게 현대의 예술이란 무엇인가’ 라는 질문을 통해 동시대의 미감에 대해 교감을 나눈다.

여섯 번째 개인전으로 오택관작가의 개인전을 개최한다. 오택관의 작업들은 그가 일관적으로 추구하는 풍경의 단상과 표현적 주체로서 추상적 방법론을 변주해 회화적 범주에서 실천하는 작가다. 그의 작업들을 보면 도면을 채운 듯한 색면과 촘촘히 마름질된 선들의 대조는 마치 디지털 인터페이스의 가상공간이 뒤엉켜있는 동시성의 공간이거나 무수한 과정과 집적을 만들어낸 궤적의 층위와도 같다. 몇 년 전부터 대지위에서 바라본 풍경은 시각적 아이디어들 또는 작업의 주 테마로 시작되어 오늘의 연작 시리즈로 보여 지고 있다.

오택관의 이런 시리즈의 작업들은 현대미술사에서 긴 한축을 기록했던 기하학 추상의 참조와 어떤 유사적 감성을 지니기도 했다. 붓 자국과 드로잉적 제스츄어가 그대로 노출된 화면은 추상적 기호와 그가 경험한 무수한 데이터들의 조합들이다. 이를테면 대상으로서의 심리적 풍경과 경험, 오래된 회화적 방법론을 매순간 질문케 하는 묘한 궁합이며 상호 교감의 작용으로서 유희적이다. 그의 작업 에세이에서도 밝히듯 오택관은 화면을 풍경의 구조적 지점과 사유된 메타포로 지칭한다. 실제로 풍경으로 구획된 도시나 건축적 도식은 오택관 작업들의 추상적 모티베이션이 되기도 하지만 회화가 가질 수 있는 풍요로운 층위와 변주를 향유하고 그 이질의 충돌을 표식하는 좌표들이다. 여행 중 비행기에서 내려다본 물리적인 풍경은 자신의 눈 혹은 몸 전체에서 대상으로 느끼듯 어떤 구체concrete의 연속들이다. 하여 자연적이거나 비자연적인 것, 속이 드러나 있는 것들과 감춰져 있는 것, 우리가 수평과 수직이라고 지칭하는 것, 인간과 그 나머지의 것 혹은 여백, 무형의 공기, 백색의 텅 빈 공간 등 양자를 교감하며 그려내는 것이다. 그는 이렇게 풍부한 무-질서의 감성적 주체로 만들어진 질료, 작업의 전초들을 편집자 혹은 기록자로서 화면의 영토에 수행한다. 이렇게 화면에 재현된 그의 작업을 보면 작가로서 일정의 규준이 있음을 감지하게 된다. 더 미묘하고 섬세하게 시각적일 것, 이미지들의 흔적들이 시간의 궤적에 추상적으로 계산되어 있을 것, 인위적인 분절과 감성이 섞인 비표상적 사유로 읽혀질 것, 또 매번 그 지점은 보는 자로 하여금 유쾌할 것 등등 화면은 프로그램 되어 오택관식式으로 작동케 한다. 이렇게 무수하게 펼쳐놓은 제스츄어의 흔적과 분절들은 그가 만들고자하는 지도라는 경계 짓기의 표식과 매번 그 경계를 반복하고 확장하는 것으로 표출하는 것이다.

오택관은 대상으로서 회화자체, 그 물리적 관찰자로서, 회화적 공간과 표면에 흐르는 발상들을 들춰내거나 변종의 크랙과 주름을 만든다. 이 지점에서 오택관의 작업 전반적 의도를 엿볼 수 있는데 회화 안에서 만들어낸 변주된 이미지의 추구이다. 이를 테면 멈출 시간(과거)과 흐를 시간(미래)이 섞인 무한의 공간들과 그 이상들이 발현되는 공간으로서 자신의 직관을 마크하는 것이다. 이는 어떤 상징이나 표상으로 나아갈 의도를 비(非)의도의 전략으로 빗나가게 하거나 자신의 즉흥적 동의와 해체적 행위들로 만나게 하는 것으로 회화적 메커니즘 그 자체에 주목하는 것이다. 이렇게 오택관의 화면은 좀 더 진보적 선전이나 아방가르드적 표상이 아닌 오래된 이미지나 테마를 자신의 회화적 영역에 참조(패러디)하여 추상적 코드(전통적으로 해석되어진 미)로 해석해 낸 것으로 오히려 더 가볍고 명쾌하며 신선하다.

또한 그는 그 오랜 회화적 구조들을 그려내면서, 지속적으로 발견되어질 기억의 잠재태를 자신의 예술적 행위의 중심으로 상정하고 있는 것이다. 그가 2012년부터 작업들에서 명명하고 있는 그래픽이라는 시각적 마름질과 그림이라는 구조를 결합하여 그래픽쳐스GRAPICTURES(Graphic과 Picture의 합성어)라는 하이브리드적 언표에 그대로 노출시켜 작품의 캐릭터를 더 완고히 한다. 이에 지속적으로 제작된 이 ‘그래픽쳐스’라는 자신의 회화적 물음들은 무수히 잘려나갈 기표적 그래픽과 그것이 그림이 되는 기의로서 표출된다. 이 연작들은 각 화면들에 이중적 언표로 겹쳐지고 나열되어 오택관이 추구하는 미적 전략과 선명한 입구로 읽혀지게 하고 관람케 한다.

이렇듯 오택관은 화면에 어떤 이미지들의 발견과 그 대상으로서의 구체를 회화적 방법론으로 미끄러지게 하고, 끝없이 잠재적 날실과 씨실로 남겨두어 관람자들이 그 의미를 직조하게 하는 담론적 행위로서의 작업들을 추구한다. 머리 위 풍경으로 내려다본 은유적 인상에서 회화적 구조를 해석해 내는 그의 복합적 층위의 질문들은 '과연 회화적 진보란 무엇인가?'와 '예술은 어떤 태도, 어떤 지점에서 가능한가?'를 자신을 향한 이 시대의 미적향유자들에게 묻는다.  청주미술창작스튜디오

Artist Note 1

언젠가 작가인 친구와의 대화가 생각난다. 그것은 작품을 구상하는데 있어 기본적인 생각이 어떠한지에 대한 이야기 였다. 그는 자신의 작품은 모두 비판적 시각에서 비롯된다고 한다. 작가는 주변의 현상을 비틀거나 쉬이 인정하려 들지 않는 반항심, 혹은 의구심이 기반이 된다고 했다. 이러한 답변에 현대 미술의 시류에 필요한 소양이라는 생각에 납득이 갔던 기억이 있다. 그 후로 난 머리로는 그의 생각에 동조를 했지만 입으로는 반대의 입장을 표명했다. 그것은 본인의 작품이 그러한 호흡을 쉬어 가지 않기도 했거니와, 웬지 당당하고 명쾌하게 답변하는 그가 부러워서이기도 했었다.

이러한 대화에서 다시금 나를 돌아보게 되었다. 내가 가지고 있는 근본적인 태도는 무엇일까?, 나는 무엇에 열광하는가? 이러한 질문들 사이로 2007년 베니스 비엔날레에서 보았던 시그마폴케의 대형 페인팅 작품이 떠올랐다. 정말 크기가 어마어마했다. 스케일이 주는 힘은 마음을 움직였고 동시에 숭고와 경의의 대상이었다. 그리고 빌헬름 사스날의 시원하면서도 밀도 있는 여백의 작업들을 실제로 봤을 때, 그리고 윌리엄 드쿠닝의 추상작품을 봤을때 나는 감동을 느꼈다. 이렇듯 많은 작가들을 접하면서 느낀 것은 어떤 경의의 대상을 쫒으려는 성향이 강하게 나타난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순응하는 시각", 그것은 나의 작품에 대한 기조가 되었으며, 한 때는 떼어버리고 싶은 나의 부정적인 부분이었지만 이제는 그것을 직시하려고 노력한다. 

이러한 본인의 기질은 2008년부터 시작했던 BIRD’S EYE VIEW시리즈에서 부터 발견된다. 비행기 위에서 내려다 본 랜드스케이프에 대한 이야기인데, 이전 작품인 창 연작을 통해 발전된 형태의 작품으로 사각틀 안에 온통 선과 면으로 이루어진 도시의 겉모습을 표현하였다. 이는 과거 자신의 삶에 대한 트라우마에 대한 소고였다. 비록 랜드스케이프란 숭고의 범위에 도달한 풍광이지만 그것에 내재된 이미지가 가지는 은폐된 속내는 지극히 개인적인 것이었다. 창이란 저 너머에 도달하고자 하는 전환의 고리이자 소극적인 자세에 기인한다. 문의 내왕하는 열린 느낌과는 엄연한 차이가 있다. 쉽게 넘어 도달하지 못 할 곳, 심지어 비행기 내부의 창이란 것은 멍하니 바라볼 뿐이다. 그 지점은 나라는 주체의 갈라진 주름과 닮아있다. 껍질을 탈피하지 못한 욕망은 회색빛 뿌연 물감사이로 보이는 조밀한 도형적 도시의 이미지로 전환되었다. 이러한 자기에 대한 인식은 점점 유토피아를 바라는 형태로 발전한다. 2010년 개인전을 준비하며 시작한 OFF THE MAP연작은 하늘에서 바라본 평면적 대지의 모습에서 디지털적인 소재의 지도라는 코드를 가지고 아날로그적 그리기 방식을 채택하였다. 무수히 많은 지도에서 보여지는 경계들을 그대로 해체된 조각들로 그려 넣으면서 비구상의 화면을 도출하였다. 화려한 색감의 프리즘을 연상케 하는 이미지는 형용할 수 없는 별들과 같은 본인의 바램이었다. 이 역시 다다를수 없지만 정확한 기호체계를 바탕으로 제작된 맵에서 시작된 개인적 기원일 수 있겠다. 하지만 이 시리즈의 제목처럼 벗어난다는 의지는 오래가지 못했다. 금세 지치고 힘든 시기를 거쳐야만 했다. 그러면서 그간 그림은 중단되었고 편집디자이너로서 많은 일을 하게 되었는데 한 번 맛 본 요리를 잊지 못하듯 이내 삶의 빈 부분을 채우고자 하였다. 사회적인 가면을 쓰고 지내며 수 없이 웃어야만 했던 순간들 속에 내면은 그야말로 썩고 곪아 어떤것이든 표현하고 싶었다. 지친 심신을 일으켜 시간을 쪼개어 아무런 생각 없이 빈 캔버스 위에 붓질을 하기 시작했다. 새하얀 면피 위를 흘러다니는 물감의 층위들이 무척이나 매력적이었다. 그 순간만큼은 사회적인 본인과의 분리된 상태 였으며 육감적으로 쏟아내는 감각을 곤두세우며 무심한 상태로의 예상치 못한 편안함을 느꼈던 것이다. 이로서 2012년에 시작된 그래픽쳐스(그래픽과 픽쳐라는 영단어를 조합)시리즈로 다시 머리 둘 곳을 찾았던 것이다. 그간의 디자이너로서 화면을 분할하고 기초적인 조형성에 대한 몰두가 해방하고자 하는 의지의 붓질과 뒤 섞이며 나름 균형감을 쫒아 갔었다. 다시금 서서히 불어오는 봄바람 처럼 나의 안쪽에도 평온함이 찿아든다. 작품을 뽐내고자 했던 전시도 아니었지만 주변의 반응에 비추어 얼굴은 화색의 기력이 엿보이기도 했던 것 같다.

이 시기를 통해 철저하게 형식주의를 표방했다. 주변의 대상으로부터 기인된 독특한 모양들은 나에게 축적되어 추상화되는 작품의 형식을 따르는 그림이 되었다. 그것은 단지 캔버스 위의 물감이었을 뿐이다. 이렇게 단순하고 형식적인 조형 실험을 추구해 오며 자연스럽게 따라오는 테크닉의 발달은 오히려 더 복잡한 구조들을 재조합해내며 쌓여가는 레이어의 완급조절을 할 수 있게 되었다. 그간 작품과 내면을 분리하던 시기에서 점차 표현에 대한 흔적들을 되돌아 보고 싶어 졌다. 이미지를 그려내고 다시 전복시키며 수정된 도형과 색감들을 통해 형식주의를 표방하던 이전의 나를 반추하며 정말로 원하던 이상향을 향해 한발 내딛어 보고 싶은 마음이 간절해 진것이다. 이런 과도기적인 작가의 불안한 심리를 주조하여 만들어낸 “그래픽쳐스-흔적”에서는 작품의 이미지를 다시 부분적으로 잘라내어 박스 형태에 담아 개인적인 아카이빙 형태로 보여주는 Overlap Area II와 그래픽 프로그램에서 보여주는 붓질의 형태를 모티브로 안과 밖의 구조를 구상하여 형상화한 Bliss시리즈, 구조물이나 편집물 따위에서 채집된 형태로 즉흥적인 구조체를 만들어낸 Overlap area 시리즈로 크게 나누어 귀결된다.

이번 전시가 끝나도 역시나 작품과의 일상은 계속 될 것이다. 그러한 시점에서 물질성과 내면의 연결을 시도하려는 일보에 앞서 항상 단단한 다이아몬드가 되지 못하는 애석한 나를 발견하며 그에게 위안을 전하고 싶다.  2015 오택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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