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청주미술창작스튜디오는 입주기간동안 작품성과물을 프로젝트 형식으로 선보이는 아티스트 릴레이 프로젝트를 진행한다. 아티스트 릴레이 전시는 스튜디오 전시장에서 그간 작업했던 결과물에 대한 보고전시로 해마다 작가 자신의 기존의 성향과 틀에서 벗어난 새로운 감각과 역량을 보여주는 전시로 진행했다. 이에 올해 9기 작가들의 전초 전시로서 선보였던 ‘워밍업전’은 어떻게 개개인의 코드와 미적 언어들을 하나의 전체성으로 풀어낼 것인가가 관심이었다. 그 후 작가들의 작업을 풀어내는 전문 어드바이져 워크숍을 통해 그간의 작업들을 정리하는 기회를 가졌다. 이에 좀 더 개인 작업에 집중하는 릴레이 전시 프로젝트는 스튜디오에 체류하는 동안 기존 자신의 방법론을 어떤 방법과 의미들을 새로이 전달할 것인가에 초점을 맞춘다. 개별 스튜디오에서 전개하는 독특한 아이디어들의 기록과 실험적인 날 것의 이미지, 불완전한 예술적 의미, 모호하고 불편한 상황들을 전시장에 잠시 머무르며 그런 첨예한 문제들을 관람객과 나눈다. 이에 현장을 찾는 관람객들에게 ‘우리에게 현대의 예술이란 무엇인가’ 라는 질문을 통해 동시대의 미감에 대해 교감을 나눈다.

이에 아티스트 릴레이전 여덟 번째 작가로 고경남의 회화작업을 선보인다. 고경남의 최근 작업에서 ‘꽃-이미지’로 그리던 회화들은 어느새 ‘꽃-되기’의 회화들로 감지된다. 일명 자칭 ‘꽃다발 회화’, ‘꽃밭회화’에서 또 다른 회화적 시도인 ‘꽃-되기’의 회화는 그간 고경남의 몇 가지 고정된 명제로서의 작업에서 또 다른 일탈이다. 이번 고경남의 꽃회화 근작들은 그가 추구하는 회화적 지점 ‘명랑한 소년-되기’라는 명제로 도달하기 보다는 이제 그 명제를 차츰 분열시켜 다시 어떤 ‘명량한 소년-되기’의 과정전달로 전이되는 형상이다. 그간 유머스러운 보테르식의 두루뭉실한 인형같은 인체 표현과 연한 파스텔톤의 배경은 우리가 알고 있는 익숙한 ‘이미 음미함’이라는 편안함과 불편함의 공존을 묘하게 던져 보는 자들의 시각에 ‘뭔가에 조작되지 않았음’을 그대로 노출한다. 그의 ‘꽃-되기’ 회화들은 그 자체의 수평적 전략을 통해 매번 보는 이에게 그 전략을 묻게 한다는 것이다. 참 아이러니한 시각적 분열이다. 이에 이런 최근 고경남의 작업은 상호 감각으로 분열적이다. 그 이전의 작업들과 다르게 분명히 어떤명제가 잡히지 않으니 아마도 그렇게 명명해야 할 것이 옳다. 그의 이전 몇 년 동안 작업에서 선보였던 꽃에 말을 걸었던 시리즈에서 과감히 ‘꽃-되기’라는 존재가 되기의 이유로 새로움을 경청하고 있으니 말이다. 자신이 꽃이 되어 꽃의 귀로 누군가의 말을 경청하고 화면에 그대로 옮긴다. 회화적 분열이다. 이 회화 연작들은 아마도 고경남의 처녀작들에서 느낀 분열적 감각을 다시 끌어 올린 느낌이다. 오히려 더 깊은 분열이다. 잠시 화면으로 들어가 보자. 이미지들은 날것의 붓질들과 그 속에 감춰지거나 겹쳐진 이미지들로 현란하다. 또 소란스럽다. 어떤 음성들, 소음과 말들을 이리저리 뒤섞여 대체 이 이미지들은 어디부터 시작하고 어디의 만큼에서 엔딩이 되는지 알 수 없다. 그냥 시간이 뒤엉켜가는 순수지속을 그려내는 것이다. 마치 무엇이 예술적이거나 시간적인 이미지인가를 조롱하듯 말이다. 다시 그의 회화로 돌아가 보면, 고경남은 그의 화법이 어떤 존재인가를 무수히 실험한다. 얼굴이 떠다니고, 말을 하고, 눈을 감고, 초록빛의 녹차 밭은 뾰쪽하게 드러나고, 모질 것은 조용히 잠재우고, 무수히 분절된 익숙치않은 텁텁한 붓질은 그 이면의 드러나지 않은 그의 수평적 태도일지도 모르겠다.

내가 나에게, 우리가 우리에게, 예술이 예술적 행위에게 끊임없이 말을 걸며 질문하듯 그도 그 회화에 말을 건다．그 ‘꽃회화’ 뒤에 엉켜 명제 없는 수평적 밋밋함을　꽃의　입술로　들춰　내며 우리에게　새로움이란 무엇인가를 질문한다.  청주미술창작스튜디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