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청주미술창작스튜디오는 입주기간동안 작품성과물을 프로젝트 형식으로 선보이는 아티스트 릴레이 프로젝트를 진행한다. 아티스트 릴레이 전시는 그간 작업했던 결과물에 대한 보고전시로 기존성향과 틀에서 벗어난 새로운 감각과 역량을 보여주는 전시다. 이에 올해 9기 작가들의 서막으로 선보였던 ‘워밍업전’은 어떻게 개개인의 코드와 미적 언어들을 하나의 전체성으로 풀어낼 것인가가 관심이었다. 그 후 작가들의 작업을 조언하는 어드바이져 워크숍을 통해 그간의 작업을 정리하는 기회를 가졌다. 하여 좀 더 개인 작업에 집중하는 릴레이 전시 프로젝트는 스튜디오에 체류하는 동안 자신의 작업론을 어떤 방법론과 의미로 새로이 전달할 것인가에 초점을 맞춘다. 스튜디오에서 전개하는 독특한 아이디어의 기록과 실험적 아방가르드의 이미지, 불완전한 예술적 의미, 모호하고 불편한 상황들을 전시장에 잠시 머무르게 하며 그런 첨예한 문제들을 관람객과 나눈다. 이에 현장을 찾는 관람객들에게 ‘우리에게 현대의 예술이란 무엇인가’ 라는 질문을 통해 동시대의 미감에 대해 교감을 나눈다.

이에 열 두 번째 작가로 황호빈의 작업을 선보인다. 그간 황호빈은 설치, 퍼포먼스, 회화, 드로잉 등 다양한 매체를 다루면서 자신과 타자의 관계성에 대해 끊임없이 질문을 던지는 작가다. 특히 근자의 작업들은 그에 대한 기록으로 더 풍부하며 난해하고 실험적이다. 자신을 둘러싼 모든 존재와 사건, 시간, 기억과 관련된 고리들을 연결하면서 자아에 대한 ‘불안의 대상’을 증폭시킨 결과다. 하여 객관적인 자기바깥의 대상이 아닌 자기감성 혹은 자기신념과 대립된 이 ‘불안’ 혹은 ‘불완전성’의 기운들은 황호빈의 인식의 언저리에 머물며 부단히 그 표면을 갉아댄다. 유년시절 거울에 비친 모호한 정체성의 이미지와 타자성이 오버랩되며 자아에 대한 독특한 발견은 향후 작업에 대한 모티베이션이 되며 지속된다. 이를테면 이국에서 태어나고 자라면서 경험한 본질, 삶과 관계된 공간의 이주에서 오는 차이, 관습, 새로운 만남이나 체감하는 문화는 어떤 세계에 대한 '진실'과 연결된 자신 '속'의 발견들이다.

황호빈의 '자아실현' 혹은 '자아탐구'에 관련 작업을 살펴보자. 튜브를 겹겹이 쌓아 몸을 이동시키는 퍼포먼스 작업인 『튜브 수트』와 지식, 문화, 정보 등 작금의 시대에 의문을 제기하는 작업으로 유리컵에 태운 종이를 선보였던 대표작 『아름다운 반성』, 『잠시의 고통, 영원한 상처』, 『기록의 영존(永存)』 시리즈들은 그런 자신과 타자, 그 둘레의 사회의 관계에 틈을 내는 사적인 기록들이다. 또 이번 선보이는 작업과 함께 맥락을 같이하는 회화 『두 개의 빌딩』 작업은 어떤 대립으로서의 풍경으로 자아와 타자성의 은유다.

이 개인의 고백을 담은 기록들이자 서사는 '무던한 무형의 소비'와 '반복'이라는 키워드로 자신을 헤쳐본다. 매우 철학적이거나 심리적인 이 문맥의 범주는 그간 자신이 발견한 유일무이한 무형성과 가치들에 대한 작은 깨달음의 편린이자 또 그간의 실현된 자아의 해체다. 하여 일정동안 유리판을 설치하고 수많은 생각, 단어와 문장을 기록하고 지운 퍼포먼스 작업과 스위치가 자동으로 켜짐과 꺼짐을 반복하는 설치작업들, 어떤 둥둥 떠 있는 삶들을 생각했던 하얀 침대작업은 그 '헛한 수고'에 대한 감각이자 존재들이며 욕망의 생산들이다.

다시 그간 자신과 관계된 그 유일무이한 무형이미지 '자아생성' 작업은 스스로 과연 '무엇이 자신이고 진정인가'를 사이에 두고 매일매일 그 차이들을 기록한다. 그 투명한 유리벽 몸을 왔다갔다하면서 말이다.   청주미술창작스튜디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