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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EONGJU MUSEUM OF ART 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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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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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가명 김여진
  • 전시기간 2017-11-16 ~ 2017-11-26
  • 전시장소 청주미술창작스튜디오
  • 작품수 10점
  • 관람료 0원

전시개요

2017 청주미술창작스튜디오는 입주기간동안 작품 성과물을 프로젝트 형식으로 선보이는 아티스트 릴레이 프로젝트를 진행한다. 아티스트 릴레이 전시는 스튜디오 전시장에서 그간 작업했던 결과물에 대한 보고전시로 해마다 작가 자신의 기존의 성향과 틀에서 벗어난 새로운 감각과 역량을 보여주는 전시로 진행된다. 비평가, 큐레이터 등 외부 전문가들과 작가들 만나 작업의 다양한 면모를 풀어내고 나눠보는 어드바이져 워크숍을 통해 그간의 작업들을 정리하는 기회를 가져 작업에 대한 폭을 넓혔다. 이에 개인 작업에 집중하는 릴레이 전시 프로젝트로 체류하는 동안 기존 자신의 방법론을 어떤 방법과 의미들을 새로이 전달할 것인가에 초점을 맞춘 실험들을 선보인다. 개별 스튜디오에서 전개하는 독특한 아이디어의 기록과 실험적인 이미지, 불완전한 예술적 의미, 모호하고 불편한 상황들을 전시장에 잠시 머무르며 그런 첨예한 문제들을 관람객과 나눈다. 이에 현장을 찾는 관람객들에게 ‘우리에게 현대의 예술이란 무엇인가’ 라는 질문을 통해 동시대의 미감을 교류한다.

-디딤돌을 모방한 보도블록을 걷다 보면 그것은 1미터 제곱의 주조 틀에 시멘트를 부운 것임을 발견할 수 있다. 엉뚱하게 배치된 조경 바위 중에는 필히 속이 비어있는 것도 있을 것이며 사계절 푸르러 보이게 할 수 있는 잔디망은 천연잔디와 이미 혼연일체다. 시장은 아득히 멀어져 가는 자연스러움의 흐릿한 윤곽을 부여잡고, 그 몽상에 우리들을 계속적으로 담그고 있다. 그리고 사람들의 상상력에 기대어 또 저기 알 수 없는 허허벌판에 무엇인가 닮은 어떤 것을 반복해서 씌우고 있다-

 

그는 매일같이 같은 곳으로 돌아가는 동선의 구성의 변화 가능성을 찾고 삶에서 의도치 않게 떨어져 나온 부분, 자연을 닮은 이미지의 범람 속, 시작과 끝도 애매한 반복된 날염 에서 시선을 머무르게 하는 ’낯섬’에 집중한다. 작가는 이런 사소한 것들, 그 순간이 불러일으키는 기억의 감각작용으로부터 오늘과 같은 “허구의 지배의 마술작용"에서 벗어날 수 있는 가능성을 찾는다.

 

청주미술창작스튜디오 김여진 개인전 "각자가 그 진실은" 루이지 피란델로의 연극 제목을 따왔는데, 작품을 자리하는데 있어 많은 연극적 요소를 빌려왔다. 여기서 김여진이 중심적으로 고찰하고 싶은 것은 “어떻게 있을까” 에 대한 것이다. 이 질문에서 작가는 사람 또한 하나의 대치 가능한 사물이 될 수 있음을 인지하는 것을 시작으로 가시적으로 보이는 혹은 관념적으로 알고 있는 사물에 대한 접근방식과 이별하고, 감성으로써 사물과 주변을 관찰하는데 집중한다. 이런 접근방법은 그전에 단편적으로 묘사했던 것들이 매 순간 새롭게 변하고 계속적으로 만들어질 수 있는 잠재성을 가질 수 있게 한다. 특히 설치작업 “각자가 그 진실을(2017)”은 “있는다”는 "과도적 상태"에 대한 재현을 하고자했는데 돌의 관념적 형상을 떠오르게 하는 13개의 랩핑한 오브제를 각각의 좌대에 위치하고 조명함으로 “있음”을 명확하게 하였으며 움직이지 않는 물체에 바퀴를 부착하여 이동 가능성과 동시에 무대마킹을 이용하여 그 동선의 한계를 나타내기도 하였다.

 

<작가노트>

#01. 언제서 부터인가 잃어버린 노동의 욕구, 툭하면 뭍 밑으로 가라앉는, 이제는 넘칠 듯, 넘쳐 지지도 않는 감정의 반복이 불러일으키는 삶에 대한 환멸. 현재를 살기 에는 너무나 많은 이름의 과거의 조각 ,그 아름다운 가면 속에 오늘이 또 버려진다.

#02. 서로에게 무명으로밖에 살 수 없는 하루가 고단하다. 버스 옆 좌석 취한 남자의 역한 날숨을 들이마쉬고, 온몸으로 지하철 안을 비집고 들어오는 아주머니와 부딪히고, 굽어진 허리의 할머니가 내어준 두부를 사들고, 쉬지 않고 뛰어다니는 위층 아이 들의 소음에 예민해지고, 당최 이해할 수 없는 형식상의 질문들을 내뿜는 보험 회사 직원의 전화에 그래, 그냥 그게 그려려니 순순히 대답하고, 갖은 치장을 하고 밤에 나온 여자들 사이를. 약속한 듯 똑같은 옷을 입은 남자들 사이를. 도시는 이 수많은 무명의 인간들을 풀어놓고 길을 내어 가게 하고, 나는 자꾸 만 멈춰 선다.

#03. 나는 무어라도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무엇인가 하는 사람들이라도 보러 을지 로 시장을 찾았다. 실크스크린 도장소리의 리듬에 슬쩍 흥이 나다가, 종이더미를 싣고 가는 오토바이의 경적에 놀란다. 길가엔 아직 완성되지 않아 땅에 아무렇게 나 내려져있는 전광판들이 여느 때보다 더 크게 느껴진다. 철공소에서 묵직한 것을 자르고, 곧이어 떨어지는 소리가 났다. 쇳가루를 뒤짚어 쓴 남자가 성가신지 차갑게 쏘아본다. 나는 고무냄새를 역하게 풍기는 어떤 곳 에서 잠시 비를 피했다. 분주한 몸짓 속, 홀로 한 것 없이 지친 여행객이 되었다.

#04. 다 써버려 빈 몸을 싣고 간다. 어디에 긁혀 해졌는지 구멍 난 그것은 걸었다가- 정말 느리게 걷다가..그대로 걷다가. 뛰다가, 돌진하다가 툭
하면 주저앉는다.

#05. 밤에는 길 잃을 걱정 없는 아파트 단지나 공원을 산책했다. 한끝의 흩으러 짐 없는 이 푸르름은, 이 몽글몽글한 형상은 ‘자연스러움’ 의 흐릿한 윤곽을 부여잡고, 그 몽상에 우리들을 계속적으로 담그고 있다. 그리고 사람들의 상상력에 기대어 또 저기 알수 없는 허허벌판에 무엇인가 닮은 어떤 것을 씌운다. 그리하여 다시 보는 오늘은 더 그릴 것 없이, 그저 몇가지 색으로 다르게 보이게 하는 연습의 연습으로 남게 한다.

.#06. 버스를 타고 집에 오는 길이면, 쉽사리 한눈에 들어오지 않던 차이와 반복, 실현과 재현의 ‘도시’. 이 거대한 무대가 어렴풋이 이해되는 순간이 있다. 유리창을 사이에 두고, 이 두 극단은 서로 이해하면서도 소통되지 못한 채 각자 향해 있는 곳을 가도록 내버려 둔다. 


.#07. 그렇지만 오늘의 모습. 그안에는 의도치 않게 떨어져 나온 부분, 시선을 머물게 하는 “낯섬” 이 있다. 자연을 닮은 이미지의 차고 오름. 시작과 끝이 애매해서 어디서부터 동일한 이미지인지 알 수 없지만, 암묵적으로 인식되는 그 반복된 날염에서, 분리되어. 조금 다른 날의 시선을 기다리다가 나를 마주치더니 비슷한 방식으로 망각의 저편으로 가버린다. 


.#08. 돌아온 밤에는, 이 모든 존재의 이유 없음, 각각의 ‘있음’이 묵직한 물성을 마음껏 뽐낸다. 시간에 자리하여 약간의 현기증에 몸을 뒤척이다가 이내 거추장스러운 살들을 개워 내고, 이제 겨우 선명해진 정신의 선이 감은 두 눈 위에 그리는 어제와 내일들. 가깝거나 혹은 멀리 이어지는 대화의 몇 가지 조각을 거머쥐려다가 나는 숨이 찬다. 


 

작가소개

작가정보/ 김여진 / duwls87@gmail.com / www.instagram/kimyeoj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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