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시립미술관 오창전시관 기획전 ≪아프리카 인상≫은 아프리카 현대미술을 선보이는 전시로 탄자니아의 팅가팅가(Edward Saidi Tingatinga), 헨드릭 릴랑가(Hendrick Lilanga), 카메룬의 조엘 음파 두(Joël Mpah Dooh)의 작품을 소개한다. 아프리카는 아시아에 이어 두 번째로 큰 대륙으로 유럽보다 여섯 배나 크지만, 우리에게 낯설고 생소한 곳으로 아프리카를 생각하면 사막과 초원의 대자연, 이국적인 동물들, 황금과 다이아몬드 등 단편적인 인상이 떠오른다. 이번 전시에서는 세 명의 아프리카 현대미술 작가를 통해 다양한 국가, 인종, 부족, 종교로 구성된 아프리카의 다채로운 풍경을 만나는 기회가 되기를 바란다.
동명의 팅가팅가 화풍의 시초이자 나이브 아트(Naïve Art) 예술가인 팅가팅가는 전형적인 아프리카의 상징인 야생동물과 열대의 초원, 사바나 같은 친숙하고 익숙한 경치를 화폭에 담아 많은 사람들의 공감을 얻었다. 헨드릭 릴랑가는 할아버지인 조지 릴랑가의 전통적인 작업세계를 이어 아프리카인의 멋과 흥을 창의적인 디자인과 참신한 기법으로 표현하여 그만의 화풍으로 발전시켰다고 평가받는다. 조엘 음파 두는 전 세계 다양한 도시를 경험한 작가로 동시대 도시 환경 속에서 개개인이 겪는 정체성의 취약함을 탐구하고 섬세한 자아의 갈등을 관찰하여 심리적인 풍경을 보여준다.
40년 넘게 아프리카의 여러 나라를 여행한 폴란드의 언론인 리샤르드 카푸시친스키(Ryszard Kapuscinski)는 아프리카 르포 에세이 『흑단』에서 아프리카에 대해 “그 대륙은 글로 기술하기에는 너무나 광활하다. 그것은 살아 있는 대양이고, 별도의 혹성이며, 다양하고 광대한 코스모스이다. 단지 극도로 단순화시켜, 편의상 우리가 ‘아프리카’라고 부를 따름이다.”라고 말한다. 이번 전시를 통해서 아프리카라는 무한한 대륙에 대한 문화적 이해와 시각을 넓히고, 각자만의 새로운 아프리카의 인상을 담아가기를 기대한다.
팅가팅가(Edward Saidi Tingatinga)
팅가팅가(1932-1972, 탄자니아)는 탄자니아 화가로 작가와 동명인 팅가팅가 화풍의 시초로 유명하다. 정규 미술교육을 받지 않고 순수한 즐거움과 본능으로 선명한 채색와 풍부한 세부묘사의 나이브 아트(Naïve Art) 예술가로 많은 사람들이 공감하는 작품을 그렸다. 1968년 그림을 그리기 시작하여 도피 중인 범죄자로 오해받아 경찰에 의해 타계한 1972년까지 4년 동안의 작가활동은 짧았지만, 그의 독특한 화풍이 70년대 유럽에서 인기를 끌면서 세계적인 명성을 얻었다. 그의 제자들은 탄자니아의 경제중심도시 다르에스살람(Dar es Salaam)에 팅가팅가 예술협동조합(Tingatinga Arts Cooperative Society)을 설립해 그의 명맥을 이어오고 있다.
자이르(Zaire, 현재 콩고)에서 값싼 그림을 도시의 거리에서 판매하는 것을 보고 팅가팅가는 탄자니아 다르에스살람 거리에서 그림을 팔기 시작했다. 주변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재료로 작업한 작가는 목재 건축자재인 메이소나이트에 자전거에 사용하는 안료로 선명하고 강렬한 색감을 표현했다. 작업 초기에는 관광 친화적인 작품으로 전형적인 아프리카의 상징인 야생동물과 열대의 초원, 사바나 풍경을 그렸고, 이 작품들을 통해서 탄자니아에 거주하는 유럽인과 여행객들에게 알려지게 되었다. 동물, 새, 사람 등 친숙하고 익숙한 것들을 단순하고 장식적인 표현기법으로 담아낸 그의 작품은 많은 사람들의 공감을 얻었다.
헨드릭 릴랑가(Hendrick Lilanga)
헨드릭 릴랑가(1974-, 탄자니아)는 아랍어로 ‘평화의 집’이라는 뜻의 탄자니아 다르에스살람(Dar es Salaam)에서 태어나 1993년부터 할아버지인 조지 릴랑가(George Lilanga, 1934-2005, 탄자니아)와 함께 지내면서 그림을 배우기 시작했다. 그들은 종교적인 목적과 취미로 흑단 나무를 칼로 정교하게 조각하여 가면과 의식용 도구를 만드는 동아프리카 마콘데(Makonde) 부족의 일원으로 작품에서 전통적인 부족 문화를 엿볼 수 있다. 작가는 할아버지인 조지 릴랑가의 작업세계를 이어가고 있지만, 창의적인 디자인과 참신한 기법으로 그만의 화풍을 발전시켰다고 평가받는다.
작가의 작품 속 인물들은 사람과 동물의 혼성된 특징을 담은 형태로 화려한 색감의 옷을 입고 있다. 동아프리카 여성이 몸에 두르는 화려한 무늬의 면포인 캉가(Kanga)는 동아프리카 문화권 특징의 하나로 그들만의 의복문화와 패션감각을 보여준다. 그리고 배경에는 생텍쥐페리(Saint-Exupéry)의 소설 『어린왕자』로 우리에게 익숙한 바오밥 나무가 등장한다. 바오밥 나무는 아프리카를 상징하는 나무이자 세계에서 가장 크고 오래 사는 식물 중 하나로 아프리카 사람들에게는 영혼의 안식처이며 생명의 나무로 신성한 것으로 여겨진다.
조엘 음파 두(Joël Mpah Dooh)
조엘 음파 두(1956-, 카메룬)는 카메룬에서 태어나 프랑스 북부도시 아미앵(Amien)에서 미술교육을 받고 현재 카메룬의 항구도시인 두알라(Douala)에 거주하면서 작업하고 있다. 카메룬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알려진 작가로 1990년대 아프리카, 유럽, 미국 등 세계 각지에서 전시를 선보이고, 2000년대 다카르, 요하네스버그 등 다수의 도시에서 비엔날레와 레지던시에 참여했다.
전 세계 다양한 도시를 경험한 작가는 산책자(flâneur)로서 도시 환경 속 개개인이 겪는 정체성의 취약함을 탐구하고 섬세한 자아의 갈등을 관찰하여 작품에 표현한다. 동시대 도시 생활에서 우리가 사회, 제도, 관계 속에서 충돌하는 모습을 복잡하고 시적인 기법으로 종이, 캔버스, 금속, 분필 등 실험적인 재료로 담아낸다. 그는 도시의 이미지를 직접적으로 기록하기보다는 도시를 배회하는 사람들의 내면에 관심을 갖고 그들의 심리적인 풍경을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