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빛≫은 미래에 대한 불안한 심리를 대변한다. 길 위에 가로등이 내 모습 같다. 빛나거나 빛이 나기 직전에 머뭇거리는 모습을 떠올린다. 나의 미래는 빛이 날 수 있을까.
빛이 보이는 해 질 녘 시간에 사진을 찍었다. 찍은 사진들을 이어 붙이면 가운데 가로등이 보인다. 이전 작업에서 가로로 그림을 연결하여 이번에도 사진을 이었다. 처음 혼합된 이미지를 마주할 때는 확신이 없었다. 이전에 그렸던 가로등은 눈에 띄었고 추억을 회상하며 홀로 있어서 외로워 보였다. 작품<빛날까>의 참고 사진은 색감에 이끌렸지만 마음에 닿지 않아 고민을 했다. 두 번 세 번 지나칠 때마다 사진을 뚫어지도록 보았다. 무엇 때문에 내가 이 장면들을 선택한 것인지 의문이 들었다. 자주 벤치에 앉아 풍경에 기대어 쉬고 기억하고 싶은 장소 때문이라는 생각이 머리에 스쳤다. 속이 답답한 순간들이 지나기를 반복했다. 곁에 두어서 정이 든 것인지 다른 사진은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모든 것을 다 내려놓았을 때 가로등에서 희미하게 나의 상황이 보였다. 빛을 낼 수 있을지 걱정하는 가로등이 눈에 들어왔다. 진하지 않은 가로등의 형태가 내 모습 같아서 마음을 가로등에 투영했다.
나무에게도 감정을 느낀다. 시간에 따라 변하는 나뭇잎 색은 무의식 속에 따뜻했던 기억을 꺼내도록 도와준다. 나에게 용기를 준 라임오렌지 나무가 생각이 났다. 삶의 메시지를 안겨준 것이다. 나무의 형상을 보고 우직한 자세로 살아가길 바랐다. 축 늘어뜨린 긴 가지팔로 나를 안아주는 모습에서 포근함이 들었다. 나의 처지를 헤아리는 것처럼 고마웠다. 이건 마치 내가 나무에게 생명을 불어 넣은 것 같았다.
이전과는 다른 형태의 전시구성을 위해 가로로 이어 붙였던 작업을 위에 하나 더 올린다. 비슷한 형태를 따라가 보거나 비슷한 색을 찾아 퍼즐을 맞추어 본다. 하나의 선처럼 보인다. 나무 위 가로등을 만들고 초록 운동장과 다른 화면 속 회색 길을 잇는다. 한 피스에 장면의 분할 지점을 넣은 것은 등분의 크기를 다르게 하여 화면에 변화를 주면 장면이 부딪힐 때 이질감을 주기 때문이다. 같은 장소에서 찍은 다른 시선들의 사진을 한곳에 모아 기억의 집합체가 되고 연결한 이미지는 또 다른 풍경를 불러온다.
현재 나의 미래는 어떻게 될지 모른다. 불확실함 때문에 휘청거릴 때도 있지만 그럼에도 작업을 원한다. 생각을 많이 비운 상태에서 내가 할 수 있는 것에 힘을 싣고 묵묵히 작업을 나아가고 싶다.
2017 충북대학교 교육대학원 미술교육전공
2014 충북대학교 인문대학 미술과 서양화전공
개인전
2024 ≪나의 빛≫, 청주시립미술관 오창전시관, 청주
2022 ≪나의 것≫, 청주미술창작스튜디오, 청주
단체전
2024 ≪아트 레코드 청주≫, 문화제조창, 청주
2024 ≪과정과 결과의 모색≫, 숲속갤러리, 청주
2023 ≪B.B.展:벤치와 브로콜리≫, 그어떤, 청주
2023 ≪미래를 향한 대화≫, Artspce201, 청주
2023 ≪느슨한 연대≫, 청주미술창작스튜디오, 청주
2022 ≪탐색하며 이야기하다≫, 청주시립미술관 오창전시관, 청주
2022 ≪X와 Y가 여는 미래≫, 청주미술창작스튜디오, 청주
레지던시
2022-23 청주미술창작스튜디오 16기, 청주
수상 및 선정
2024 충북문화재단 청년예술지원사업
2011 제9회 겸재진경미술대전 특선, 강서문화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