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전시는 어린 시절 점심시간마다 도서관으로 숨어들었던 기억에서 출발했어요. 책장 사이에 있으면 혼자 있는 게 들키지 않아서, 마치 풀숲처럼 숨을 수 있는 나만의 세계였죠.
우리는 서로 연결되고 싶어 하지만, 그만큼 상처를 받을 때도 있어요. 도서관은 단순히 책을 읽는 곳이 아니라, 그런 상처를 감추고 쉬어갈 수 있는 안식처였어요. 하지만 디지털화로 인해 도서관 같은 아날로그 공간들은 점점 사라져 가고 있어요. 전시는 이런 치유의 공간들이 가진 힘을 상기하며, 상처 입은 마음들이 숨고 머무를 수 있는 또 하나의 풀숲을 관람객에게 제공하고 싶었어요.
조락이란 단순히 끝을 의미하지 않아요. 그것은 새로운 성장을 위한 하나의 과정일지도 몰라요. 그리고 언젠가, 다시 연결될 수 있는 순간이 찾아오길 바라요.
도원 이승미
동양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