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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J갤러리 기획전시 - '물(物)을 만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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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J갤러리 기획전시

물(物)을 만나다

2008. 8. 12(Tue)~31(Sun)

opening Reception 8. 12(Tue) 7:00 pm

관람시간 : 10:30am - 7:00pm (월요일 휴관)



Artists

이장우 Lee, Jang-Woo

손 파 Sohn Paa

김기수 Kim, Ki-Soo




Curating

김옥렬 Kim, Ok-Real




물(物)을 만나다

현대 미술가는 이미지로 철학하는 이미지 사상가일 것이다. 그렇기에 동시대 미술가는 자신이 살아가면서 경험한 세계상을 바르게 인식하고, 그것을 다양한 이미지 속에 담아가며 새로운 시각을 열어가는 삶을 사는 사람이다. 그러나 대가들조차 그렇게 사는 것은 매우 힘든 일이다. 눈을 멀게 하는 유혹은 늘 그림자처럼 가까이에 있기 때문이다. 새로운 시각이든 유혹이든 대부분의 미술가들은 누구나 좋아할 수 있는 작품을 그리거나 만들고 싶어 할 것이다. 하지만 모두를 만족시킬 만한 보편타당한 작품이 과연 있을까.

어쩌면 현대미술은 누구나 좋아하는 것을 추구한다기보다는 창작의 주체가 확신하는 시대정신과 미의식을 바탕으로 닫힌 생각을 열어가는 선구적 입장에 서 있는 사람이 아닐까. 현대라는 한없이 혼란스러운 시대와 그 속에서 살아가는 현대인은 온갖 유혹과 혼란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 어느 시대나 혼돈 속에서 예민한 안테나를 가지고 미래에 대한 방향을 감지하며, 시대의 우울을 인식하고 삶의 새로운 방향을 가장 먼저 느끼는 사람이 바로 예술가일 것이다.

MJ갤러리 기획전인 "물(物)을 만나다"에 참여한 작가들은 현대미술이 추구해야 할 새로운 방향을 물성(material quality)을 통해 각자의 시대정신과 예술적 비전을 찾아가는 실험적인 작가들이다. 과학적 탐구방법과 달리 미술에 있어 물성에 대한 탐구는 어쩌면 필연적으로 매체의 초월성 내지 재료의 혼용으로 나타날 것이다. 이러한 시도는 회화의 평면성이나 시각성이 강조되었던 모더니즘 미술의 반발이자, "회화가 시각성의 감옥에서 자유로워지는 것뿐만 아니라, 회화와 그 매체의 논리를 넘어 주제를 회복하는 것(Stephen Melville)"을 의미하기도 한다.

물체가 지닌 특성에 개입하는 작가적 방식에는 자신의 예술적 비전과 재료가 만나는 접점에서 사유의 깊이가 발생한다. "물(物)을 만나다"에서 보여지는 세 명의 작가적 비전은 일상 속에서 발견된 오브제가 아닌, 물성과 그 물성이 지닌 특성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회화적 일루전과 실체의 반영(reflection)-김기수-을 제시하거나 혹은 물성 자체의 변주(variation)-손파-나 물성의 변환(transformation)-이장우-을 보여주고 있다. 이런 일련의 시도에서 보여지는 물성에 대한 태도나 탐구방식은 질성(quality)의 변화를 통해 혹은 그것을 넘어서기 위한 각자의 시각적 비전과 시대정신이 담긴 알레고리(allegory)다.



김기수는 스테인레스 미러(stainless mirror)의 표면에 그려진 회화적 일루전(illusion)과 물성 자체에 반영된 이미지와의 간격을 제시함으로써 회화적 방법의 확장을 자기 감수성으로 풀어가고 있다. 두 개의 세계인 고정된 일루전(그림 안)과 변화하는 일루전(그림 밖), 이를테면 환영 속의 환영을 선행하는 것의 재현(representation)과 실체의 반영이라는 두 가지의 의미로 계기화하고 있다. 이처럼 그는 스테인레스 미러에 반영되는 이미지를 조절해가며 시공간을 담아가는 방식으로 회화적 확장을 시도한다. 이러한 그의 회화적 확장은 흐르는 물처럼 정지된 시간을 갖지 않고 열린 세계를 지향하고 있다.

손파는 액체 상태의 고무성분(latex)을 통해 풍부한 색과 형의 변화를 보여주고 있다. 유기적인 변주를 시도하는 그의 작품에선 강렬한 색채의 배합으로 시각적 효과뿐 아니라, 미끈미끈하고 끈적끈적한 고무의 질감으로 촉각적인 부분을 강하게 드러내고 있기도 하다. 이번 전시에서 보여지는 이런 일련의 시도는 이전의 오브제 설치에서 볼 수 없었던 물성의 변화가 다채롭게 나타난다. 마치 빛과 그림자의 놀이처럼, 형과 색이 다양하게 변화할 수 있는 가능한 열린 형태를 전제하고 있다. 그것은 작품 자체뿐 아니라, 작품과 작품 사이에서 발생하는 형과 색의 탄력적 관계가 형성되어 있기 때문일 것이다.

이장우는 테크놀로지가 이루어갈 세계상에 대한 메시지를 전통과 현대, 동양과 서양의 상징적인 도상을 넘나들며 정신과 몸의 정체성이 무엇인지 질문하고 있다. 이런 시도는 마치 퍼즐게임을 하듯 현실 속의 가상, 가상 속의 현실이 무엇인지 명확하게 구분하기 어려운 세계를 넘나들며 몸의 정체성을 사유하는 그의 작업방식으로 나타난다. 그의 근작들인 인간과 기계장치의 결합인 사이보그(cyborg)는 현대인의 알레고리로 몸에 대한 그의 사유방식이 담겨지는 초월적 시공간이다. 그것은 현실과 가상을 넘나드는 몸에 대한 알레고리로 몸의 연장인 동시에 몸의 죽음이라는 이중성을 담고 있다.



이번 전시는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는 형과 색 그리고 재료의 다양성 속에서 현대미술이 주는 열린 시각을 제시하는 의미 있는 기획이다. 그것은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보게 되는 물질을 바라보고 사유하는 작가적 태도와 시대정신이 어떻게 물성과 만나 새로운 빛을 발하는지를 확인하는 자리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물(物)을 만나다"는 다양한 재료를 통해 물성이 갖는 특성과 그 특성의 변화에 개입하는 작가적 비전과 만나는 의미 있는 자리가 될 것이다. (MJ갤러리 수석큐레이터 김옥렬)



MJ갤러리
700-803 대구광역시 중구 남산동 924-5(2.3.4F) Tel.(053)256-2111 www.mjgaller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