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달천예술창작공간
제4기 입주작가 결과보고전
신건우
<진부한 것이 새로운 것이다.>
〰10. 25.(금) - 11. 03.(일)
대구는 분지형 벌판이라는 완벽한 내륙에 위치한다. 이곳은 삼성이라는 굴지의 대기업이 태동한 곳이고 수많은 섬유 산업들과 경공업 위주의 대기업들이 공장과 지사를 두고 있지만 현대적 자산을 서울에 많이 이양시킨 채 근대적 느낌을 의외로 많이 보유하고 있는 도시이다.
서울의 관점에서 ‘지방 도시’를 보면, 도시를 유형화하기보다는 그 속살을 들여다보며 마치 여행자의 관점처럼 치환해보는 것이 예술가의 역할이기도 하다는 생각을 해보게 된다. 즉, 시대성은 전면적으로 드러나기도 하지만 사실은 여기저기에 흡수된 채 그만의 이미지 적 색깔과 상징성으로 산화해가는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언젠가 없어질 수 있는 것에 대해 ‘진부함’이나 ‘그리움’ 정도의 이성과 감성의 이분법적 대결로 놓기보다는, 그 자체를 소재로 삼음으로써 예술적 보편성으로 승화하는 것을 추구하고자 한다. 이는 무의식의 세계, 산책자의 시선으로 국내외의 여러 도시를 돌아다니며 그려온 나의 서사를 연결해가는 방식이기도 하다.
<그림자 도시>, <청록색 도시> 시리즈는 달천예술창작공간 근처에 있는 오래된 가옥들을 그린 작품이다. 청량한 하늘 아래 오래된 가옥들이다. 대구의 특징 중 하나가 적산가옥이 많은 것인데, 이 가옥들은 적산가옥은 아니지만 영향을 받은 것 같았다. 적산가옥을 한자 그대로 풀이하면 적산가옥(敵産家屋)에서 '적산'(敵産)은 '적의 재산', 혹은 '적들이 만든'이라는 뜻으로, 말 그대로 적들이 만든 집이라는 뜻으로 해석되는데 이것은 말 그대로 근대성을 상징하는 ‘건축적 풍경’이다.
나는 이 가옥들을 그대로 그리기보다는 근대성과 현대성을 이어나가는 어떤 ‘건축적 풍경’을 담고 싶었던 것이다. 현재에 쓰임새에 맞게 개조를 해서 사용하고 있고, 겉모습을 통해 속을 예상해볼 수 있지만 실제로는 잘 알 수 없는 건축물의 태생적 속성을 나만의 화풍을 통해 이국적, 혹은 ‘불편한 편안함’ 차원으로 그려내고 싶었다. 어쩌면 이러한 ‘불편한 편안함’은 대구가 가지고 있는 역사적 맥락과도 비슷하다. 식민지 근대화론의 수혜자인 동시에 역사적으로 말하지 못한 것이 많은 땅. 기득권이었던 적이 많지만 여전히 그저 ‘지방’이기도 한 대도시의 단상에 대해 나는 남기고 싶었다,.
결과적으로 이러한 개조 가옥에 대한 관찰과 작업화 과정은 익숙함과 낯섦이 교차하는 감정을 풍기며 시골 풍경이 더 이상 진부한 것이 아니라는 재해석을 낳게 한다. “진부한 것이 새로운 것이다.” 이런 나의 역설적인 선언 비슷한 문장은 사실 선언도 아니고 누굴 가르치려는 것도 아니다. 항상 새로움과 창의성을 중요하게 여기는 예술가에게 언제부턴가 인문 사회학적 유행처럼 번지는 “사라지는 것들에 대한 기록” 같은 목적성은 조금 거리가 있다는 것을 자각하는 날들일 뿐이다. 오히려, 그저 진부하다고 믿는 대상을 보고 "새로운 것이다." 라고 되뇌는 작가로서의 시각적 구현에 대한 욕심이자 도전이라고 적어두고 싶다.
/ 작가노트
전시안내
관람시간 : 오전 10:00 ~ 오후 6:00
관람료 : 무료
전시장소 : 달천예술창작공간 1층
(대구시 달성군 다사읍 다사로 515)
관람문의 :
· 달천예술창작공간 053-583-4276
· 달성문화재단 콘텐츠사업팀 053-668-4243
- 참고 : 달성문화재단 홈페이지(www.dsart.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