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시립미술관은 ‘로컬 프로젝트-포룸’ 네 번째 작가로 이규식 작가의 《自‧自‧自》전을 개최한다. 이번 전시에서는 그간 보여주었던 작품들의 맥락에서 공간에 자신의 이름 쓰기로 채워내는 작업 <李규식>과 교사시절 급식소에서 버린 플라스틱 용기를 재활용한 물감그릇과 물감이 마른 찌꺼기로 제작한 <애당초>, 자신의 일상에서 만들어지는 소소한 사건과 물질의 부스러기 등 잉여의 시간에 관계된 작업들이다.
이규식은 최근 몇 년간 자신의 ‘이름 쓰기’ 작업들을 선보여 왔다. 그의 작업들은 공간이건 사물이건 처음부터 끝까지 ‘李규식’ 이름을 쓰기로 이은 작업들인데 건물의 투명한 유리창부터 빈 벽, 계단 난간 혹은 일상에 널려진 사물 등등, 마치 자신에 주어진 시간과 공간에 합일을 이루는 듯 무심히 써내려갔다. 그 이름쓰기 드로잉은 어느새 그리는 행위를 관통하여 불경을 독송하며 삼천배를 올리듯 올곧이 자신을 수행하는 과정으로 드러난다. 이규식 작가의 이 진중한 이름쓰기 작업은 어떤 ‘위대한 상징’을 재현하려는 것이 아닌 ‘무엇이 위대한 삶을 가능케 하는가?’라고 자신에게 묻는 것이다. 작업의 키워드인 ‘욕망과 집착’은 늘 억눌러야 할 대상으로 여겨지지만, 실제로는 삶의 힘이자 목표이기에 이를 있는 그대로 드러내려는 것이 그의 작업의 핵심이다. 작업실 한 켠 바늘부터 망치까지 가지런한 정태부터 다 들이킨 맥주캔을 모아놓은 작업, 신체 모형을 떠놓은 그물망과 소소한 일상의 사물에 인두로 자신의 이름을 새겨놓은 작업들은 자신을 에워싼 ‘욕망과 집착’을 풀어내는 습관적인 놀이처럼 보이기도 한다. 이렇게 일상에서 쓰임을 다하고 남은 잔재들을 차곡차곡 쌓아놓은 공허한 수고들은 분명 삶의 순간마다 들뜨고 흥분하게 만들었던 에너지의 증거들이기도 하다.
이 오랜 쓰기의 작업들은 그간 많은 예술가들이 즐겨 쓰는 방법론이기도하다. 시간을 쓰기로 기록하며 표현하는 로만 오팔카(Roman Opalka)나 온 카와라(On Kawara)의 작업개념에서 유사한 지점을 찾을 수 있지만 이규식의 독특한 쓰기 방법은 자신을 대상으로 끊임없이 발생된다. 그는 세상에 널려있는 목적 없는 타자들 혹은 자신과의 사이에 있는 인과성이 있을 존재들을 끊임없이 소환한다. 이는 자신의 작업에서 여과 없이 쓰기의 수행으로 드러내는 과정만으로 모든 타자에 목적 없이 열려 있는 것이다. 이번 전시 《自‧自‧自》는 자신이 가장 첨예하게 들어내고자 하는 목적 없는 예술적 행위이자 자아의 해체적 과정이다.
이규식(Lee Gyusik)은 1985년 충북대학교 미술교육과를 졸업하고 2015 청주미술창작스튜디오 입주작가로 활동했다. 2015 《Obsession》 청주미술창작스튜디오(청주), 2012《When I was a middle school student》 스페이스 몸(청주)에서 개인전을 개최했고, 2019 《퇴적된 유령들》 청주시립대청호미술관(청주), 2018 《동무 동무 놀동무 노래하고 다니고》 충북문화관(청주), 2017 《어느 누가 답을 줄 것인가》 청주시립미술관(청주), 《Dreams for Movement》 Charlama Depot Gallery(사라예보), 2016 《Sentence》 우민아트센터(청주) 등 다수의 단체전에 참여했다. 2014년에는 제13회 올해의 좋은 작가 미술상을 수상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