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컬 프로젝트 2020⟫
청주시립미술관은 2019년부터 청주 지역 기반으로 활동하는
중진작가들을 대상으로 일 년 동안 릴레이 전시를 통해
그들의 다층적인 작품세계를 집중조명하는 ⟪로컬 프로젝트 2020⟫를 운영한다.
이승희展 공시성 共時性 Synchronicity
⟪로컬 프로젝트 2020⟫의 첫 번째 전시는 이승희의 <공시성>로 막을 올린다.
이승희는 대상에 대한 관념과 오류에 대한 근원적인 질문을 가지고
본인의 삶을 통해 느꼈던 인상들을 ‘흙’을 통해서 표현하며,
정형화된 것에서 탈피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그에게 ‘흙’은 단순히 재료가 아닌 사유의 도구이자 입체도자를
비정형화된 평면으로 변화를 시도한‘TAO’시리즈와
한 마디 마디를 흙으로 빚어 구워낸 뒤,
일일이 철봉에 끼워 맞춘 대자무도자는
전통적인 도자의 개념과 물성을 해체하고
현대미술의 새로운 영역을 구축한 결과물이다.
제목‘공시성’은 ‘의미 있는 우연의 일치’라는 의미로
카를 융의 이론을 차용한 것으로써,
이번 전시에서 작가는 1전시실 공간의 특정성을 반영하여
지금까지 해보지 않았던 새로운 시도를 한다.
우선 공간의도를 최소한 줄이기 위해 공간에
색채를 거의 쓰지 않고, 조명을 최소화한다.
흑색 도자 대나무와 검은색의 입체 도자는 조명이 거의 없는 상태에서
공간에 설치되며 오브제에는 실제 사물에 생긴 그림자보다
더 진한 검은색으로 그림자를 설치한다.
이러한 시각적 연출을 통해 실제적인 검은 그림자와 드로잉을 해온
검은 그림자 사이의 착시를 불러일으키고,
관람객에게 어디서부터 사물이고 어디까지가 그림자인가라는 질문을 유도한다.
한 폭의 수묵화를 보는 것 같은 느낌, 혹은 밤하늘 쳐다보고 있는 느낌과 같이
형체가 없지만 형체를 그려보는 사람들이 의미 있는 형태를 만들어내듯,
관람자 스스로 '공시성'의 세계를 연상할 수 있을 것이다.
이승희는 청주대 도예과를 졸업하고, 현재는 중국 경덕진과 한국을 오가며
작업을 하고 있다. 그의 작업세계는 흙이라는 재료를 사유의 도구로 쓰는 것으로 부터 출발한다.
중국에서 시작한 조선도자의 입체 형태를 비정형화된 평면으로 변화를 시도한
'TAO' 시리즈를 통해 전통적인 개념의 도자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하고,
현대미술에서의 새로운 영역을 개척했다는 평과 함께 국내외에서 주목을 받았다.
흙물을 50회 이상 쌓아 올려 형태를 만드는 'TAO' 시리즈로 출발한 그의 실험은
수천 개의 흙으로 구워 제작한 대나무 마디를 이어 대나무 숲 형상을 만든 '도자대나무' 설치로
이어지며, 최근에는 8mm라는 얇은 두께 안에서 공간감을 펼쳐내는 'Space of 8mm' 시리즈 등
작가만의 독자적인 세계를 구축하고 있으며 이 일련의 과정을 통해
예술가로서의 고정된 시각에 대한 관념과 오류에 대한 근원적인 질문을 계속 던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