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시립미술관은 개관 5주년과 오창 방사광가속기 유치를 기념하여 《빛으로 그리는 신세계》를 개최한다. 미술관 1층 전시실은 옛 방송국의 공개홀이었던 공간으로 문화, 사회, 경제, 정치 등 다양한 분야의 담론이 생성되고 교류하던 상징적인 장소이다. 내부에 기둥이 없는 10m 높이의 거대한 무주공간(無柱空間)은 압도적인 공간감과 개방감을 선사하며, 공간에 대한 새로운 인식과 감각을 깨운다. 미술관으로 개관한 이후에는 예술가들에게 실험적이고 창의적인 창작을 펼칠 수 있는 자유로운 대공간을 마련했다. 이러한 전시공간의 장소성과 건축적 특성을 담아 제니퍼 스타인캠프의 대규모 영상 설치 작품을 선보인다.
제니퍼 스타인캠프는 3D 애니메이션 분야의 개척자로 디지털 미디어를 활용하여 독보적인 작품 세계를 선보이는 미국 작가이다. 최첨단 기술을 사용하여 유기적이고 추상적인 형태의 움직임을 표현하고, 우리 주변의 풍경에 대한 예리하고 섬세한 시선으로 비가시적인 자연환경의 복잡성에 대한 깊은 통찰을 보여준다. 선, 형태, 덩어리, 빛, 색, 질감, 공간, 시간과 움직임을 재료로 실재의 환경과 가상의 이미지가 혼재되어 착시를 일으키는 몰입형 작품을 선보인다. 투사되는 공간의 바닥, 벽, 천장 등 건축 요소에 기반한 작가의 영상 설치 작품은 감상자에게 시공간에 대한 새로운 이해와 다감각적인 경험을 선사한다.
<보이지 않는 눈 7>은 청주시립미술관 1층 전시실의 천장 높이, 벽면 너비 등 물리적인 건축 공간에 맞춰 특별히 제작된 장소 특정적 설치 작품이다. <보이지 않는 눈> 연작은 미국 북동부 매사추세츠주에 위치한 클라크 아트 인스티튜트 주변 풍경에서 영감을 받은 작품으로 정면에서 바라본 울창한 자작나무 숲을 표현했다. 전시실의 바닥부터 천장까지 가득 채워진 자작나무 숲은 현실세계와 가상공간 사이의 경계를 흐리면서 공간의 무한한 가능성을 확장시킨다. 작품 제목은 언어유희로 ‘시각능력이 없는 나무’와 나뭇가지가 잘리고 어두운 흉터처럼 남은 ‘눈 모양의 자작나무 껍질’을 지칭하고, 오늘날 많은 것들을 외면하는 우리의 모습을 은유적으로 함의한다. 계절의 변화에 따라 지속적으로 반복되는 작품을 통해 시간의 흐름에 대해 사유하는 기회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