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이로운 여행
청주시립미술관은 프랑스 북부 오드프랑스(Hauts-de-France)에 위치한 프락 피카르디(Frac Picardie), 프락 그랑 라주(Frac Grand Large)와 협력하여 두 기관의 소장품을 소개하는 전시를 개최한다. 프락(Frac, Fonds régionaux d’art contemporain)은 프랑스 정부와 지역 의회의 협력으로 1982년 설립된 ‘현대미술 지역 컬렉션’이다. 프랑스에만 존재하는 유일한 형태의 기관으로, 수도 파리에 집중된 문화예술 편중현상을 해소하고 지역의 문화예술을 지원하기 위한 정책의 일환으로 조직되었다. 오늘날 프랑스에는 지역별로 22개의 프락이 운영되고 있으며, 많은 관람객에게 현대미술을 선보이는 것을 기관 목표로 다양한 국적의 예술가의 작품 37,000점 이상을 소장하고 있다.
이번 전시에서는 프락 피카르디와 프락 그랑 라주 두 기관의 소장품 60여 점을 선별하여 선보인다. 아미앵에 위치한 프락 피카르디는 유럽에서 가장 규모 있는 동시대 드로잉 컬렉션을 소장하고 있다. 다양한 방식의 조형 표현을 살펴볼 수 있는 드로잉 소장품은 독자적인 동시대 문화유산으로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그리고 프랑스 북부 항구도시인 덩케르크에 위치한 프락 그랑 라주는 1960년대 이후 미술과 디자인 분야를 중심으로 작품을 소장하고 있다. 컬렉션을 통해 팝아트, 개념미술, 아르테 포베라, 미니멀리즘 등 현대미술의 주요한 흐름을 확인할 수 있다. 이번 전시는 두 기관의 소장품을 한자리에서 살펴볼 수 있는 기회로, 프랑스를 대표하는 작가들뿐 아니라 세계적으로 유명한 작가들의 작품을 만날 수 있다.
전시의 제목 《경이로운 여행》은 19세기 프랑스 문학가 쥘 베른의 총서명을 인용했다. ‘경이로운 여행’은 『80일간의 세계일주』, 『해저 2만 리』 등 쥘 베른의 소설 60여 편을 모은 총서이다. 이 작품들을 통해 쥘 베른은 단순히 상상의 여행을 그려낸 것이 아니라 지리학, 천문학, 물리학 등 전문적인 지식을 담아 ‘과학소설(SF)’이라는 새로운 문학 장르를 개척했다. 이처럼 이번 전시는 모험과 실험정신으로 자신만의 예술세계를 구축한 예술가들의 작품을 소개한다. 프랑스 프락(Frac)의 소장품을 통해 문화유산으로서의 예술작품에 대한 새로운 관점을 갖게 되기를 기대한다. 시대, 장소, 문화를 넘나드는 예술가들의 작품을 따라 ‘경이로운 여행’을 떠나보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