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시립미술관은 한국추상미술의 대표적인 작가 故윤형근(1928-2007)의
《윤형근_담담하게》를 개최한다. 이번 전시는 60년대 초기작부터 타계하기
전 2000년대의 대표작들과 국내 미공개된 작품, 드로잉 등 다양한 아카이브
자료들을 만나 볼 수 있다. 윤형근은 1928년 충청북도 청주출생으로
미원초등학교에서 소년기를 보내고, 청주상고에 입학하여 당시 일본에서
서양미술을 배우고 후학을 양성하던 안승각 선생의 사사를 받으며 화가의
길로 입문하게 된다. 해방 후 서울로 상경하여 훗날 장인이 된 김환기 화백의
가르침 속에서 홍익대학교 회화과를 졸업한다.
작가는 우리나라 전통 가옥이나 고목, 흙을 연상시키는 이미지에 주목하고
수묵화의 농담기법을 차용하며 윤형근만의 독특한 조형 세계를 구축하였다.
물감이 번지는 느낌을 두세 개의 기둥으로 표현한 단색화는 여백과 대조를
이루며 묘한 한국적 정서를 이끌어 낸다. 90년대 서구의 미니멀아트를
접하면서 극단적인 단순함을 추구하며 색채와 재료의 사용에도 절제된
미의식을 지향하였다.
윤형근의 화풍은 추사 김정희에 뿌리를 두고 있다는 말처럼 그의 그림에서
고매한 인격의 자연스러운 발현으로 여겼던 옛 선비정신의 품성이
느껴지기도 한다. 생전에 말수가 적어 ‘침묵의 화가’로 불릴 정도로 간결한
삶의 모습이 예술과 삶이 일치됨을 알 수 있다. 청주 출신 작가들과의
친분관계도 지속하며 지역 미술의 발전에 기여하였을 뿐만 아니라
한국미술의 단색화에 단초가 된 작가이다. 작가의 진솔한 내면세계를
응축하여 화폭에 담아낸 정제된 색채와 단순한 형태에서 느껴지는 작가의
미묘한 심미감을 담담하게 느껴보길 바란다.
■ 청주시립미술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