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상을 충실하게 묘사하는 재현이 주된 조형 원리였던 고대로부터 기존의 전통과 의식을 해체한 포스트모던 미술까지 인간은 ‘미’의 의미를 재정의해 왔다. 그 긴 여정 중 추상미술은 그림을 그리려는 이전 동기를 위반하며 한시대의 획을 긋는 혁명적 기조였으며, 기본적인 조형요소만 전망이기도 했다. 그러나 지난 세기 자기반복성을 벗어나지 못했던 추상미술은 이념이 앞서는 엘리트적 형식에 존재를 스스로 가두어 자기 지시적 형식으로 전락하지만, 그에 대한 반성은 예술가들로 하여금 의식적 전환을 형성시키며 오늘날까지 이어오고 있다. 이번에 청주시립미술관에서 기획한 프랑스 동시대 작가들의 전시 <추상여운 Sillage>전은 추상의 ‘순수성’모더니즘적인 맥락이 허물어진 이후 새로운 담론을 추구해온 작품들을 살펴본다. 이번에 초대된 작가들은 암호와도 같은 추상 이미지를 일상과 공공의 영역에 결합하고 새로운 대안의 미술로 제안했던 작가들로서, 추상미술 전반에 대한 심층적 연구와 확장된 영역을 보여준다.
현재까지 프랑스 현대 미술은 뉴욕, 런던, 베를린 미술의 강세에도 불구하고, 끊임없이 세계 미술계에서 그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 프랑스는 개인의 취향에 대한 존중, 일상의 중요성에 대한 철학적, 사회학적 연구로 작금 현대미술의 토양이 되었다 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특히 그 갈래 중 이번 전시에서 기획한 동시대 프랑스 추상 미술전은 조형의 시간, 장소, 공간, 신체성의 마찰을 적극적으로 작품 창작에 끌어들이는 추상개념의 확장을 선보이게 될 것이다. 또한 추상적 이미지가 미술관을 벗어나 어떻게 일상과 공공의 영역으로 확장되는지와 미술의 사회적 역할을 환기시키는지에 대해서도 이번 전시에서 소개된다. 전시명 <추상여운 Sillage>은 어떤 형태와 의미로 모두 드러낼 수 없는 또 지나가고 나면 남는 긴 여운을 뜻한다. 특히 프랑스어 Sillage시아쥬는 배가 지나가면서 만들고 남기는 물결, 흔적을 의미하는데, 프랑스 미술의 큰 흐름 속에서 추상미술의 전통을 잇는 15명의 작가들의 작품에서 그 여운을 만나길 기대해본다.
엘로디 부트리 Elodie Boutry
필립 콩빠뇽 Philippe Compagnon
크리스토프 퀴쟁 Christophe Cuzin
올리비에 필리피 Olivier Filippi
베르나르 쥬베르 Bernard Joubert
마엘 라뷔씨에르 Maëlle Labussière
이수경 Soo Kyoung Lee
디디에 메콩보니 Didier Mencoboni
올리비에 미셸 Olivier Michel
파스칼 쁘제 Pascal Pesez
브뤼노 루슬로 Bruno Rousselot
장 마르크 토멘 Jean Marc Thommen
아니폴 토렐 Annie Paule Thorel
실비 뚜르방 Sylvie Turpin
유혜숙 Hye Sook Yo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