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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 말은 넘쳐나고 숨은 가쁘다. 머릿속에 온갖 생각이 빠르게 스쳐가고 흐드러지며 사라지지만 어느 것 하나 잡을 수 가 없다. 토가 나올 것 같다. 김윤호작가는 언젠가 내게 같이 배드민턴을 치러 가자고 했다. 둘이서 운동을 하면 좋겠다. 땀을 흘리면 좋겠다. 숨을 헐떡이며 공이 날아오는 순간에만 집중하며 라켓을 쥐고 받아치면서 랠리가 계속 이어진다. 김윤호작가가 스매싱을 한다. 바닥에 강하게 내리꽂힌 셔틀콕을 발등으로 받아 통통 띄워 네트를 뚫는 강한 회전 회오리 슛을 날린다. 서브를 할 차례다. 몸 쪽 깊은 곳 스트라잌 존에 맞춰 강속구를 던진다. 공 끝이 불타오르며 휘어들어간 마구를 김작가가 몸을 던져 헤딩한다. 이마에 정확히 맞아 속도가 줄어든 공이 코트위로 높이 붕 떠오른다. 마침 어머니께 전화가 왔다. 고로케를 먹다 체해서 토를 하셨는데 뽈 생각이 나서 우셨단다. 난 공을 보면 뽈 생각이 난다. 공놀이를 좋아했던 뽈. 특히 노란색 공을 좋아했다. 몇 번이고 던져주면 침을 흘리며 물어왔다. 헥헥대며 웃었다. 공이 떨어지기 전 스크린아웃으로 자리를 잡고 리바운드를 따낸다. 잡은 공을 잡고 상대방의 골라인을 넘어 엔드존을 향해 미친 듯이 뛴다. 터치다운. 시계는 멈추지 않는다. 타임아웃은 없다. 상대방의 서브가 시작되고 랠리가 계속된다. 넓디넓은 운동장 구석구석을 뛰어다닌다. 숨이 가빠오고 할 말은 잃은 채 웃음이 터져 나온다. ■ 이현수
이현수는 서울과학기술대학교 조형예술과를 졸업(2009)하고, 한국예술종합학교 미술관 전문사를 졸업(2015)한 뒤, 뉴욕 스쿨 오브 비주얼아트 조형예술대학원을 졸업(2017)했다. 주요 개인전으로는